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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벼랑 끝에 몰린 4연속 챔피언과 6년만의 우승을 정조준한 배구 명가. 프랑스 명장의 지휘 속 오랜 암흑기를 이겨낸 현대캐피탈이 명가 부활의 감격을 누렸다.
이날 승리로 현대캐피탈은 시즌전 컵대회 우승, 정규시즌 1위에 이어 챔피언결정전까지 차지하며 '트레블'을 달성했다.
어쩌면 올시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경기, 한걸음 앞으로 다가온 영광. 경기전 만난 블랑 감독은 "체력 회복에 집중했다. 오늘 경기 이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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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세터 황승빈에 대해서는 "챔프전 주전세터는 처음아지만, 투지가 강하고, 성실한 선수다. 오늘 트로피를 들어올릴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어제 여자배구(정관장-흥국생명 챔프전 3차전) 재미있었다"며 속깊은 미소를 지었다.
V리그 남자부 19시즌 역사상 챔프전 0승2패를 뒤집은 팀은 한팀도 없었다. 여자부에는 있다. 2022~2023시즌 도로공사는 김연경이 이끄는 흥국생명을 상대로 0승2패에서 '리버스 스윕'에 성공했다. 남녀 통틀어 유일한 사례, 대한항공이 참고해야할 1순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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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팀 공히 큰 변화는 없었다. 다만 관심이 쏠린 대한항공의 선발 세터는 유광우였다. 대한항공은 정한용 유광우 정지석 최준혁 김민재 러셀, 리베로는 료헤이가 나섰다. 현대캐피탈은 허수봉 황승빈 최민호 전광인 레오 정태준, 리베로 박경민으로 맞섰다.
대한항공은 1세트 첫 서브를 넣을 선수로 러셀을 택했다. 그만큼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붙이겠다는 마음가짐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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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은 16-14에서 레오의 한방을 시작으로 반전을 연출했다. 황승빈의 서브에이스, 전광인-레오의 연속 득점이 이어지며 순식간에 20-16으로 뒤집었다. 정지석을 앞세운 대한항공이 추격에 나섰지만, 20-19애서 최민호의 속공, 이어진 전광인의 러셀 블로킹이 결정적이었다. 전광인은 1세트에만 6득점을 올리며 팀을 이끌었다.
2세트는 대한항공의 반격. 5-6으로 뒤지던 세트 초반 러셀과 김규민의 득점에 현대캐피탈의 연속 범실이 이어지며 10-6으로 뒤집었다. 그 흐름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 고비 때마다 정지석-러셀-정한용이 짐을 나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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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바꾼 주인공은 'V리그의 왕' 레오였다. 8-7에서 서브 기회를 잡은 레오는 강렬한 서브에이스를 잇따라 터뜨리며 상대 리시브라인을 뒤흔들었고, 12-8로 차이를 벌렸다. 현대캐피탈의 가장 큰 적이었던, 그 레오가 현대캐피탈 팬들을 향해 뜨겁게 포효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맹추격 분위기에서 정한용과 러셀의 동선이 겹치는가 하면, 높게 뛰어오른 러셀의 발이 네트를 건드리는 등 불운이 뒤따랐다. 현대캐피탈은 세트 막판 상대 리시브라인을 매섭게 파고드는 전광인의 서브로 승기를 낚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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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끈질긴 추격 끝에 22-21로 뒤집었다. 레오의 범실에 이어 김민재의 블로킹이 터졌다.
하지만 최준혁의 서브 범실에 이은 허수봉의 절묘한 볼처리로 다시 23-22 역전, 러셀의 범실로 24-22가 됐다. 레오의 서브 범실이 나왔지만, 마지막 러셀의 공격이 벗어나며 현대캐피탈이 최후의 챔피언이 됐다.
레오는 앞서 1~2차전에는 잇따라 팀내 최다득점(25득점)을 올렸다. 이날은 황승빈의 지휘하에 허수봉(22득점)과 레오(19득점) 쌍포가 대폭발했고, 베테랑 최민호(11득점 2블록) 전광인(7득점 2블록)까지 효율 높은 득점력을 뽐냈다. 대한항공도 러셀(33득점) 정지석(13득점) 김규민(7득점 4블록)이 분투했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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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