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 세터' 곽명우, OK저축은행 '살림꾼'으로 떠오르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6-01-31 16:58


'백업 세터' 곽명우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OK저축은행의 새로운 살림꾼으로 거듭나고 있다. 곽명우가 31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벌어진 대한항공과의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몸을 던지는 수비를 펼치고 있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1.31

"마지막에는 조금 흔들렸다."

OK저축은행의 세터 곽명우(27)가 수줍게 웃었다.

'백업 세터' 곽명우가 31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벌어진 대한항공과의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고비 때 마다 중요한 리시브를 받아냈고 시몬과 송명근을 적절히 활용하는 볼 배급이 돋보였다. 퀵오픈, 오픈공격, 후위공격 등 다채로운 공격 루트를 창출하며 팀의 세트스코어 3대0(25-22, 25-18, 26-24) 승리에 일조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알토란 같은 활약이었다. 곽명우는 "대한항공이라는 강팀을 만나 긴장이 됐다. 초반에 잘 하다가 나중에 성급했다"며 "잘 안되더라도 감독 지시에 따라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마지막에 잘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 2년차지만 곽명우에게 선발은 낯설었다. 주전 세터 이민규에게 밀려있었다. 하지만 26일 삼성화재전 1세트에서 어깨 탈골로 이탈한 이민규의 공백을 잘 채웠다. 곽명우는 "선발 이야기를 듣고 대기실에서 긴장했다. 특히 대한한공 대선배들과 경기하는 게 부담되기도 했다. 하지만 배우는 입장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재미있게 하려 노력했다"며 "동료들을 믿고 갔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시절 대학무대 최고의 세터로 이름을 날렸던 곽명우였다. 하지만 2013~2014시즌 신인 드래프트 2순위로 OK저축은행에 입단한 후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졌다. 대학시절 맞수이자 한솥밥을 먹는 이민규와 무게감이 달라졌다. 이민규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대표로 발탁되고 지난 시즌 팀의 우승을 이끄는 동안 곽명우는 철저히 백업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포기는 없었다. 곽명우는 "코치, 동료들과 항상 많이 대화한다. 최대한 호흡을 맞춰 좋은 모습을 유지하려고 했다. 연습할 때도 팀 팀웍을 끌어올리는 생각만 했다"고 했다.

주전 세터 이민규의 이탈은 큰 부담이었다. 동료들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곽명우는 "확실히 (이)민규가 있을 때보다 선수들이 더 노력하는 것 같다. 민규가 워낙 잘 했다"며 "특히 (송)명근이가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명근이가 '너무 잘 올리려 하지 말고 공격수 믿고 올려라'고 해줬다. 그런 말들이 부담을 덜어줬다"고 설명했다.


시즌 후반에 찾아온 선발의 기회는 곽명우에게도 적잖은 부담이었다. 하지만 곽명우는 "팀에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얼굴에 맞더라도 전진수비를 생각했다"면서 "감독이 연타 페인트, 블로킹 맞고 떨어지는 볼을 잘 잡으라고 했다. 몸을 던져서라도 디그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날 3세트는 접전이었다.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섰지만 자칫 분위기를 빼앗길 수 있었다. 곽명우는 "막판에 마음이 급해져서 잘 안 됐던 부분이 있었다. 그 때 지난 삼성화재전을 떠올렸다. 그리고 시몬이 자신감있게 사인을 줬다"며 "믿고 올려준 것을 시몬이 잘 해결해줬다"고 했다.

곽명우가 이민규의 빈 자리를 기대 이상으로 채우고 있다. 분명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에게도 호재다. 하지만 김 감독은 "승리했기 때문에 칭찬할 건 칭찬하지만 오늘 모습은 칭찬하고 싶지 않다"며 냉정함을 유지했다.
인천=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전적(31일)

남자부

OK저축은행(20승8패) 3-0 대한항공(17승1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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