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사람이잖아요" '불굴의 닥공'이상수가 전하는 만리장성 격파 비법[WTT챔피언스 인천]

전영지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5-04-06 09:12 | 최종수정 2025-04-06 16:41


"중국도 사람이잖아요" '불굴의 닥공'이상수가 전하는 만리장성 격파 비법…

"중국도 사람이잖아요" '불굴의 닥공'이상수가 전하는 만리장성 격파 비법…
사진제공=월간탁구 고 안성호 기자.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중국 선수들도 사람이다."

'베테랑 닥공' 이상수(35·삼성생명·세계45위)가 5일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챔피언스 인천에서 또 한번 만리장성을 무너뜨린 후 한 말이다.

이상수는 이날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펼쳐진 대회 남자단식 8강전에서 '중국 에이스' 린가오위안(30·세계 6위)를 게임스코어 4대2로 돌려세웠다. 요즘 대세, '세계 5위' 펠릭스 르브렁을 돌려세운 '닥공'의 기세에, 린가오위안이 흔들렸다. 포어, 백드라이브에서도, 리시브, 디펜스에서도, 랠리 싸움에서도, 기세에서도 한치도 밀리지 않았다. 중국을 상대로 보기 드문 파이팅에 인스파이어 아레나엔 "이상수!" 함성이 울려퍼졌다.


"중국도 사람이잖아요" '불굴의 닥공'이상수가 전하는 만리장성 격파 비법…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중국도 사람이잖아요" '불굴의 닥공'이상수가 전하는 만리장성 격파 비법…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대한민국 남자탁구의 맏형으로 '유승민, 오상은, 주세혁'의 계보를 이어, 리우,도쿄올림픽에 나섰던 이상수는 빠른 발과 파워풀한 포어드라이브를 장착, '닥공'이라는 애칭으로 불려온 에이스다. 공이 제대로 맞아들어가는 날이면 마롱, 판젠동 등 중국 에이스들도 돌려세우는, '절대' 공격력을 가진 선수이자, 확고부동한 '한방'으로 세계선수권서도 가장 오랜 기간 가장 많은 메달을 보유한 에이스다. 지금은 아내가 된 박영숙과 2013년 파리세계선수권 혼합복식 은메달을 따냈고, '영혼의 파트너' 정영식과 함께 2015년 쑤저우세계선수권, 2017년 뒤셀도르프세계선수권 개인 단식, 복식 동메달에 이어 2023년 더반세계선수권에선 띠동갑 후배 조대성과 함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근까지 중국을 상대로 가장 강한 면모를 보여준 선수이기도 하다. 2023년 WTT챔피언스 프랑크푸르트 16강에선 '세계 1위' 판젠동을 꺾었고, 지난해 2월 부산세계선수권(단체전) 중국과의 4강전선 '올림픽 2연속 챔피언' 마롱을 돌려세웠으며, 3월 WTT싱가포르 스매시에선 '세계 5위' 린가오위안을 격파했다. 그리고 이날 1년 만의 '안방' 리턴매치에서 또다시 린가오위안을 돌려세우며 한국 선수 유일의 4강행, 동메달 확보와 함께 한국 탁구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포디움을 확정 지은 후 이상수는 언제나처럼 겸손했다. 4강행 비결을 묻는 질문에 "린가오위안이 실수가 별로 없는 선수인데 오늘 실수가 나왔고, 내게 운이 많이 따랐다"고 답했다. "연결이 되면 제가 보통 불리했는데 오늘은 랠리 싸움에서 5대5까지 갔다"고 승리 요인을 짚었다. '닥공'을 가능케 한 안정적인 리시브가 돋보였다. "왼손 상대로 답답한 경기가 많았어서 리시브 훈련을 많이 한 부분이 통했다"고 답했다. 이상수는 린가오위안에 강했다. 이날 승리로 상대 전적 총 7승5패, 시니어 성적만 보면 3승5패가 됐다.


"중국도 사람이잖아요" '불굴의 닥공'이상수가 전하는 만리장성 격파 비법…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장우진, 임종훈, 안재현 등 걸출한 대표팀 후배들이 모두 탈락한 상황, '한솥밥 후배' 조대성의 부상으로 인해 일주일 전 '와일드카드'로 출전을 결심한 '맏형'이 나홀로 4강에 오르는 사고를 쳤다. 이상수는 지난해 종합선수권 남자단식에서 후배들을 모두 꺾고 첫 우승한 후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한결같이 지원해준 소속팀 삼성생명에서 지도자의 길을 준비할 계획도 짰다. 선수 생활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시간, 이철승 삼성생명 감독도 놀랄 정도로 "세련되고 안정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마음을 내려놓은 탓일까. 승부처에서도 예전처럼 서두르지 않고, 편안하게 받아내는 '밀당'의 여유가 생겼다. '대표팀 복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 본인은 손사래를 쳤지만, 현장에서 '은퇴하기엔 아깝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중국도 사람이잖아요" '불굴의 닥공'이상수가 전하는 만리장성 격파 비법…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흔들림 없는 경쟁력을 유지하며 후배들에게 가야할 길을 보여준 데 대해 이상수는 "후배들이 훨씬 더 잘한다. 나보다 훨씬 더 능력 있다"며 자신을 낮췄다. "지금은 제가 4강에 올라갔지만 앞으로 후배들이 더 많이 포디움에 오를 것이다. 제 탁구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후배들을 뒤에서 많이 서포트하고 응원해주고 싶다"고 했다. '만리장성' 중국을 가장 많이 뛰어넘은 비결로 그는 "자신감"을 꼽았다. "볼이 제대로 들어가는 날은 누구를 만나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웃었다. "들어갈 때부터 지고 싶은 사람은 없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이 제 장점이기도 하고, 그게 중국을 이길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봤다. "선배님,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는 대로 중국선수들도 사람이다. '철저히 준비하고 우리 것을 충분히 보여주면 잘할 수 있다'는 말씀을 새기고 있다"고 했다.

6일 오후 1시30분 펼쳐질 준결승전에서 '대만 왼손 에이스' 린윤주(23·세계 14위)와 맞붙는다. 2019년 아시안컵에서 풀게임 접전 끝에 3대4로 석패한 상대다. 볼 구질이 까다로운 린윤주를 상대로 이상수는 "쉽지 않다"면서도 "또한번 도전해보겠다"며 웃었다. "이번 대회 목표는 매경기 안방 관중들을 위해 재미있는 경기, 멋있는 경기를 하자는 것이었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4강전도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담담한 각오를 전했다.

이날 준결승전은 '내동중-삼성생명 직속 선배, 아테네올림픽 챔피언'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축구 레전드' 이동국 가족과 동행, 직관할 예정이다. 이상수는 "유 회장님께 제가 보여드릴 건 경기력뿐이다.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