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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이)상수가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것같다."
이 감독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10살 차 후배 유승민(현 대한체육회장)과 남자복식 금메달을 따낸 에이스이자 자타공인 한국 탁구의 레전드다. 2009년 이상수의 삼성생명 입단 이후 15년 넘게 동고동락하며 '탁구명가' 삼성생명의 패권을 면면히 이어온 이 감독 역시 은퇴를 코앞에 뒀다는, 이상수의 미친 '닥공'에 "나도 신기하다. 모르겠다"며 미소 지었다.
올해 나이 35세, '맏형' 이상수는 지난해 말 후배들을 모두 꺾고 전통과 권위의 종합탁구선수권 남자단식 정상에 선 후 국가대표 은퇴를 전격 선언했다. 올해 초 세계탁구선수권 국대 선발전에도 나서지 않았다. "나보다 탁구를 잘 치는, 훌륭한 후배들이 많다. 좋은 후배들이 더 많은 기회를 통해 저보다 훨씬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선배로서 밀어주고 싶다"고 했다. 소속팀 삼성생명과 함께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지도자 수업을 시작할 계획도 세웠다. 올해는 랭킹 상승을 위한 WTT컨텐더, 스타 컨텐더 대회 대신 WTT의 상위랭커 초청 대회인 챔피언스 등에만 출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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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펠릭스 르브렁과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앞두고 우리팀(삼성생명)에서 함께 훈련한 적이 있다. 당시엔 다소 밀리는 부분도 있었는데 경기를 하면서 풀리더라. 상수가 펠릭스나 린가오위안처럼 빠른 박자 상대와 붙어 한번 풀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연습량이 많지 않아 몸이 무거울까봐 걱정했는데 톱랭커들과 경기를 거듭하면서 점점 풀리더라"고 설명했다. 린가오위안을 잡은 이유로 이 감독은 "중국선수들과 할 때는 끝까지 타이트하게 붙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끝까지 질기게 따라붙으면 오히려 중국선수들이 당황하고 소극적으로 흔들린다"고 했다. "상수가 린가오위안의 범실을 놓치지 않았고, 4게임 7-10으로 밀리던 상황에서 내리 5득점하며 12-10 듀스게임으로 승리한 것이 승부처가 됐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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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이상수가 15년째 한결같이 정상급 기량을 이어온 비결에 대해 "꾸준한 자기관리, 연습량"을 꼽았다. "서른이 넘으면 연습량이 절반으로 줄고 치료나 보강, 관리하는 시간이 많아지는데 상수는 불과 얼마 전까지도 후배들과 더 많거나, 같은 연습량을 소화했다. 선수는 기술적으로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연습량과 체력이 안따르면 안되는데 상수는 전성기 때나 지금이나 연습량, 훈련과정이 똑같다. 그래서 이만큼 버틸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타점, 타이밍도 늦어지고 볼 스피드, 파워도 떨어지다보니 스스로 힘들어서 무너지는데 상수는 볼끝이 더 살아나고 있다. 상대도 빠른 박자가 더 빠른 박자로 돌아오니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은퇴시기가 다가오면서 심리적으로도 한결 편안해진 것같다. 매 경기를 즐기고 있다. '준비한 대로 하자, 재미있게 하자'는 생각만 하는 것같다. 마지막 승부수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과감하게 하다보니 결과가 따라오는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여전히 세계 무대에서 통하는 실력, 애제자의 은퇴가 아깝다는 시선에 이 감독도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 종합대회 우승 이후 상수의 플레이에 여유가 생겼다. 리시브, 디펜스에 여유가 생겼고 편안하게 한다. 예전엔 다소 급한 부분도 있었는데 탁구 커리어가 끝날 무렵이 되면서 점점 탁구가 세련되게 변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한국 탁구 레전드' 이 감독에게도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애제자' 이상수의 세월을 거스르는 '닥공'은 흐뭇한 '미스터리'다. 6일 펼쳐질 '대만 왼손 에이스' 린윤주와의 4강 맞대결을 앞두고 이 감독은 기대감을 표했다. "린윤주가 까다롭다고 하지만 빈틈도 있을 것이다. 잘 준비하면 또 한번 좋은 승부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