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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반 포기 상태였는데 운이 따른 우승이다."
박 9단의 우승으로 한국은 2014년 김지석 9단이 중국의 탕웨이싱 9단을 2대0으로 꺾은 이후 무려 7년만에 다시 정상을 탈환했다. 그동안 중국 기사들에 밀려 결승 진출조차 쉽지 않았던 한국은 20대 기수 신진서 9단이 지난해 결승에 오른데 이어 올해는 지난 2007~2008년 12회 대회 이후 13년만에 한국 기사끼리 맞붙는 축제 분위기 속에 삼성화재배 통산 13번째 우승컵을 안게 됐다. 한국에 이어 중국은 11번, 일본은 2번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 1국에서 패한 박정환 9단은 2국에서의 승리 기세를 그대로 3국까지 이어가며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초반 좌상변 접전에서 득을 본 박 9단은 실리로 앞서가며 중반 한때 인공지능 승률 그래프 95%에 육박할 정도의 리드를 잡으며 국면을 주도했다. 불리한 신진서 9단이 백 대마를 추궁하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박 9단이 대마를 잘 수습하자 집이 부족한 신 9단이 돌을 거뒀다. 대국 개시 3시간15분 만의 종국이었다.
박 9단은 "처음부터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결승 1국까지 패해 거의 반 포기 상태였는데 운이 따른 것 같다"며 "결승 2, 3국 모두 정말 내용이 어렵고 한수라도 실수하면 바로 지는 바둑이었기 때문에 승리가 더 값지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어제 밤에 연구한 모양이 좌상변에서 나와 초반 시간을 안 들이고 좋은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면서 "이번 우승은 정말 뜻밖의 우승이다. 8강전 진출자를 보니 제가 나이가 가장 많더라.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생각해 더 절박하게 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배 우승에 성공한 박 9단은 개인 통산 5번째 메이저 세계대회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2년 만에 무관에서 탈출했다. 또 입단 후 32번째 타이틀을 획득한 박 9단은 신 9단과의 상대전적도 22승26패로 좁혔다.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은 2019년 6월 춘란배 이후 2년5개월 만이다.
박 9단은 삼성화재 황상민 상무와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로부터 우승 트로피와 우승 상금 3억원을 받았다. 준우승을 차지한 신 9단에게는 트로피와 준우승 상금 1억원이 돌아갔다.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하는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1996년 창설돼 올해로 26번째 우승자를 가리며 세계 바둑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 1999년 4회 대회부터 프로기전 사상 처음으로 아마추어에게 문호를 개방한 삼성화재배는 2001년 6회 대회부터 통합예선을 완전 오픈해 참가를 원하는 모든 외국기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2004년 9회 때는 세계 최초로 상금제를 실시하며 선진적인 대회 시스템을 구축했다. 2006년 여성조 신설, 2009년 바둑대회 최초로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 도입 및 시니어조를 그리고 2013년에는 월드조를 신설했다. 이밖에 프로암바둑대회 개최, 창간 20년 기념책자 발간, 바둑 꿈나무 선발전, 방과 후 바둑대회와 대학생 바둑대회 개최, 군부대 바둑보급활동 등 다양한 시도와 이벤트를 병행한 삼성화재배는 '세계바둑제전'이라는 별칭에 걸맞은 변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으며, 프로기사들이 가장 참가하고 싶은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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