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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아이스하키]단일팀, 일본과 맞선 남북은 하나였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2-14 21:27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일본의 경기가 14일 오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렸다. 단일팀이 1대4로 패한 가운데 선수들이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14/

상대의 강력한 슛에 몸을 아끼지 않았다. 크리스 안의 신소정을 보호하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들었다.

일본 앞에 남과 북은 없었다. 코리아만이 있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14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1대4(0-2, 1-0, 0-2)로 아쉽게 패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단일팀은 이번 대회를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치르고 있다. 경기는 물론 훈련에도, 내외신의 엄청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장에는 북한 응원단이 등장했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VIP들이 여러차례 경기장을 찾았다.

가뜩이나 전력에서 열세인 상황. 설상가상 연이은 대패로 분위기까지 흔들렸다.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는 '숙적' 일본이었다. '가위바위보'도 지지 말라는 한일전이지만, 객관적 전력에서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한국은 일본을 맞아 7전 전패, 1득점-106실점으로 절대열세였다. 2007년 창춘아시안게임에서는 0대29 참패를 당하기도 했다. 당연한 결과다. 2회 연속 올림픽 자력 출전에 성공한 일본 여자아이스하키의 등록선수는 2587명에 달하지만, 한국은 단 319명에 불과하다. 한국은 중, 고등학교, 대학교, 실업까지 한개의 팀도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일본의 경기가 14일 오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렸다. 단일팀이 1대4로 패한 가운데 투혼으로 추가골을 막은 신소정과 동료들이 포옹을 하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14/
또 한번의 완패가 예상되던 순간, 코리아의 저력이 꿈틀거렸다. 일본을 상대로 단일팀은 진정한 '원팀'이 됐다. 정수현 김향미 김은향 황충금, 북한 선수는 4명으로 늘었지만, 단일팀의 조직력은 더 좋아졌다. 남과 북의 선수들은 조직적인 압박과 조직적인 공격으로 일본을 몰아붙였다. 위기 때는 투혼을 발휘했다. 상대의 강력한 슛에 몸을 날렸고, 우리 선수가 밀리면 몸싸움도 불사했다.

원팀의 결실은 역사적인 올림픽 첫 골로 이어졌다. 2피리어드 9분31초 박윤정의 패스를 받은 랜디 희수 그리핀의 슈팅이 그대로 일본의 골네트로 빨려들어갔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올림픽 첫 골이자 6년만에 터진 일본전 골이었다. 빙판 위의 선수들은 물론 벤치의 선수들도 모두 함께 환호했다. 하나된 코리아의 투혼은 승리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경기 후 선수들 모두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잘했다. '원팀'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일본 앞에 코리아는 하나가 됐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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