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韓,4년후엔 패럴림픽 메달!" '휠체어컬링리그'회장님도,'부부에이스'남봉광X백혜진도 한목소리[현장리포트]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10-17 12:50 | 최종수정 2022-10-18 07:53


경기도장애인체육회 컬링팀 스킵 남봉광(왼쪽)의 드로샷을 아내 '리드' 백혜진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컬링협회

"이렇게 계속 해가다보면, 4년 후 패럴림픽에선 대한민국이 분명 시상대에 오를 거예요!"

지난 13일, 경기도 의정부컬링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코리아휠체어컬링리그 현장에서 만난 베이징패럴림픽 '국대 리드' 백혜진이 환한 미소로 자신감을 표했다. 백혜진은 올해 초 베이징패럴림픽에 첫 출전했다. 경기도 동호인팀 '의정부 롤링스톤스'의 일원으로 대표 선발전을 통과했고, 패럴림픽 무대에서 컬링 강국들과 패기만만하게 맞섰지만 경험 부족이 뼈아팠다. 최종 6위를 기록했다.

베이징 선수단장으로 현장에서 동고동락했던 윤경선 대한장애인컬링협회장은 선수들의 눈부신 투혼엔 감동의 눈물을 쏟았고, 아쉬운 노메달엔 분루를 삼켰다. "우리 선수들을 잘 지원해, 4년 후 2026년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패럴림픽에선 기필코 메달을 가져오고야 말 것"이라고 했다.

약속은 지켜졌다. 지난 9월 14일 장애인 동계종목 최초, 세계 최초의 컬링 리그인 '코리아휠체어컬링리그(KWCL)'가 출범했다. 9월 14~17일 강릉컬링센터, 9월 27~30일 의성컬링센터에서 1~2라운드, 각 7경기를 치른 후 10월 12~14일 의정부에서 3라운드를 치렀다. 10월 25~28일 최종 라운드(이천선수촌) 후 1~4위팀을 가린 후 내달 1일부터 강릉컬링센터에서 플레이오프가 시작된다. 3~4위전을 거쳐 2위와 3~4위전 승자가 맞붙는다. 플레이오프 최종 승자는 2~3일 챔피언결정전에서 정규리그 1위팀과 3선2승제로 '진짜 챔피언'을 가리게 되고, '챔피언팀'은 국가대표로서 2023년 캐나다 리치몬드 세계선수권 출전 자격을 확보한다.


백혜진이 소속된 경기도장애인체육회가 압도적 1위를 질주 중이다. 백혜진은 지난 7월 경기도에서 실업팀을 창단하면서 동료이자 남편인 남봉광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집에서도, 훈련장서도, 하루 24시간 오로지 컬링 이야기뿐이라는 이 부부와 동료들의 시너지에 힘입어 경기도는 매 라운드 승승장구중이다. 남봉광-백혜진 부부와 이재권 감독, 김승민 코치, 차진호(서드), 고승남(세컨)으로 구성된 경기도장애인체육회는 14일 평창패럴림픽 '오벤져스' 정승원, 방민자가 속한 한전KDN과 대혈투를 펼쳤다. 시소게임이 이어지던 마지막 엔드, 고승남의 드로우샷 후 마지막 후공에 나선 정승원의 샷이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며 6대5. 극적인 1점차 승리를 거뒀다. 18승3패(승점 54)로, 2위 서울특별시청(15승6패, 승점45)과 승점 9점차 1위를 유지했다.

최고의 성적에 대한 찬사에 '부촘수' 칭찬이 이어졌다. '스킵' 남봉광은 "(백)혜진이가 앞에서 꼼꼼하게 얼음 파악, 스톤 파악을 잘 해준다. 팀원들이 그 조언을 따르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다보니 성적이 좋게 나온다"고 했다. 백혜진은 남봉광의 작전 수행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경기분석을 정말 열심히 한다. 다른 팀 성향을 잘 파악해 그 팀에 맞게 작전을 판단해 지시한다. 샷도 굉장히 정확하다"고 평했다.

이들의 목표는 '부부 동반 태극마크'다. 백혜진은 "베이징패럴림픽에 다녀온 후 컬링이 더 좋아졌다. 아쉬움이 컸던 만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했다. "이렇게 리그에서 많은 경기를 하고 나면, 전세계 어떤 얼음에 가더라도 적응이 쉬울 것같다. 다시 국가대표가 돼 시상대에 올라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경기도장애인체육회 4명의 선수 중 유일하게 국가대표 경험이 없다'는 남편 남봉광은 더 절실했다. "저 빼곤 다 국가대표를 해봤다. 일단 태극마크부터 달아야겠다. 국가대표를 경험한 후 부족한 점을 보완해 이탈리아에 가는 게 목표"라며 패럴림픽의 꿈을 감추지 않았다. 첫 부부 컬링 국대의 탄생이 임박했다.

백혜진은 '세계 최초 컬링리그가 패럴림픽 메달 획득에 도움이 될까'라는 우문에 "당연하다"고 즉답했다. "대한민국 어느 팀이 나가든 메달을 딸 확률이 높다"고 했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1~8위까지 모든 팀들의 기량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다. 상향 평준화를 실감하고 있다. 이렇게 함께 발전하다보면 국제무대보다 국내 선발전을 통과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컬링협회


이날 윤경선 대한장애인컬링협회장이 선수들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윤여묵 경기도장애인컬링협회장, 서원영 협회 전무이사, 김정훈 사무국장을 통해 리그 현황을 세심하게 살폈다. "내년에 서울시장배, 경기도지사배와 함께 코리안리그를 더 잘 이어가야 한다. 밀라노패럴림픽을 위해선 4인조 컬링뿐 아니라 믹스더블(혼성 2인조) 리그도 함께 잘 준비해야 한다"더니 "밀라노에서 메달 2개를 꼭 따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짧은 기간에 리그를 이렇게 만든 것만 해도 엄청난 일 아니냐. 우리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하고, 목표도 뚜렷하다"면서 "내년엔 공영방송, 포털 등 주요 채널 중계를 통해 팬들이 휠체어컬링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하자. 기업 후원도 더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선수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2시간 가까이 먼 발치에서 선수들을 지켜보다 조용히 자리를 뜨는 '휠체어 컬링' 수장의 얼굴엔 미소가 넘쳐났다. 인터뷰 요청에 한사코 손사래 치더니 이 한마디를 남겼다. "휠체어컬링리그, 정말 멋지잖아요. 행복하잖아요."
의정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