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계속 해가다보면, 4년 후 패럴림픽에선 대한민국이 분명 시상대에 오를 거예요!"
약속은 지켜졌다. 지난 9월 14일 장애인 동계종목 최초, 세계 최초의 컬링 리그인 '코리아휠체어컬링리그(KWCL)'가 출범했다. 9월 14~17일 강릉컬링센터, 9월 27~30일 의성컬링센터에서 1~2라운드, 각 7경기를 치른 후 10월 12~14일 의정부에서 3라운드를 치렀다. 10월 25~28일 최종 라운드(이천선수촌) 후 1~4위팀을 가린 후 내달 1일부터 강릉컬링센터에서 플레이오프가 시작된다. 3~4위전을 거쳐 2위와 3~4위전 승자가 맞붙는다. 플레이오프 최종 승자는 2~3일 챔피언결정전에서 정규리그 1위팀과 3선2승제로 '진짜 챔피언'을 가리게 되고, '챔피언팀'은 국가대표로서 2023년 캐나다 리치몬드 세계선수권 출전 자격을 확보한다.
|
이들의 목표는 '부부 동반 태극마크'다. 백혜진은 "베이징패럴림픽에 다녀온 후 컬링이 더 좋아졌다. 아쉬움이 컸던 만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했다. "이렇게 리그에서 많은 경기를 하고 나면, 전세계 어떤 얼음에 가더라도 적응이 쉬울 것같다. 다시 국가대표가 돼 시상대에 올라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경기도장애인체육회 4명의 선수 중 유일하게 국가대표 경험이 없다'는 남편 남봉광은 더 절실했다. "저 빼곤 다 국가대표를 해봤다. 일단 태극마크부터 달아야겠다. 국가대표를 경험한 후 부족한 점을 보완해 이탈리아에 가는 게 목표"라며 패럴림픽의 꿈을 감추지 않았다. 첫 부부 컬링 국대의 탄생이 임박했다.
백혜진은 '세계 최초 컬링리그가 패럴림픽 메달 획득에 도움이 될까'라는 우문에 "당연하다"고 즉답했다. "대한민국 어느 팀이 나가든 메달을 딸 확률이 높다"고 했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1~8위까지 모든 팀들의 기량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다. 상향 평준화를 실감하고 있다. 이렇게 함께 발전하다보면 국제무대보다 국내 선발전을 통과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
|
이날 윤경선 대한장애인컬링협회장이 선수들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윤여묵 경기도장애인컬링협회장, 서원영 협회 전무이사, 김정훈 사무국장을 통해 리그 현황을 세심하게 살폈다. "내년에 서울시장배, 경기도지사배와 함께 코리안리그를 더 잘 이어가야 한다. 밀라노패럴림픽을 위해선 4인조 컬링뿐 아니라 믹스더블(혼성 2인조) 리그도 함께 잘 준비해야 한다"더니 "밀라노에서 메달 2개를 꼭 따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짧은 기간에 리그를 이렇게 만든 것만 해도 엄청난 일 아니냐. 우리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하고, 목표도 뚜렷하다"면서 "내년엔 공영방송, 포털 등 주요 채널 중계를 통해 팬들이 휠체어컬링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하자. 기업 후원도 더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선수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2시간 가까이 먼 발치에서 선수들을 지켜보다 조용히 자리를 뜨는 '휠체어 컬링' 수장의 얼굴엔 미소가 넘쳐났다. 인터뷰 요청에 한사코 손사래 치더니 이 한마디를 남겼다. "휠체어컬링리그, 정말 멋지잖아요. 행복하잖아요."
의정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