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이러쿵 저러쿵] 방송작가 Y씨의 연애스토리
기사입력 2000년 02월 13일 15시 51분
며칠 전 방송작가들 서너 명과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날 대화의 화제는 한 방송작가의 연애 스토리였는데, 코믹 시추에이션 드라마에나 등장할 법한 흥미로운 스토리들이 등장해 밤이 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날 자신의 연애스토리를 털어놓은 방송작가 Y씨는 올해 서른 살의 여성. 경력 6년이 넘어서고 있는데 지금까지 이성을 만나 사랑을 나눈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한다.
Y씨는 올해 `결혼'이라는 목표를 세웠는데, 새해가 시작된 지 한 달 남짓에 그녀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3개 프로그램을 맡아 눈코뜰새 없이 바쁜 생활 중에도 선을 무려 4번이나 보았다고 한다. 20만원만 내면 결혼할 때까지 중매를 해주겠다는 결혼중개업소의 회원으로 가입했다는 것.
항상 `저 대치동에 살아요'라는 농담으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는데, 요즘에는 `저 20만원에 팔려가요'라며 안쓰런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그녀의 눈물겨운 노력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동료작가들은 `Y작가 결혼 추진위'를 결성하며 그녀의 결혼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고 한다. 최근 Y작가는 집안의 소개로 의사와 다섯번 정도 데이트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데이트를 할 때마다 결혼추진위 소속 작가들이 만든 콘티(?)에 따라 데이트를 하고 있다.
데이트 코스와 먹을 음식, 그리고 해야할 말까지 모두 설정을 해놓고 나간다는 것. 한마디로 다른 방송작가들이 만들어준 콘티에 따라 연애를 하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극장에서는 팝콘을 Y작가가 들고, 음료는 반드시 한 개만 사고 스토로도 한 개만 꼽는다는 식이다. 팝콘을 먹다가 우연찮게 스킨십을 하기 위한 설정이다.
또 남자가 스키장에 가자고 했을 때도 `스키장에 가는 것이 도움이 되는가, 도움이 되지 않는가'에 대한 대책회의를 열었을 정도.
스키장에 갔을 때 약간 굵은 다리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지만 자연스런 스킨십을 나눌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어 의견이 분분했다는 것.
결국 `다리 노출'의 우려보다는 `스킨십'의 장점을 높이 사 스키장에 함께 가는 것으로 콘티(?)를 짰다고 한다.
어쨌든 다른 방송작가들의 완벽한 `콘티'에 따라 Y씨의 연애는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항상 바쁜 일 때문에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해본 Y씨가 인생 최고의 콘티(?)를 완성하기를 바란다.
글:이문성 [영화기획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