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남매] 엄마 아빠 품떠나 많은것 배웠어요
기사입력 1997년 01월 10일 15시 38분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남매가 유럽 배낭여행기를 연이어 펴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 연희초등학교 6학년, 5학년에 각각 재학중인 강상영양(12)_두섭군(11) 남매. 상영양은 최근 `좌충우돌 유럽유행'(계몽사)이라는 아담한 `저서'를 내 `꼬마 저자'로 데뷔했다. 이에 앞서 두섭군은 지난 95년 `유럽 배낭여행기'(남광)를 누나보다 먼저 펴내 스타가 됐다. 두 책 모두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이용해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체험일기다. 여행은 두번 다 남매가 동행했다. 꼬마 둘이 손을 잡고 유럽을 가게 된데는 아버지 강용덕씨(50．사업)와 어머니 조정옥씨(44)의 열린 교육관 덕분이다. "자기책임하에 하고싶은 것은 다하라"는 것이 두 사람의 교육방침. 남매가 유럽여행을 가고싶다고 했을 때도 부모들은 고민하다 세영(23), 아영(22) 두 언니를 따라붙이고 "반드시 여행일기를 꼼꼼히 써오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두 아이의 책은 그렇게 쓰여진 일기를 토대로 한 것들이다. 두 언니도 따뜻한 보호자는 아니었다. 따라가기는 했지만 수시로 어린 동생들끼리만 거리를 돌아다니게 하고 `미행'을 하여 독립심을 키워줬다. 두 아이의 여행기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을까. 두 어린이의 눈에 비친 유럽과 유럽인들의 스케치는 어른들의 여행기와는 그 맛이 다르다. 고생담도 많다. "돈이 거의 떨어져 식빵 한조각으로 한동안 연명하다 어느날 누나들이 큰맘먹고 한국식당에서 김치찌개를 사주었는데요, 막 눈물이 나는 거예요. 너무 기뻐서요. 물 사마실 돈을 아끼려고 누나들과 함께 거의 10㎞를 걸은 적도 있어요."(두섭군) "독일의 한 나체공원에 놀러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어른들이 전부 발가벗고 있는 거예요. 근데 세영 언니가 비디오카메라로 그 사람들을 막 찍었어요."(상영양) 아버지는 "여행을 다녀오더니 아이들이 단단하게 여물었다"고 대견해 한다. 두 어린이의 글에 어른들은 손을 대지 않았다. 지명이나 인명이 틀린 경우를 빼놓고는 문장도 고치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읽는 재미가 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