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무단투기 꼼짝마"…잠복 단속에 외국인 홍보도 강화

기사입력 2025-04-08 07:53

[촬영 장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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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장지현]
외국근로자 밀집 울산 동구서 외국인 적발 건수 4년 새 10배↑

"분류 어렵고 배출 요일 헷갈려"…5개 언어로 배출 요령 안내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생활쓰레기 불법 투기는 늘어나는데, 사후 단속으론 한계가 있어서 잠복근무까지 하게 됐습니다."

지난 2일 오후 8시 울산 동구 방어동의 인적이 드문 한 골목.

이곳은 인근 조선소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빌라 밀집 구역이자, 쓰레기 상습 투기 구역 중 하나다.

환하게 빛나는 가로등에 부착된 불법 투기 금지 안내문 바로 아래에 쓰레기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다.

2시간가량 쓰레기 불법 투기 잠복 단속에 나선 공무원들은 근처 길가에 차를 세우고 조용히 숨을 죽였다.

외국인 불법 투기자와의 소통을 위해 모집한 스리랑카,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외국인 자원봉사자 6명도 함께했다.

단속 시간 동안 휴대전화 불빛은 최대한 낮췄고, 시선은 창밖으로 고정했다.

외국인 봉사자들은 누군가 전봇대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저 사람 손에 들고 있는 게 불법 투기하는 쓰레기 같다"고 소곤댔다.

다만 이날은 불법 투기 장면이 포착되지 않았다.

동구청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단속은 밤 8시부터 10시까지 하는데 요즘은 아예 더 늦은 시간이나 새벽에 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 동구는 대기업 조선소가 여러 곳 위치한 국내 최대 조선업 메카다.

최근 조선업 호황을 맞아 지역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유입된 가운데 쓰레기 불법 투기도 급증하고 있다.

동구에 따르면 지난해 쓰레기 불법 투기 적발 건수는 461건으로 2020년(180건)에 비해 2배 이상 훌쩍 늘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적발 건수도 14건에서 137건으로 약 10배 늘었다.

전체 불법 투기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7.8%에서 29.7%로 4배 가까이 커졌다.

기존 방법만으론 급증하는 불법 투기를 막기 어려워 잠복 방식까지 도입하게 됐다는 것이 동구 설명이다.

동구 관계자는 "하루가 멀다고 민원이 들어오는 골목도 있는데 투기자를 특정하는 과정은 길고 어렵다"며 "투기 현장을 즉각 적발하면 경각심도 생기고 소문이 나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 같아 잠복 단속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밀집지를 중심으로 불법 투기가 급증하는 주요인으로는 쓰레기 배출법에 대한 문화적 차이, 한국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이 꼽힌다.

실제로 이날 단속에 참여한 외국인 봉사자들은 한국의 쓰레기 배출 방법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베트남 국적의 한 봉사자는 "우리나라(베트남)와 달리 한국은 재활용품을 분리 배출해야 하는데 분류하는 방법이 어렵고 배출하는 요일도 달라 헷갈린다"고 토로했다.

한국에 온 지 10년 정도 됐다는 우즈베키스탄인 봉사자도 "지금은 대부분의 규칙을 알고 있지만 처음 한국에 왔을 땐 쓰레기 배출 방법이 생소하고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며 "다른 동료들에게도 오늘 배운 내용을 가르쳐 주겠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국적의 한 봉사자는 "구청에서 나눠주는 배출 방법 안내문에는 글자만 있는데 쓰레기 종류와 개념이 본국과 다르다 보니 헷갈리는 면이 있다"며 "사진이나 그림이 같이 들어가면 훨씬 알아보기 쉬울 것 같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동구청의 쓰레기 불법 투기 근절 집중단속은 지난 3월 시작됐으며 6월까지 이어진다.

동 직원, 자생단체 회원, 구청 직원 등으로 이뤄진 단속반이 동별 2~3곳 정도의 취약지역에서 매주 1회 2시간 정도 잠복한다.

무단투기 적발 시 현장에서 확인서를 징구해 즉시 과태료를 부과한다.

외국인 자원봉사자도 단속에 동행하며 외국인 투기자와의 소통을 돕는 역할을 한다.

단속 대상지에는 이동형 CCTV를 추가 배치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생활쓰레기 배출 요령 안내문을 5개 언어로 번역해 구청 민원실과 동 행정복지센터, 외국인 기숙사에 배부하는 등 주민 대상 홍보도 강화한다.

jjang23@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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