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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시작되는 3월은 겨우내 주춤했던 신체활동이 활발해지며, '비만과의 전쟁'이 새롭게 시작되는 달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7년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한 이후 2015년 3월 4일을 '세계 비만의 날'로 제정했다. 보건복지부도 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함께 다음 달 3일까지 '가볍게, 일상에서 걷고, 물을 마시고, 나트륨·당·지방을 줄이자'를 주제로 대국민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2012년 9.7%였던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2021년 19.3%로 10년만에 약 2배 증가했다. 교육부의 '2023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 및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결과'에서도 우리나라 초중고교생 중 비만군 비율은 2017년 23.9%에서 2022년 29.6%로 껑충 뛰었다. 2022년 기준 한국 청소년의 비만율(과체중·비만)이 중국, 일본, 대만을 포함한 동아시아 4개국 중에서 가장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소아 비만은 성인 비만과 마찬가지로 고지혈증, 지방간, 고혈압과 당뇨병 등 성인병 조기 발병 뿐만 아니라, 성조숙증, 우울증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권장된다. 특히 고도 비만인 경우 고지혈증(61%), 지방간(38%), 고혈압(7%), 당뇨병(0.3%) 등 78% 이상이 합병증을 가지고 있고, 반수 이상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이같은 소아·청소년 비만 관리는 쉽지 않다. '성장기'라는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이 키로 간다"거나, "크면 저절로 살이 빠진다" 등의 속설은 모든 소아·청소년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환경 역시 변화했다.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경우 하루 평균 11시간 이상 앉아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평일에 학습 이외의 목적으로 앉아 있는 시간이 2017년 2.6시간에서 2023년 3.4시간으로 크게 늘었다. 줄어든 신체활동 외에도 학교에서 학원으로 곧바로 이동하고 저녁식사를 집 밖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늘면서, 식생활 역시 경고등이 켜졌다. 아침 결식률과 에너지음료 섭취율은 증가한 반면, 과일·채소·우유 섭취는 줄었다.
자칫 관리 시기를 놓치게 되면 평생 비만과 그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아·청소년 비만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소아비만 치료 원칙은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에너지 소비량을 증가시켜 비만도를 낮추는 것이 우선이다. 다만 성장에 지장을 초래하는 극단적인 저칼로리 요법은 시행하지 않는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해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체중을 감량하고 비만을 초래하는 생활습관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식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특정 음식을 조절하지 못하고 강박적으로 섭취하는 '음식 중독' 증세가 심각한 아동·청소년의 비만 비중이 높고, 정서·행동문제가 생길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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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혁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이들은 단순히 '살 빼야 한다'는 말만으로는 동기 부여가 잘 되지 않는다"면서, "체성분 검사 결과나 혈압·혈당 수치 같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직접 보여주며 왜 관리가 필요한지 설명해주면 생갭다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 변화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목표 체중을 정할 때도 조금씩 꾸준히 변화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아이가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지속적으로 노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