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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전투기가 발진한다..2초대 제로백 뽐낸 SUV, 로터스 엘레트라 R

카가이 기자

기사입력 2024-12-02 08:22

사진제공 : 카가이(www.carguy.kr)


“야~이건 자동차가 아니라 전투기를 타는 것 같네! 전면 디자인도 전투기 느낌이 나는데 제로백 2.95초 발진 가속력은 활주로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느낌이네”



로터스코리아가 출시한 하이퍼 SUV 엘레트라(Eletre) 가운데 가장 고성능인 R을 시승하면서 느낀 점이다.



엘레트라는 현재 국내에 3가지 트림으로 판매한다. 기본 모델이 1억4900만원, 고성능 S는 1억 7900만원, 하이퍼 엘레트라 R은 2억900만원이다.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매력적인 가격이다. 호주와 비교해도 수천만 원 가량 저렴하다.



로터스는 경량 정통 스포츠카를 만들던 70년 넘은 영국 브랜드다. 차체가 가볍다 보니 날렵한 핸들링뿐 아니라 소위 제로백 같은 가속력에서도 경쟁 스포츠카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게 여러 번이다. 한국과 첫 인연은 1990년대 기아자동차가 ‘엘란’을 판매하면서다.



로터스는 경량 차체와 공기역학 기술이 뛰어났지만 판매대수가 매년 수 천대에 그쳐 파워트레인을 자체적으로 개발하지 않고 유명 회사의 엔진을 사다가 튜닝해 장착해왔다. 기존 토요타나 벤츠 엔진을 사용했다.



여기에 판매 부진으로 여러 번 도산 위기에 빠지고 여기저기 새 주인을 찾기를 여러 번 했다. 그러던 로터스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2011년 중국 거대 자동차그룹 지리차에 인수된 이후 부활을 기지개를 켰다.



더구나 전동화가 대세다. 로터스 입장에서는 전동화 선두주자인 지리차를 만난 게 천운이다.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모터 동력에 로터스 만의 강점인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을 첨가하면 전기 스포츠카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냈다.



외관에는 지난 76년동안 로터스가 갈고 닦은 모터스포츠 DNA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전기차 특성상 공기역학이 주행거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보다 원활한 공기 흐름을 위한 수많은 공기 통로를 마련해 대형 SUV지만 우수한 공기역학 성능을 확보했다.



앞뒤 펜더뿐 아니라 심지어 D필러 상단에도 공기 흐름을 위한 통로를 만들었다. 길이 5.1m의 당당한 체격의 SUV가 ‘0.26 cd’이라는 스포츠카 수준의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했다. 후면 역시 음양의 조화를 살린 근육질이 돋보인다. 한 줄로 이은 테일램프 역시 위풍당당함을 보여주는 백미다.



시승한 엘레트라 R은 22인치 타이어를 끼운 4인승이다. 앞뒤 듀얼 모터 시스템의 사륜구동으로 2단 변속기를 탑재했다. 최고출력 918마력, 최대토크 100.4kg·m를 뿜는다. 소위 ‘제로백’이라고 부르는 0→시속 100km 가속은 불과 2.95초만에 해결한다.아울러 초고속 주행뿐 아니라 안락한 승차감을 가능하게 해주는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이 모든 엘레트라 트림에 기본이다.





배터리는 CATL 리튬이온으로 용량이 112kWh다. 10에서 80%까지 충전에 소요되는 시간은 11kW 기준 12시간, 50kW 1.6시간, 350kW초고속 충전은 22분이 걸린다.



지리차그룹의 노하우가 들어간 자율주행 관련한 장비는 차고 넘친다. 핵심적인 제어, 주행 환경 모니터링 및 비상 시 대처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차체 곳곳에 라이다 4개와 레이더 6개, HD 카메라 7개 등 다양한 센서를 심어 레벨 4 자율주행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특히 라이다는 지붕과 앞 펜더에 감쪽같이 숨었다가 기능을 활성화하면 바깥으로 돌출하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갖췄다. 국내에서는 라이다 인증이 안 돼 비활성화한채로 판매한다. 자율주행 레벨3 이상 단계 인증이 가능하면 OTA 업데이트로 라이다 기능을 간단히 복원할 수 있다.



디테일하게 디자인을 살펴보자. 첫 눈에 기존 접했던 고성능 SUV와는 사뭇 다르다. 흡사 전투기를 보는 것과 같은 앞모습이 인상적이다. 볼록과 오목, 음양의 굴곡이 두드러진 전면은 공기역학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전면 라이트 하단 좌, 우측에는 범퍼에서 측면 펜더로 공기가 타고 흐를 수 있는 유체 통로를 만들었다.



보닛에도 전면에서 흡입된 공기가 차체를 타고 흐를 수 있도록 커다란 배출구가 존재한다.벌집 형상의 액티브 셔터는 열리고 닫히면 것을 보고 있으면 외계인이 살아 숨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측면은 대형SUV의 프로포션을 보여준다. 전륜 휠 아치에서 도어까지 공기역학적으로 통로를 만들었다. 서킷이나 초고속 주행을 할 때 휠 하우스 내의 부력을 최소화해 다운포스를 증대시키는 구조다. 도어 핸들 역시 매립형으로 공기 흐름을 신경 썼다. 측면에서 보면 SUV보다는 차고가 높은 세단 느낌마저 난다.



후면은 상단 가변형 스포일러가 특징이다. 리어 램프는 요즘 유행하는 갈끔한 수평 바 타입이다. 전체적으로 차체 안정감을 더한다. 램프 끝단 역시 여러가지 공기 통로를 만들어 고속에서 유연한 공기 흐름을 완성했다.



실내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물리 버튼을 대부분 없애 미래 모빌리티의 방향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두께가 10mm에 불과,날씬한 15.1인치OLED 디스플레이를 얹었다. 여기에 계기판과 동승석 대시보드에도 슬림한 디스플레이를 심었다. 꼭 필요한 정보를 요약해 띄워준다. 내장 내비게이션이 없지만 무선으로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할 수 있다.



물리 버튼을 극단적으로 없애고 모든 기능을 센터 디스플레이에 모은 것은 OTA 업데이트를 통해 늘 신차와 같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서다. 자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하이퍼 OS는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지만 워낙 UI가 좋아 금세 익숙해진다.



공조나 시트 열선, 마사지 기능까지 모두 2번 터치로 해결된다. 운전 중에 3번 이상 터치해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테슬라에 익숙한 오너들이라면 엘레트라 UI 및 디스플레이 조작이 익숙하겠다.



해상도뿐 아니라 한글 폰트 스타일과 사이즈도 깔끔하다. 별도 시동 버튼은 없다. 문을 열고 브레이크를 밟은 뒤 드라이브 모드로 놓고 악셀을 밟아주면 된다. 운행에 필요한 주요 정보는 스티어링후리 뒤편의 12.6인치 계기판과 29인치에 달하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로 볼 수 있다.



두툼한 그립감의 비교적 작은 스티어링 휠은 압권이다. 로터스가 모터스포츠에 뿌리를 둔 브랜드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흡사 전투기 조종석에 앉은 듯한 느낌이 난다. 휠 뒤에는 회생제동 강도, 드라이브 모드를 조절하는 패들 스위치가 달려 있다. 휠 좌우에는 ADAS 컨트롤 및 오디오 제어 버튼이 장착되어 있다.



1열 시트는 통풍 및 히팅, 마사지 기능까지 지원한다. 세미 버킷 타입으로 스포티하지만 서킷이나 급격한 핸들링에서 운전자의 신체를 잘 지지해주는 럼버 서포트 기능도 달려 있지만 놀랍게도 일반 도로나 평상시 운전에 무척 편안하다.시승하는 동안 비가 세차게 내려 2,3시간 정도 음악을 들으며 시트에서 잠을 청했다. 마사지 기능도 적절해 무척 편안하게 잘 수 있었다.



소재와 시트는 차원이 다른 럭셔리의 진수다. 부드러운 촉감의 가죽 소재와 정교하게 깎아낸 금속 장식이 호화롭다. ‘풀 세미 애닐린 가죽 팩’을 적용해 시트와 암레스트 등 승객의 몸이 닿는 부위에 최상급 가죽 소파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암레스트 열선 기능은 최고다. 2열 시트도 전동으로 리클라이닝이 가능하다. 스포츠 시트가 아닌 편안한 대형 SUV 시트 그 자체다.





오디오 시스템은 감탄이 나온다. 23개 스피커 구성의 영국 KEF 레퍼런스 서라운드 시스템은 2160W의 출력을 자랑한다. 대형 공연장의 생생한 소리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여기에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까지 더해져 입체감 있는 음향을 들려준다. 같은 지리차그룹 계열인 볼보 바워스&윌킨스보다 감히 음량은 더 좋다고 할 수 있겠다.





실내 공간은 정말 넓다. 5.1m의 길이에 3m 넘는 휠베이스인지라 넉넉하고 쾌적한 2열 공간을 확보했다. 1열 시트를 완전히 풀 플랫으로 눕혀 잠을 청해도 될 정도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8인치 터치스크린이 기본으로 적용해 패밀리 SUV로도 손색이 없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688L로 골프백 4개가 넉넉하게 들어간다. 보닛 아래에도 46L 용량의 프렁크도 마련했다. 트렁크는 4인승 611L, 5인승 688L다. 폴딩하면 최대 1542L까지 공간이 늘어난다.



스포츠모드에 놓고 정지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꾹 밟았다. 휠스핀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엘레트라 R은 전투기가 이륙을 하듯 엄청난 가속력으로 돌진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일반 운전자라도 3초대 초반을 기록할 수 있다. 공식 제로백 기록은 2.95초다. 사실상 가속력만큼은 포르쉐 SUV 카이엔을 제압할 수 있을 성능이다.





또다른 특징은 운전이 손쉽다는 점이다. 기존 내연기관 로터스 스포츠카가 고난도 운전 실력을 요구했다면 엘레트라R은 평상시 출퇴근뿐 아니라 패밀리SUV로 충분히 사용히 가능하다. 서킷에서 트랙 모드로 전환하면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포르쉐타이칸과 충분히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야성미를 갖춘 셈이다.



잘 달리면 잘 서야한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6 피스톤 전륜 캘리퍼와 2개의 브렘보 디스크로 구성된다. 특수 주조 공정으로 제작해 무게를 줄이고 고온에서 열 관리가 가능하다. 브레이크 성능은 험난한 독일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서킷에서 입증됐다. 타이어는 피렐리 P제로 초고성능이다. 전륜 275/40R22, 후륜 315/35R22 사이즈를장착했다.



코너링은 날렵하다. 2.5톤에 달하는 중량이지만 살짝 오버스티어가 느껴질 뿐 여유있게 코너를 돌아낸다. 승차감은 기존 로터스 스포츠카보다 훨씬 부드럽다. 전체적으로 탄탄하면서도 패밀리SUV로 사용할 수 있게 세팅했다. 에어 서스펜션이라 그런지 요철이나 방지턱의 진동을 흡수하는 수준이 상당히 매끄럽다.





조립 품질은 과거 영국 로터스가 아닌 지리차그룹이라는 다행이다. 마무리도 꼼꼼하고 정숙성은 최고다. 초고속 영역에서도 2열에 탑승했을 때 노면이나 주행 소음을 거의 듣지 못했다. 사이드미러가 아닌 디지털 카메라를 장착한 것도 풍절음에서는 상당히 유리한 구조다.



기대했던 ADAS 성능은 예상대로 수준급이다. 레벨4 자율주행이 가능한 라이다(LiDAR) 센서는 국내 인증이 현재 불가능하지만 카메라와 레이더로 도로와 앞 옆 차량을 읽어내는 수준이 경쟁 차량에 비해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 레벨2라도 탁월한 실력을 뽐낸다.



인증 주행거리는 400km 초반이다. 2.7톤의 공차중량에도 불구하고 급가속을 반복했지만전비는 1kWh당 3km 중후반이 나왔다. 일반 도로에서 얌전히 주행했더니 4.5km가 무난히 나온다.





그동안 로터스 고객들이 걱정하던 AS 문제도 말끔히 해결됐다. 지난해 5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로터스와 공식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오랜 딜러 역사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로터스 판매부터 서비스까지 책임진다.



1억7900만원하는 엘레트라 S도 고성능인데 3천만원 더 비싼 엘레트라 R의 출력은 가히 전투기 수준이다. 2억원 내외 가격 포지션에서 제로백 3초미만의 하이퍼 SUV를 찾는다면 엘레트라R 이 압도적이다. 시승 내내 절로 감탄사가 여러 번 나왔다.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와 럭셔리한 실내와 편의장비로 무장한 엘레트라R 은 타봐야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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