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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 걸렸는데 1~2주가 지나도 낫지 않고 팔다리가 아프다고 호소한 김모군(12). 부모는 단순히 면역력이 떨어졌거나 성장통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중 멍도 잘 들고 한번 코피가 나면 1시간 넘게 멎지 않자 2년 전 병원을 찾아왔고 혈액검사와 골수검사 결과 '급성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행스럽게도 김군은 이후 약 3년간의 항암치료 후 치료 끝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성인의 경우 건강검진을 통해 초기 암 진단을 받고, 일찍 치료를 시작해서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소아암은 이 같은 방법보다는 여러 비특징적인 증상을 통해 병원을 찾았다가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소아가 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이유는 발열이다. 발열은 감기 등 여러 감염성 원인으로 인해 발생 할 수도 있지만, 지속되는 발열은 소아암의 초기 증상 일 수도 있다. 피로와 창백한 얼굴, 쉽게 코피 또는 멍이 드는 증상, 점상출혈로 불리는 피부의 작은 반점, 복부 팽만과 복부 종괴가 만져지는 경우도 소아암을 의심해 봐야 한다.
소아암의 중요한 초기 특징은 전반적으로 암이 빨리 진행된다는 점이다. 부모가 아이의 증상을 발견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병원에 오면 이미 병이 꽤 진행된 상태인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암이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어린환자들은 여러 위험한 응급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일례로, 소아암 중 가장 빈도가 높은 급성백혈병 환자는 심한 빈혈과 낮은 혈소판 수치로 인해 쉽게 발생하는 코피 또는 구강점막 출혈을 호소한다. 일부 환자들은 뇌, 폐, 복부 등 주요 장기의 출혈 가능성도 있다.
어린환자들은 백혈구수가 정상 수치 보다 10배 이상 높기 때문에 이런 중증출혈의 가능성도 더욱 높은 것이다.
림프종 등 일부 고형암 환자들에게서는 종격동이라고 하는 가슴 부위의 종양을 발견하기도 한다. 때로는 이 종양의 크기가 너무 커서 기도 및 큰 혈관들을 눌러 숨 쉬는 것이 힘들고 혈액순환도 잘 안 되는 사례도 만난다.
많은 어린환자의 경우 암 세포가 빨리 증식하는 만큼, 초기 항암치료에도 잘 반응해서 암 세포가 빠르게 사멸돼, 짧은 시간 내 백혈병 암 세포가 줄고 종양의 크기도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암 세포의 사멸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면, 세포 내 여러 물질들이 피로 나와서 우리 몸의 전해질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신장 기능의 이상을 초래해 응급상황을 발생할 우려도 높다.
결론적으로 소아암은 대부분 특징적인 증상이 없어서 진단이 어렵고, 암이 빨리 증식한다. 때문에 진단 시 암이 많이 진행한 상태인 것을 볼 수 있고, 이로 인해 진단 시 그리고 초기 치료 시 여러 응급상황이 발생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초기 응급상황만 잘 넘어가면 소아암은 많은 경우 충분히 완치가 가능한 병이다.
빈도가 가장 높은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은 평균 10명 중 8명은 재발없이 완치가 가능하고 그 외의 다른 소아암도 과거에 비해 치료 성적이 많이 향상 됐다.
물론, 완치율이 아직 낮은 일부 소아암도 있지만 최근 면역치료약제 등 신약의 개발로 완치율은 차츰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욱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