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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구강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만 5세 어린이가 '충치'(치아 우식)를 가지고 있는 비율은 62.2%이며, 8세 어린이는 71.0%에 달한다.
소아치과 의사로서 아이들을 진료할 때 가장 안타까운 점은 아직 치과 치료에 협조할 수 없는 어린 나이에 심한 충치를 보유한 경우다. 특히, 만2세 이전에 위 앞니에 심한 충치를 보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대개 장기간에 걸친 수유가 그 원인이다.
분유나 우유, 당분이 포함된 음료를 담은 젖병을 문 채 잠드는 습관이 있거나, 밤에도 모유수유를 하는 경우 치아 우식이 발생할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우유나 모유 자체는 치아 우식을 유발하는 식품이 아니다. 하지만, 수유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우유나 모유가 윗니에 오래 머무르면 젖당이 구강 내 세균에 의해 발효돼 산을 생성하고, 이것이 치아 우식을 유발하게 된다.
특히, 잠이 든 시간에는 침 분비가 감소하기 때문에 깨어 있을 때보다 치아 우식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밤중 수유의 빈도가 높거나 수유가 장기간 지속된 경우에는 치아 우식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다. 또, 치아 내부의 신경 조직까지 치아 우식이 진행돼 통증이나 농양을 발생시킬 수 있다.
유아기 우식증을 보이는 아이는 입 안에 치아 우식을 일으키는 세균인 '뮤탄스 연쇄상구균'의 감염 수준이 매우 높다. 이 탓에 우식증이 없는 아이에 비해 향후에 새로운 치아 우식이 발생할 위험도 매우 높다.
자녀의 유치를 몇 년 지나면 빠진다고 소홀히 다루면 안 된다. 유치는 그 자체로 씹는 기능, 발음 및 심미적인 기능을 가질 뿐만 아니라, 영구치를 위한 자리를 유지하고 영구치가 정상적으로 나올 수 있게 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아기 우식증을 예방해야 건강한 영구치가 날 수 있는 것이다.
유아기 우식증을 예방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첫니가 나기 시작하면 젖병을 물고 잠드는 습관을 떼어 줘야 하고, 어머니도 밤중 수유는 중단해야 한다. 또, 수면시간이 아닐 때는 수유를 한 즉시 아이의 치아를 닦아줘야 한다.
첫니가 날 때 소아치과를 방문해 바람직한 양치질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교육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가 나기 전에는 뮤탄스 연쇄상구균이 입 안에 거의 없지만 이가 날 때 수유가 계속 되면 점차 뮤탄스 연쇄상구균의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나 날 무렵 수유를 중단함으로써 유아기 우식증이 예방될 뿐만 아니라 뮤탄스 연쇄상구균의 증식도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유아기 우식증이 발생했더라도 치과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은 후 부모가 꾸준히 양치질과 치실을 사용해 주고 정기적으로 전문가를 통한 불소도포 등을 받도록 한다면 향후에 발생할 치아 우식을 예방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보호자의 꾸준한 노력이 치아 건강에 필수적이다.
송지수 서울대치과병원 소아치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