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가 한국의 '틴에이저'에 꽂혔다[SC이슈]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5-03-21 11:47


유럽축구가 한국의 '틴에이저'에 꽂혔다[SC이슈]
사진캡처=토트넘 SNS

유럽축구가 한국의 '틴에이저'에 꽂혔다[SC이슈]
사진=골포스트 SNS 캡쳐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콧대 높은 유럽축구가 한국의 '틴에이저'에 꽂혔다.

벌써 두 명의 '10대 프리미어리거'가 탄생했다. 지난해 여름 K리그를 강타한 '고등윙어' 양민혁(19·퀸즈파크레인저스)이 '캡틴'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데 이어, 또 다른 '특급 신예' 윤도영(19·대전)도 브라이턴행을 앞두고 있다. 윤도영은 현재 영국에 머물며 최종 절차를 마무리하고 있다. 사실상 발표만 남았다.

'윤도영 사가'의 비하인드를 들여다보면 놀라울 정도다. 윤도영은 2023년 U-17 월드컵 후 '최강' 맨시티와 '거부' 뉴캐슬의 관심을 받았다. 이후 '명가' 리버풀도 러브콜을 보냈다. 소위 '빅클럽'들이라고 하는 팀들이 모두 윤도영을 원했다. 언론에 여러차례 보도된대로 '황소' 황희찬이 속한 울버햄턴이 윤도영 영입에 적극적인 가운데, 브라이턴이 막판 바이아웃을 지르며 윤도영을 품는데 성공했다.

투자도 투자지만, 브라이턴은 윤도영을 데려오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다. 화상 미팅을 하며, 육성 방안에 대해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할 정도였다. 윤도영만을 위한 프로젝트를 계획해, 향후 브라이턴 1군 데뷔를 위한 완벽한 청사진을 꾸렸다. 브라이턴은 유럽에서도 유망주 발굴과 육성에 정평이 나 있는 구단이다. 임대를 떠난 선수들을 관리 위한 전문팀을 따로 운영 중이다. 브라이턴은 윤도영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보도된 4년이 아닌 5년의 계약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도영을 확실한 미래 자원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유럽축구가 한국의 '틴에이저'에 꽂혔다[SC이슈]
사진캡처=코펜하겐 SNS
양민혁 윤도영 뿐만 아니라 젊은 자원들의 유럽행 러시는 최근 한국축구의 중요 트렌드다. 특히 눈여겨 볼 지점은, 20대도 아닌 '10대'들이라는 점이다. 벨기에 명문 헹크 유니폼을 입은 김명준(19)처럼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거나, 아예 최근 덴마크 명문인 코펜하겐 이적을 확정지은 이경현(18), 영등포공고 시절 포르투갈 포르티모넨세로 간 이예찬 김태원(이상 20) 등처럼 현역 고등학생들의 유럽행이 가파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10대들의 유럽 진출은 있었다. 손흥민이 동북고 재학 중 독일 함부르크와 계약을 맺었고, 남태희(제주)도 현대고 재학 시절 프랑스 발랑시엔을 통해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이들은 당시 대한축구협회 주도의 유망주 진출 프로젝트를 통해 유럽으로 넘어간 뒤, 능력을 인정받아 계약을 맺었다. 이 케이스가 아니라면, 유학 등의 개념으로 먼저 유럽으로 떠난 후 현지화를 통해 기회를 얻었다. 우리가 먼저 손을 내민 셈이다.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유럽에서 먼저 관심을 보인다. 한 에이전트는 "괜찮은 유망주들이 없냐는 유럽 에이전트들의 연락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연령별 아시아 대회마다 한국팀을 지켜보기 위한 유럽 스카우트나 에이전트들로 북적인다"고 귀띔했다. K리그 뿐만 아니라 국내 고교 대회까지 보기 위해 관계자를 파견할 정도다.


유럽축구가 한국의 '틴에이저'에 꽂혔다[SC이슈]
사진캡처=헹크 SNS
이렇게 뽑은 선수인만큼, 당연히 조건도 좋다. 양민혁의 경우, 이적료만 400만파운드 정도로 추정되고, 윤도영 역시 두자릿수를 훌쩍 넘는 금액이다. 다른 선수들 역시 1군 혹은 그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합류했다. 이경현의 경우, 과거 에이전트가 주선하던 입단 테스트가 아닌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정식 절차를 밟아 공식 트라이얼을 진행했다. 트라이얼 기간 동안 체류비 등이 모두 지급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다보니 21세 이하 팀이나 위성 구단 등을 전전하던 과거 선배들과 달리, '특급 유망주'로 꼽히며 팀에서도 인정을 받는다. 대부분 4~5년이라는 장기 계약을 맺었다는 점은 그래서 주목할만 하다.


이들 외에도 많은 10대 선수들이 유럽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최근 화성FC로 임대를 떠난 수비수 함선우는 번리 등의 관심을 받았고, 다른 선수들도 빅클럽과 연결됐다. 몇몇 선수들은 현재 구체적인 이야기도 오가고 있다.

그렇다면 왜 '10대'일까. 다른 에이전트는 "유럽, 특히 빅리그는 어지간히 검증된 선수가 아니라면, 이제 20대에 들어선 한국 선수에 큰 관심이 없다. 우리가 알만한 구단은 10대 선수 외에는 관심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유럽 축구 자본의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에이전트는 "유럽축구에 미국 자본이 들고 있다. 영국은 일찌감치 그랬고, 벨기에, 프랑스 등에도 들어왔다. 미국 자본의 유입은 곧 미국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지고, 미국 시스템의 정점은 역시 상업화일 수 밖에 없다. 자본을 투자해 비싸게 파는게 목적"이라고 했다.


유럽축구가 한국의 '틴에이저'에 꽂혔다[SC이슈]
사진캡처=분데스리가 SNS
이어 "과거 아프리카가 유망주 발굴의 보고였다면, 최근에는 아시아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일본에서 어느정도 성공사례가 나오자, 그게 한국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물론 독일에서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이현주(하노버) 등 한국의 10대 선수들을 데려간적이 있지만, 그때는 독일 자체 자본이었기에 규모가 크지 않았다. 최근에는 돈이 도는 상황이라 과감하게 찔러보는 분위기"이라고 했다.

이들에게 한국은 아직 '긁지 않은 복권'이다. 특히 아프리카와 달리, 한국 선수들은 마케팅적 관점으로도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물론 실력적인 측면도 인정을 받고 있다. 스토크시티의 왕으로 불리는 배준호가 기점이었다. "2023년 다른 유럽 리그를 거치지 않고 K리그에서 영국으로 직행한 '유망주' 배준호가 능력을 과시하자, 젊은 선수들에 대한 평가가 더욱 올라갔다"는게 다른 에이전트의 설명이었다. 한 에이전트는 "한국 선수들의 태도적인 측면에서 아프리카나 남미 선수들에 비해 비교 우위를 갖는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마인드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유럽축구가 한국의 '틴에이저'에 꽂혔다[SC이슈]
Xinhua연합뉴스
이같은 흐름은 당분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제 유럽에 갈 수 있는 채널이 다변화됐다. 특히 과거에는 현지 에이전트가 끼어야 일이 마무리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유럽 구단과 한국의 에이전트가 다이렉트로 소통할 수 있게 됐다. 양민혁 윤도영 김명준 이경현까지 1년새 4명의 선수를 유럽으로 보낸 아레스앤스포츠하우스가 대표적이다.

선수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과거 유망주들은 주로 J리그를 택했다. 돈도 돈이지만, 향후 유럽 진출이 용이할 것이라는 포석까지 깔린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서만 잘해도 유럽에 갈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준프로 계약 제도가 잘 돌아가며 K리그에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나보다 못했던 쟤가 유럽에 간다고?'라는 경쟁심 속 유망주들의 성장은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구단 입장에서도 전보다 제 값을 받으며, 재정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다른 에이전트는 "만약 양민혁과 윤도영이 큰 성공을 거둔다면, 한국 시장을 향한 유럽축구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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