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콧대 높은 유럽축구가 한국의 '틴에이저'에 꽂혔다.
투자도 투자지만, 브라이턴은 윤도영을 데려오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다. 화상 미팅을 하며, 육성 방안에 대해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할 정도였다. 윤도영만을 위한 프로젝트를 계획해, 향후 브라이턴 1군 데뷔를 위한 완벽한 청사진을 꾸렸다. 브라이턴은 유럽에서도 유망주 발굴과 육성에 정평이 나 있는 구단이다. 임대를 떠난 선수들을 관리 위한 전문팀을 따로 운영 중이다. 브라이턴은 윤도영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보도된 4년이 아닌 5년의 계약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도영을 확실한 미래 자원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유럽에서 먼저 관심을 보인다. 한 에이전트는 "괜찮은 유망주들이 없냐는 유럽 에이전트들의 연락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연령별 아시아 대회마다 한국팀을 지켜보기 위한 유럽 스카우트나 에이전트들로 북적인다"고 귀띔했다. K리그 뿐만 아니라 국내 고교 대회까지 보기 위해 관계자를 파견할 정도다.
|
이들 외에도 많은 10대 선수들이 유럽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최근 화성FC로 임대를 떠난 수비수 함선우는 번리 등의 관심을 받았고, 다른 선수들도 빅클럽과 연결됐다. 몇몇 선수들은 현재 구체적인 이야기도 오가고 있다.
그렇다면 왜 '10대'일까. 다른 에이전트는 "유럽, 특히 빅리그는 어지간히 검증된 선수가 아니라면, 이제 20대에 들어선 한국 선수에 큰 관심이 없다. 우리가 알만한 구단은 10대 선수 외에는 관심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유럽 축구 자본의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에이전트는 "유럽축구에 미국 자본이 들고 있다. 영국은 일찌감치 그랬고, 벨기에, 프랑스 등에도 들어왔다. 미국 자본의 유입은 곧 미국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지고, 미국 시스템의 정점은 역시 상업화일 수 밖에 없다. 자본을 투자해 비싸게 파는게 목적"이라고 했다.
|
이들에게 한국은 아직 '긁지 않은 복권'이다. 특히 아프리카와 달리, 한국 선수들은 마케팅적 관점으로도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물론 실력적인 측면도 인정을 받고 있다. 스토크시티의 왕으로 불리는 배준호가 기점이었다. "2023년 다른 유럽 리그를 거치지 않고 K리그에서 영국으로 직행한 '유망주' 배준호가 능력을 과시하자, 젊은 선수들에 대한 평가가 더욱 올라갔다"는게 다른 에이전트의 설명이었다. 한 에이전트는 "한국 선수들의 태도적인 측면에서 아프리카나 남미 선수들에 비해 비교 우위를 갖는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마인드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
선수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과거 유망주들은 주로 J리그를 택했다. 돈도 돈이지만, 향후 유럽 진출이 용이할 것이라는 포석까지 깔린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서만 잘해도 유럽에 갈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준프로 계약 제도가 잘 돌아가며 K리그에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나보다 못했던 쟤가 유럽에 간다고?'라는 경쟁심 속 유망주들의 성장은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구단 입장에서도 전보다 제 값을 받으며, 재정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다른 에이전트는 "만약 양민혁과 윤도영이 큰 성공을 거둔다면, 한국 시장을 향한 유럽축구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