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로인 줄듯 말듯→경고' 카드세탁남 박진섭 소환한 U-20 후배…13년만의 亞 제패 위한 빌드업[U-20 아시안컵]

윤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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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2-18 10:52


'스로인 줄듯 말듯→경고' 카드세탁남 박진섭 소환한 U-20 후배…13년…
17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5년 U-20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2차전 후반 추가시간 2분, 스로인을 준비 중인 신민하. 중계화면

'스로인 줄듯 말듯→경고' 카드세탁남 박진섭 소환한 U-20 후배…13년…
시간 지연행위로 경고를 받는신민하. 중계화면

'스로인 줄듯 말듯→경고' 카드세탁남 박진섭 소환한 U-20 후배…13년…
신민하. 중계화면

'스로인 줄듯 말듯→경고' 카드세탁남 박진섭 소환한 U-20 후배…13년…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대한민국 U-20 대표팀 수비수 신민하(강원)는 스로인할 듯 말듯 시간을 끌다 주심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14일 중국 선전의 유소년 축구 트레이닝 베이스 1구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5년 U-20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한국이 4-1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 2분에 벌어진 일이다.

상황은 이렇다. 한국 진영 우측 지점에서 태국 선수의 발에 맞은 공이 사이드라인 밖으로 나갔다. 한국의 스로인. 이창원 U-20 대표팀 감독은 교체를 지시했다. 멀티골을 넣은 김태원(포르티모넨스)과 성신(광운대)을 빼고 하정우(성남) 김호진(용인대)을 투입했다. 체력 안배 혹은 시간 벌기용.

'스로인 담당자' 윙백 김서진(천안시티)이 공을 주우러 갈 때, 기술지역에서 '기다리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센터백 신민하에게 스로인을 맡기라는 지시였다. 공을 잡은 신민하가 던질듯 말듯 모션을 취할 때, 주변에 있는 동료 중 누구도 공을 받으러 오지 않았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하는 것처럼 꼼짝하지 않았다. 박승수(수원)가 공을 받으러 달려오는 척 하다 다시 태국 진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김서진은 아예 양손을 허리에 올려뒀다.

신민하는 스로인 자세를 취한 뒤 멀리 던지려고 시늉하다 다시 멈춰서는 '연기'로 의심되는 행동을 했다. 고의 시간지연에 따른 주심의 경고는 피할 길이 없었다. 주심이 빠른 걸음으로 신민하 쪽으로 다가오자, 그제야 김서진이 신민하로부터 공을 건네받아 스로인에 임했다. 보통 경고를 받은 선수는 억울함을 토로하기 마련인데, 누구도 주심의 판정에 항의하지 않았다. 이게 다 계획의 일부라는 듯이.


'스로인 줄듯 말듯→경고' 카드세탁남 박진섭 소환한 U-20 후배…13년…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스로인 줄듯 말듯→경고' 카드세탁남 박진섭 소환한 U-20 후배…13년…
Xinhua연합뉴스

'스로인 줄듯 말듯→경고' 카드세탁남 박진섭 소환한 U-20 후배…13년…
Xinhua연합뉴스
신민하는 1차전 시리아전(2대1 승)에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경고를 받았다. 이날 경기에서 경고를 받으면 누적경고 징계로 조별리그 3차전인 일본전에 나설 수 없는 선수는 신민하가 유일했다는 의미다. 한국은 전반 23분 태국의 요사코른 부라파에게 선제실점했지만, 전반 32분 윤도영(대전), 후반 14분과 41분 김태원, 후반 44분 박승수의 릴레이골로 후반 추가시간에 이미 4-1 스코어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다음 스텝을 고민할 필요가 있었고, 이창원호가 택한 건 '카드 관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그대로 4대1로 승리하며, 2전 전승으로 8강행을 조기에 확정했다.

이날 경고를 받은 신민하는 누적경고 징계로 20일 조별리그 3차전 한-일전에 뛸 수 없다. 한-일전의 무게감을 고려할 때, 2경기 연속 스리백의 왼쪽 센터백으로 나선 신민하의 결장은 아쉬울 법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단판 토너먼트다. 한국은 8강에서 C조에 속한 이란 혹은 우즈베키스탄과 격돌한다. 현재 순위로는 D조 2위인 우즈베키스탄이 8강 상대이지만, 조별리그 최종전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D조 선두 한국(승점 6)은 같은 조 2위 일본(승점 4)과 승점 2점차여서, 일본에 패하면 조 2위로 떨어진다.

한국은 지난 2012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이라크를 꺾고 우승한 이후로 13년만에 우승을 노린다. 지난 2018년 인도네시아 대회에서 준우승, 2023년 우즈베키스탄 대회에서 공동 3위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스로인 줄듯 말듯→경고' 카드세탁남 박진섭 소환한 U-20 후배…13년…
박진섭이 2023년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 조별리그 2차전 태국전에서 경고를 받는 장면. 중계화면

한국 축구는 불과 1년여전 국제대회에서 '카드세탁' 효과를 봤다. 박진섭(전북)은 2023년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국이 4-0으로 앞선 후반 7분 코너킥 키커로 나서 찰 듯 말 듯 시간을 끌어 경고를 받았다. 쿠웨이트전에서 한 차례 경고를 받은 박진섭은 바레인과의 3차전에 누적경고로 결장했고, 16강에 돌아와 결승전까지 매경기 후방을 지키며 한국의 우승에 기여했다.

6년만에 코너킥 키커를 맡았다는 박진섭은 "본선(토너먼트)에 올라가기 전에 경고를 빨리 없애는 게 목적이긴 했다"라고 사전에 계획적인 '카드 설계'였다고 털어놨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본 (이)강인이가 내가 연기를 너무 못했다고 말했다"고 웃어보인 박진섭은 "본선에 올라가서 경기에 못 뛰면 팀에 피해를 줄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라고 했다. '중국에서 열린 대회, 태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 수비수의 카드세탁'. 당시와 지금 상황은 너무도 비슷하다. 이창원호도 황선홍호처럼 아시아를 제패할 수 있을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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