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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니 재계약은 포기해. 나랑 같이 뛰자'
토트넘 홋스퍼 시절 손흥민(32)과 '영혼의 콤비', '환상의 듀오'로 불렸던 해리 케인(31·바이에른 뮌헨)이 갑작스럽게 손흥민의 애칭 'Sonny'를 언급했다. 토트넘에서 데려오고 싶은 선수를 묻자 이렇게 답한 것.
농담처럼 가볍게 한 말이지만, 그 안에 뼈가 들어있다. 이미 토트넘의 구두쇠 기질에 크게 당했던 케인은 손흥민의 미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짐작되는 바가 있는 것이다. 토트넘이 30대 중반으로 다가가고 있는 손흥민과 웬만해선 재계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케인은 이미 알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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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손흥민과 케인은 EPL 최강의 듀오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다. 팀 토크는 '케인과 손흥민은 함께 297경기에 나와 54골을 합작했다. 케인이 손흥민의 도움으로 26골을 넣었고, 손흥민도 케인의 도움으로 28골을 기록했다. 이들 콤비는 경기당 1.78골을 만들었다. EPL에서도 함께 47골을 넣어 프랭크 램파드와 디디에 드로그바가 첼시에서 만든 36골의 합작 기록을 넘어서 EPL 최다 합작골 기록까지 갖고 있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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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손흥민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토트넘과 계약이 끝난다. 이전에 함부르크와 레버쿠젠 등 분데스리가에서 뛴 경험이 있는 손흥민은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쓸모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케인과 팀 토크 모두 토트넘과 손흥민의 동행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는 듯 하다. 특히나 원래 토트넘 유스에서 성장한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케인은 토트넘 구단의 스타일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극도로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케인 역시 이런 점에 지쳐 토트넘을 손절하고 떠난 바 있다. 토트넘은 케인이 팀을 넘어 EPL과 잉글랜드 축구 레전드로 불릴 때에도 재계약에 관해서는 밀당을 해왔다. 표면적으로 케인은 '우승하지 못하는' 토트넘에 실망해 지난 시즌을 앞두고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토트넘과 다니엘 레비 구단주의 구두쇠 같은 행태에 지친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이런 방식이 손흥민에게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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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기존 계약에 붙어있는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하려 한다. 비용 지출없이 손흥민을 1년 더 쓰겠다는 속셈이다. 이후에 재계약을 할지 말지는 손흥민의 다음 시즌 활약도를 보고 판단하려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손흥민에 대한 존중과 예우는 전혀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1월 이적시장에서 손흥민을 노리는 구단이 대거 등장했다. 스퍼스웹은 지난 9일 튀르키에 매체의 보도를 인용해 '갈라타사라이가 1월에 손흥민의 영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비인스포츠, 스페인 매체 피차헤스 등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영입설', '레알마드리드 영입설', '바르셀로나 영입설' 등을 전한 바 있다.
토트넘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재계약에 관한 언급도 하지 않는다. 손흥민을 거의 방치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케인이 손흥민에게 간접적으로 탈출 신호를 보냈다고도 볼 만 한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