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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이 정도면 재계약할 마음이 들어?'
덩달아 토트넘의 공격력도 모처럼 대폭발했다. 손흥민이 공격포인트 3개를 기록하면서 다른 선수들의 공격력도 덩달아 살아난 덕분이다. 결국 토트넘은 전반에만 무려 5골을 몰아 넣었다.
그런데 손흥민이 빠진 후반에는 거짓말처럼 1골도 추가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는 5대0의 대승. 이로써 토트넘은 최근 유로파리그를 포함한 공식전 5경기 무승의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승점 3점을 추가한 토트넘은 10위(승점 23)가 됐다. 브렌트포드와 승점이 같았지만, 골득실에서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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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존재가 토트넘의 전력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 지 잘 보여준 경기였다. 마치 '손흥민이 있는 토트넘과 없는 토트넘의 차이를 보여주마'라는 테마가 관통하는 듯 했다. 손흥민이 공격포인트 3개를 기록한 전반에는 전방위적으로 선수들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활성화 됐다. 덕분에 5골이나 나왔다.
손흥민은 전반 10분 만에 한 차례 날카로운 슛을 날리며 상대를 긴장케 하는 동시에 자신의 공격본능을 점검했다. 이어 2분 뒤 드디어 첫 골을 넣었다. 오른쪽에서 넘어온 크로스가 상대 수비수에 맞고 떨어지자 먹이를 낚아채는 매처럼 날카롭게 왼발로 찔러 넣어 가까운 쪽 포스트의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리그 6호골.
손흥민은 함성을 내질렀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외치는 듯 했다. 손흥민은 계속 야수처럼 움직였다.
전반 25분에는 뛰어들어오는 파페 사르에게 가볍게 패스해 골을 이끌어냈다. 이 도움으로 손흥민은 토트넘 커리어 67번째 도움을 달성했다. 팀 레전드로 불리는 대런 앤더튼과 함께 역대 토트넘 도움 공동 1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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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공인받은 '레전드'와 어깨를 나란히 함으로써 자신 역시 '레전드 반열'에 올랐다는 걸 다시 한번 입증한 장면.
하지만 손흥민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전반 추가시간에 도움 1개를 더 달성했다. 왼쪽 사이드에서 기술적인 오른발 아웃프런트 패스를 날려 전방의 제임스 메디슨에게 패스, 메디슨은 가볍게 골을 성공시켰다. 상대 수비를 농락하는 최고 레벨의 패스 기술이었다. 시즌 6호 도움이자 손흥민이 앤더튼을 제치고 '토트넘 도움 통산 1위'로 올라선 순간이다.
결국 이날 경기는 손흥민의 압도적인 퍼포먼스 덕분에 토트넘의 완승으로 끝났다. 당연히 손흥민에게도 찬사가 쏟아졌다. 유럽 축구통계업체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9.7점을 줬다. 거의 만점에 가까운 평가다. 실제로 10점 만점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상급 평가다. 소파스코어 역시 경기 최고 평점이자, 팀내 최고 평점인 9.3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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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내년 여름 계약이 만료된다. 2015년 여름부터 10년간 토트넘의 간판 스타로서 꾸준할 활약을 펼쳐왔다. 보통 이 정도 기간동안 꾸준히 레전드급 활약을 펼쳤다면, 이견의 여지가 없이 재계약 대상이다. 원래는 지난 해 말에서 시즌 개막 전 정도가 적당한 타이밍이었다.
배신의 아이콘이 되어가는 토트넘
실제로 지난 겨울부터 2024~2025시즌 개막 전까지 현지 매체들은 '토트넘이 손흥민과 재계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토트넘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시간을 보냈다. 손흥민은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등의 제안을 거절하며 토트넘에 굳건한 충성심을 보여주며 기다렸다.
그러나 돌아온 건 재계약안 대신 기존 계약의 옵션으로 들어있던 '1년 연장'이었다. 손흥민의 헌신과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토트넘의 편의만 앞세운 옵션이다.
토트넘이 손흥민과 재계약하는 대신 1년 연장 옵션을 쓸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여러 구단들이 손흥민의 영입에 달려들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심지어 튀르키에 갈라타사라이까지 손흥민과 연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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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레비 회장과 토트넘은 아직까지 그 어떤 입장도 내놓은 게 없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현재 만 32세, 1년 연장 후 재계약한다면 30대 중반이 되는데 에이징 커브에 따른 기량 저하를 우려한다. 실제로 최근 몇 경기에서 손흥민은 별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며 최저평점의 굴욕까지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자신에 대한 구단의 이런 저평가 태도가 틀렸다는 걸 증명했다. 말이 아닌 실력으로 무력 시위를 했다. 이제 다시 공은 토트넘에 넘어갔다. 손흥민을 어떻게 대우하는 지에 따라 당대 최고의 레전드를 유지할 지 잃게 될 지가 결정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