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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과거 유럽 축구 무대로 가는 길은 제한적이었다.
아시안컵을 통해 국대 주전으로 발돋움한 설영우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A대표로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보이지는 못했지만, K리그를 통해 능력을 입증한 '영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심지어 권혁규 이한범은 아예 A대표팀 경험도 없다. 다시 말해 온전히 K리그에서 보여준 모습만으로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구단 유스 출신으로 일찌감치 프로 무대에 입성한 이들은 22세 이하 의무 출전 제도를 통해 빠르게 데뷔 기회를 얻었고, 그 기회 속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정상빈은 데뷔 시즌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며 'K-음바페'라는 별명을 얻었고, 오현규는 군제대 후 수원 삼성에서 불과 21세의 나이에 득점왕 경쟁을 하는 에이스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다. 김지수는 성남FC의 핵심 수비수로 활약했고, '신데렐라' 양현준은 2022년 혜성같이 등장해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고영준도 2~3년간 포항 스틸러스의 핵심 미드필더로 뛰었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등의 성공으로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진 유럽 축구는 그 뿌리인 K리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과거 아프리카를 지켜봤던 유럽 축구는 최근 아시아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도 젊은 자원들의 가치가 더욱 올라가면서, 가성비가 좋은 유망주들이 몰려 있는 K리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유럽행에 성공한 K리거들이 모두 20대 초반이라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이제 K리그 현장에서 외국 스카우트나 에이전트가 목격되는 것은 더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최근 K리그를 강타하고 있는 17세 젊은 자원들 중 몇몇은 벌써 러브콜을 받고 있다.
과거 유망주들은 K리그 대신 J리그를 택했다. 돈도 돈이지만, 향후 유럽 진출이 용이할 것이라는 포석까지 깔린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제 K리그에서만 잘해도 유럽에 갈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며, 유망주들은 하루라도 빨리 K리그에 입성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 준프로 계약 제도가 잘 돌아가고 있다. '나보다 못했던 쟤가 유럽에 간다고?'라는 경쟁심 속 유망주들의 성장은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구단 입장에서도 전보다 제 값을 받으며, 재정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어린 K리거들의 유럽 진출 러시가 만든 긍정적 효과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