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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이 또 다시 '숙적' 일본에 참패했다.
벤투 감독은 또 다시 자존심을 구겼다. 한국은 지난해 3월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도 0대3으로 패한 바 있다. 두 경기 연속 0대3 패배는 치욕이나 다름없다.
이날 깜짝 전략은 있었다. 베스트 11에 센터백 자원 세 명(박지수 조유민 권경원)을 포함시켰다. 박지수와 조유민에게 센터백을 맡기고 권경원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워 공격시 스리백을 유지하면서 수비를 강화했다.
벤투 감독은 후반 같은 전술로 맞섰다. 오히려 조직력은 더 나빠졌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력을 기대하긴 힘들었지만, 모든 선수들이 '각자도생'이었다.
사실 벤투 감독은 최종명단 발탁부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K리그에서 가장 '핫'했던 이승우(수원FC)와 양현준(강원)을 뽑지 않고, 나상호(FC서울)와 경기력이 떨어진 권창훈(김천 상무)을 뽑았다. J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요코하마 F.마리노스 선수들을 대표팀에 많이 포함시켜 임시적이지만 조직력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한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대표팀 감독의 묘수에 완벽하게 당했다고 볼 수 있다. 벤투 감독은 일본 이기는 법을 전혀 모르는 듯하다. 한국 축구는 10여년 전부터 일본 축구에 기술에서 뒤졌다. 그러나 일본전에서 좀처럼 패하지 않았던 건 감독들이 일본을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지컬을 통해 일본의 허를 찌른 경기가 많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결정전 때도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공중볼 싸움을 많이 시켜 일본의 패스 플레이를 저지하는 전략을 썼다고 밝힌 바 있다.
벤투 감독은 전술만 있었지만, 전략은 없었다. 특히 후방 빌드업 고집은 계속됐다. 통하지 않으면 다른 전략으로 바꿨어야 했지만, 전반 45분 내내 후방 빌드업을 고수했다. 답답함이 그지 없었다.
한국 축구는 일본만 만나면 '0대3 참패'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17세 이하 대표팀은 지난 6월 8일 2022년 U-16 인터내셔널 드림컵에서 일본에 0대3으로 패했다. 이어 23세 이하 대표팀도 참사를 당했다. 지난 6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2022년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일본에 0대3 충격패를 당했다. 그러더니 지난해 3월에는 A대표팀이 일본과의 친선경기에 0대3으로 패했고, 최근에는 대학선발팀 대결에선 0대5로 진 바 있다.
문제는 오는 11월 카타르월드컵이다. 한국과 같은 조에 편성된 포르투갈, 가나, 우루과이는 일본보다 훨씬 수준 높은 축구를 한다. 이런 팀들에게 벤투 감독이 일본전과 같은 고집을 부린다면 월드컵에 길이 남을 대패사를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