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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혼의 울전드'이근호의 힘, 2012년X2020년 2개의 ACL 우승트로피[ACL리포트]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12-20 17:04



'울산 리빙 레전드' 이근호(35)가 생애 두 번째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활짝 웃었다.

프로선수라 하더라도 평생 한 번도 밟기 힘든 ACL 무대, 한 구단에서 두 번의 우승 역사를 함께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7세의 공격수 이근호는 2012년 김호곤 감독의 '철퇴축구' 주연이었다. 최고의 활약으로 ACL 우승 트로피와 함께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AFC 선정 올해의 선수상도 받았다. 그리고 8년 후, 35세의 베테랑 공격수 이근호가 또다시 울산의 이름으로 다시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울산의 두 번째 ACL 우승 역사에 '레전드' 이근호의 이름 세 글자가 함께 했다.

2018년 여름, 이근호는 울산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김도훈 감독의 울산에서 코칭스태프와 후배들의 절대적인 신임 속에 주장 완장을 차고 리그 우승, ACL 우승에 도전했다. 지난해 말 부상으로 인해 뛸 수 없을 때도 그는 주장으로서 원정 경기에 동행하며 팀의 중심을 잡았다. 올 시즌 부상, 재활로 그라운드 복귀가 늦었지만 이근호의 투혼 넘치는 플레이는 변함이 없었다. 후반 조커로 투입돼 12경기에서 3도움을 기록했고, 50-50클럽에도 가입했다. 짧은 시간에도 번뜩이는 움직임, 헌신적인 활약으로 팀을 도왔다. 그러나 또다시 리그, FA컵 우승을 전북에 내준 직후 천하의 이근호도 낙심을 감추지 못했다. ACL 마지막 도전을 앞두곤 힘을 뺐다.

지난달 15일 카타르 출국장에서 만난 이근호는 "분위기를 무겁게 가져가기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려고 한다. "'우승하자' 다잡고 가기에는 분위기나 여러 면에서 침체된 부분이 있다. 즐기면서 부담감을 떨쳐내면 더 나은 경기력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부담감을 갖고 가면 되려 경직될 수 있다. 반대로, 가볍게, 가볍게 하고 싶다"고 했다.

베테랑의 판단은 옳았다. 지난 2시즌간 리그 우승 부담감에 짓눌렸던 울산 선수들에게 '그들만의 카타르'는 해방구였다. '우승하자' 다잡고 가는 축구가 아닌 '가볍게' '재미있게' 즐기는 축구가 승리했다. 카타르 훈련장에서 날아드는 사진속 이근호의 표정에는 웃음이 넘쳐났다. 코로나19 속 답답하고 힘든 상황, 이근호를 비롯해 박주호, 조수혁, 이청용, 고명진 등 베테랑들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행복 축구를 이끌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ACL 큰 무대에서 베테랑 이근호의 존재감을 믿고 썼다. 지는 순간 짐을 싸야 하는 16강 이후 토너먼트에서 경험 있는 베테랑들의 몫은 절대적이었다. 멜버른 빅토리와의 16강전(3대0승) 후반 34분 지친 주니오 대신 이근호를 투입했고, 베이징 궈안과의 8강전(2대0승) 이근호를 이청용, 이상헌과 함께 2선 선발로 내세웠다. 빗셀 고베와의 4강전(2대1승) 후반 시작과 함께 고명진 자리에 이근호를 투입했다. 2-1, 승리를 지켜야사는 페르세폴리스와의 결승전 후반 27분 이청용 대신 이근호를 투입하며 승리 굳히기에 나섰다. 체력과 멘탈, 경험을 동시에 불어넣었다. 이근호는 '하던 대로, 후회없이, 열심히 최선을 다해 뛸 것'이라는 각오대로 매경기 자신의 몫을 완수해냈고, 결국 생애 두 번째 ACL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근호는 20일 카타르에서 금의환향하기 전 늦은 시간까지 잠못드는 한국의 울산 팬들을 향해 직접 SNS 메시지를 띄워보냈다. "굿밤, 다들 잘자요. #울산현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무패우승 #울산팬분들 감사합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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