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결승]황희찬 떠난 신태용 감독 또 어떤 '꾀'를 꺼내놓을까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01-28 16:43 | 최종수정 2016-01-28 17:42


◇신태용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한 신태용호가 피말리는 전장에서 탈출했다. 홀가분하다. 리틀 태극전사들은 올림픽 고지를 밟은 후 '양고기 파티'로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아직 끝은 아니다. 최후의 결전인 결승전이 남았다. 운명이 얄궂지만 흥미롭다. 상대가 숙명의 라이벌, 일본이다. "한-일전은 각오가 필요 없다. 무조건 이긴다. 이기기 위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출사표에 모든 의미가 담겨있다.

신태용호가 30일 오후 11시45분(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겸 2016년 리우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결승전을 치른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C조와 B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한국은 8강에서 요르단(1대0 승), 4강에서 개최국 카타르(3대1로 승)를 차례로 제압하고 피날레 무대에 올랐다. 일본은 이란(3대0 승)과 이라크(2대1 승)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두 팀 모두 리우행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올림픽'이란 굴레에선 벗어났지만 상대가 상대인만큼 자존심이 걸린 결승전이다. 데구라모리 마코토 일본 올림픽대표팀 감독도 신 감독과 마찬가지로 "한국에 이기는 것과 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을 아시아 정상에 오르게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승부의 키는 양팀 감독의 지략대결에 달렸다. 전력누수가 있다. 일본은 미나미노 다쿠미(21)가 없고, 신태용호는 '막내' 황희찬(20)이 떠났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둘은 소속팀의 요청으로 복귀했다.

한국의 간판 공격수 황희찬과 일본의 미드필더 미나미노, 공백의 폭은 황희찬 쪽이 훨씬 깊다는 것이 중론이다. 황희찬은 골을 터트리진 못했다. 하지만 저돌적인 돌파와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워 골보다 더 값진 활약을 펼치며 형들의 작품을 연출했다. 카타르와의 4강전에서 나온 권창훈(22·수원)의 결승골과 문창진(23·포항)의 쐐기골은 모두 황희찬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한국과 맞닥뜨린 적장들도 한결같이 경계대상 1호로 황희찬을 꼽을 정도로 그의 주가는 으뜸이었다. 신 감독은 "황희찬이 없고, 박인혁을 못 뽑았으니 차·포 다 떼고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나머지 선수들의 사기가 충천 돼 있어서 어느 팀과 붙어도 자신 있다. 4강전이 끝난 뒤 선수들 표정과 행동에서 자신감이 넘쳐난다"며 웃었다. 박인혁(21·프랑크푸르트)의 경우 소속팀의 차출 거부로 이번 대회 합류가 불발된 공격수다.

신 감독은 황희찬이 없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신태용호는 이번 대회에서 상대에 따라 변화무쌍한 전술을 자랑했다. 중앙 미드필더를 일자로 구성하는 다이아몬드형 4-4-2를 필두로 예멘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선 4-1-4-1, 이라크전에서 4-2-3-1 시스템을 꺼내들었다. 또 카타르와의 4강전에선 스리백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변칙 3-4-3 전술로 신들린 용병술을 뽐냈다. 수세시에는 3-4-3, 공세시에는 4-2-3-1로 변화했다. 데구라모리 감독이 "한국은 결승전에서 여러 가지 전술을 꺼내 들 것 같다.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본의 이란과 이라크전을 통해 분석을 끝낸 신 감독은 여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일본 올림픽대표팀은 전통적 색깔인 패싱게임에서 탈피해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측면 공략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신 감독도 측면을 승부처로 보고 있다. 또 포백과 스리백을 놓고 막판 고심 중이다. 다만 올림픽 부담이 없는 일전인 만큼 공격 축구의 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신 감독은 한-일전의 필승전략인 거친 압박도 주문할 예정이다. 라이벌전에선 기선 제압이 첫 단추다. 강력한 압박은 상대의 전술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4년 전 런던올림픽 3-4위전에서 홍명보호가 숙적 일본에 2대0을 꺾고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건 데는 거침없는 압박이 주효했다.

신 감독은 "리우행 티켓도 중요하지만 우승이 목표다. 나는 개인적으로 1992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바르셀로나 올림픽 예선을 비롯해 일본에 한 번도 지지 않았다"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이은 우승은 신태용호가 꿈꾸는 화룡점정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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