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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공부 잘 하고 볼 일이야….'
한민족 피가 흐르는 조선족의 터전을 연고로 하는 팀인 데다, 변방의 설움을 딛고 2부리그(갑급리그) 우승으로 1부 슈퍼리그로 승격하는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200만 소수민족의 자치주에서 을급리그로의 강등을 걱정했던 옌벤 푸더가 창단(1955년) 후 첫 갑급리그 우승을 하자 중국은 '기적'이라며 놀랐다.
'기적'을 지휘한 이가 한국 A대표팀 수석코치 출신 박태하 감독(48)이다. 그와 함께 그라운드의 일등공신 하태균으로 인해 한국축구의 힘이 고평가됐다.
우승 효과는 중국의 거대 생명보험사 푸더생명보험로부터 5년간 총 2000억원의 지원까지 이끌어내면서 팀 명칭도 옌벤 푸더로 변경됐다.
'박태하호'의 달라진 위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5년 시즌의 환희를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 2016년 대비 동계·전지훈련에 들어갔지만 주변의 대우는 여전히 뜨거웠다.
대표적인 현장이 일본 가고시마다. 옌벤 푸더 선수단은 지난 18일 2차 전지훈련을 위해 가고시마 겐코노모리에 캠프를 차렸다가 입이 쩍 벌어졌다. 지난 21일 훈련을 하던 중 뜻밖의 손님을 맞았다. 가고시마 자치단체 주요 인사와 지역 체육계·주민들로 구성된 대표단이 성대한 환영식을 열어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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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熱烈歡迎 YANBAIN FC'라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앞세운 대표단은 박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을 초청해 전지훈련지로 가고시마를 선택해 준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시했다.
뿐만 아니라 가고시마 현지 방송사 등 언론매체들도 앞다퉈 찾아와 박 감독, 선수들과 인터뷰를 하는 등 옌벤 푸더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선수단과 동행한 관계자는 "옌벤 푸더의 전지훈련과 환영식 소식이 현지 가고시마 방송 뉴스로도 보도됐다"면서 "생각지도 못한 환대에 선수들 모두 기뻐하면서도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것이 중국 내에서도 변방의 설움을 겪었던 옌벤 푸더는 전지훈련지에서 이처럼 뜨거운 주목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랬던 선수들이 성대한 환영식을 받을 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던 것이다.
가고시마 현장뿐 아니라 이번 전지훈련 전체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격세지감(바뀐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느낄 만하다. '박태하호'는 가고시마 캠프에서 대전(27일), 주빌로 이와타(30일), FC서울(2월 2일), 울산 현대(2월 4일) 등과 잇달아 연습경기를 갖는다.
해외 전지훈련에서 K리그와 J리그 유수의 팀들로부터 당당히 평가전 상대로 선택된 것은 옌벤 푸더의 축구 수준에 대한 평가가 전보다 크게 달라졌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옌벤 푸더는 가고시마 캠프에 앞서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1차 전지훈련을 가졌고, 2월 5일까지 가고시마 훈련을 마친 뒤에는 고향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가 2월 9일 다시 제주도로 입국해 3차 전지훈련을 갖는다.
예전같으면 빠듯한 운영비 때문에 중국내 쿤밍이나 제주도를 방문하는 것으로 만족했지만 중국-일본-중국-한국을 왔다 갔다하는 경비가 만만치 않아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K리그 일부 구단에서도 이런 전지훈련 일정을 부러워 할 만하다.
한국축구의 힘으로 성장한 옌벤 푸더는 드높아진 위상을 바탕으로 슈퍼리그 잔류를 위해 거침없이 달려갈 태세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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