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만에 제주 덮친 '폭설', 2000명 발이 묶였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6-01-25 11:00


제주 폭설로 훈련일정이 취소되자 선수들이 숙소 로비를 서성이고 있다.

32년만에 닥친 폭설로 축구도 발목이 잡혔다.

25일 기준으로 제주 산간지방인 윗세오름에 1m19, 진달래밭에는 1m10의 눈이 쌓였다. 32년만의 기록적인 폭설이다. 이번 폭설로 축구선수들의 발목도 묶였다.

현재 겨울 전지훈련을 위해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축구선수는 광운대, 경희대, 전주대, 단국대, 동국대를 비롯한 대학팀과 대신고, 장훈고, 부평고, 배재고를 비롯해 전국 각지로부터 모여든 50여개 팀 총 2000여명이다. 이들은 23일부터 제주를 강타한 폭설로 발이 묶여 훈련을 중단한 채 숙소에서 대기하며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당초 2000여명의 선수단은 걸매, 효돈, 중문, 공천포, 강창학 구장 등 서귀포시 10개 구장서 각 팀끼리 매일 20여 경기를 소화하며 다음달 중순부터 벌어질 대회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23일부터 내린 폭설로 72시간 이상 이들은 땀 한방울 흘리지 못한 채 숙소에 갇혀있다.

몇몇 팀 선수들은 숙소주변에서 눈 장난으로 훈련을 대신해보기도 하지만, 모자란 훈련량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훈련도 훈련이지만 선수들의 기본적인 생활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도심지에서 벗어나 숙소를 잡은 일부 팀은 식자제 공급 조차 원만치 않다. 식사공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또 계획된 전지훈련을 마치고 육지로 돌아가려는 일부 팀은 제주공항과 항구가 모두 폐쇄되면서 언제쯤 육지 행 비행기, 배에 오를지 전혀 예상할 수 없어 예산상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제주행 여객선은 25일 오후부터 정상화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육상교통의 경우 산간도로가 대부분인 이곳 상황을 감안, 정상을 회복하기엔 적어도 이틀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비행기 역시 정상화 시점을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


11일부터 서귀포에 훈련캠프를 차린 K리그 수원FC도 타격을 입었다. 수원FC는 다음달 4일까지 제주에서 담금질을 할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 때문에 훈련을 중단한 상태다.

안익수 감독이 이끌고 있는 19세 이하(U-19) 대표팀도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안익수호는 24일부터 제주에서 전지훈련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정변경이 불가피했다. 안익수호는 27일 제주로 떠날 계획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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