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다득점 시대 명암]②역시 강팀에 더 유리하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6-01-19 17:58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8일 2016년 제1차 이사회를 열고 K리그 순위 결정 방식 변경을 논의했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결국 강팀만 더 좋아질텐데…."

인천 김도훈 감독은 난감하다는 반응이었다. 다소 걱정도 앞서는 모양이다.

올 시즌 K리그 순위 결정 방식이 '승점→득실차→다득점→다승→승자승→벌점→추첨' 순에서 '승점→다득점→득실차→다승→승자승→벌점→추첨' 순으로 변경된 것에 대해서다.

인천은 지난해 클래식 12개팀 가운데 최소 실점(32실점)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고, FA컵 준우승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팀이다. 반면 득점(35득점)에서는 공동 9위였다.

김 감독 설명대로 인천이 공격축구를 뒤로 미루고 수비축구에 매달린 게 아니었다. "나름대로 공격축구 한다고 했는데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았다."

객관적인 전력상 하위로 분류되는 인천같은 약체팀들의 현실적인 비애가 담겨 있다. 인천 등 시민구단과 클래식으로 승격한 수원FC 등은 공격축구를 하고 싶어도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 게 사실이다.

다득점 구도는 역시 강팀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북이나 FC서울 같은 상위권 팀들은 전력이 좋은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다득점을 시도하는데 부담이 덜 할 수 있다.


전력이 좋은 만큼 몰아치기 능력에서도 우세다. 다득점 구도에서 몰아치기가 최상의 방법이다. 그만큼 강팀에겐 자꾸 유리해지는 것이다.

반면 인적 구성이 약한 팀들은 매경기 패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으로 여기는 판국에 섣불리 공격축구에 나설 용기를 내기 힘들다.

그동안 입증됐듯이 상대적 약체팀들은 역습을 이용한 득점으로 1∼2골차 경기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게 대부분이다. 이런 팀들은 수비축구가 좋아서가 아니라 처해진 현실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공격축구만 축구인가. 수비축구가 갖는 의미도 있다"는 일부 지도자의 축구철학과도 배치될 수 있다.

결국 다득점 구도로 인해 K리그 판도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를 무시할 수 없다.

다득점 구도가 2015년 시즌 적용됐다면 돌풍팀 인천의 상위 스플릿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10월 4일 33라운드(상-하위 스플릿 결정전) 당시 인천이 성남에 0대1로 패해 탈락했을 때 비기기만 해도 상위 스플릿에 올라갈 수 있었다. 경쟁팀 제주가 전북에 승리해 승점 46 동률이 되더라도 골득실차(인천 +3, 제주 +1)에서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득점 우선제를 적용하면 당시 51득점의 제주가, 31득점의 인천을 압도했다.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FC서울의 극적인 드라마도 없었다. 당시 서울은 포항과의 마지막까지 치른 3위 경쟁에서 동률(승점 58)을 이뤘지만 골득실(서울 +14, 포항 +11)에서 앞서 2015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극적으로 따냈다. 하지만 다득점에서는 서울이 42득점으로 포항(50득점)에 크게 뒤졌다.

2013년에는 부산과 성남의 스플릿 운명도 바뀔 뻔했다. 당시 부산은 승점 40 동률로 골득실(부산 +6, 성남 +5)에서 이겼지만 다득점에선 33대36으로 열세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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