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다득점 시대 명암]①12개 구단 감독 목소리는 달랐다, 명암이 공존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6-01-19 17:57



프로는 경쟁이다.

출발은 동일 선상이지만, 뚜껑이 열리는 순간 희비가 함께 춤을 춘다. '순위'라는 숙명의 사선에서 다른 결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2016년 K리그 클래식은 3월 12일 문을 연다. 12개팀들은 각각의 목표를 갖고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겨울이 알찰수록 가을의 환희는 달라질 수 있다.

국내와 해외에서 전지훈련이 한창인 가운데 K리그는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올 시즌부터 '생사'가 걸린 순위 결정 방식이 바뀐다. 기존의 '승점→득실차→다득점→다승→승자승→벌점→추첨' 순에서 '승점→다득점→득실차→다승→승자승→벌점→추첨' 순으로 변경된다.

골득실보다는 다득점이 우선 순위에 오르는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이례적인 결정이다. 지구촌 축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K리그식 '발상의 전환'이다. 수년간 평균 관중 7000명대에서 정체돼 있는 프로축구연맹은 고육지책이라고 했다.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득점 증가와 이로 인해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통해 팬들의 만족도를 높이자는 취지다." 맞는 말이다. 축구는 골로 말한다. 골네트가 흔들리는 순간 그라운드의 희열은 배가된다.

그러나 현장을 지휘하는 감독들은 연맹의 이사회와 정기총회를 통해 결정된 순위 변경에 대해 호불호가 교차했다. 스포츠조선은 국내외에서 동계전지훈련을 펼치고 있는 12개 클래식 감독 전원에게 순위 변경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명과 암이 공존했다. 결정을 번복할 수 없지만,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절대 2강'의 다른 목소리

전북의 '절대 1강' 체제에서 새로운 대항마가 탄생했다. FC서울이 '꿀영입'을 앞세워 전북과 함께 '절대 2강' 체제를 구축했다.


골득실이 아닌 다득점을 바라보는 두 감독의 눈은 어떨까. 최강희 전북 감독과 최용수 서울 감독의 입장은 달랐다. 최강희 감독은 '가진 자'의 여유가 느껴졌다. 그는 "큰 이견은 없다. 팬들에게 더욱 공격적인 축구를 보여주기 위한 아이디어다.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물론 우리와 경기할 때는 상대가 다득점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우리를 상대로는 수비에 치중하는 팀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골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용수 감독은 변화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아쉬움은 있었다. 다득점으로는 각 팀의 전술의 다양성을 담기는 1%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대안으로 승자승을 꼽았다. "누구나 많은 골을 바란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다득점보다는 승자승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승자승 원칙이 우선 적용되면 각 팀은 이기는 축구를 해야한다. 축구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은 하나다. 결국 골을 넣어야 한다. 더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는 경기가 될 수 있다."

다득점으로 변화가 올까, 현장의 걱정

중간 지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지난해 시민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6강인 그룹A에 포진한 김학범 성남 감독은 제도의 모순을 강력하게 지적했다. 그는 "그렇게 한다고 공격축구가 유도될까. 축구라는 게 골만 넣으면 되나. 10골씩 넣으면 누가 재미있게 보나. 뒷문 열어놓고 무조건 골만 넣으면 되나. 그렇게 좋은 제도면 국제축구연맹(FIFA)에선 왜 안하나"며 반문했다. 그리고 "좋은 제도고 관중 흥미를 유발하는 제도면 FIFA나 축구 선진국에서 먼저 도입할 것이다. 현장에선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 골이란 게 많이 넣고 싶다고 다 넣을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근시안적 생각이다. 축구란 모든 걸 갖춰서 만들어가는 건데, 그런 발상들이 어디서 나왔는지 몰라도 잘못된 거다. 정상적으로 가도 된다. 각팀마다 특성이 있고 전술이 있다. 왜 똑같은 잣대로 하나. 전력이 나쁜 팀들이 버티는 힘은 뭐냐. 공수 균형, 조직력을 가진 색깔있는 축구가 재밌는 축구이고 관중을 끌어들이는 축구다. 별 의미없다. 좀더 의견을 수렴했어야 했다"고 반박했다.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은 조심스러웠다. 그는 "일장일단이 있다. 우리는 지난 시즌 팬들을 위해 공격적인 축구를 했고, 그 결과 최다 득점팀이 될 수 있었다. 팬들을 위해 이런 공격적인 팀들에게 혜택이 주어진다는 부분은 좋다고 본다. 그러나 해외리그에서 실시하지 않는 제도를 우리만 실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부분도 있다. 혹시 있을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훈 인천 감독은 자칫 다득점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인천은 팀 전력상 2015시즌 최소 실점 사례로 볼 때 무작정 공격 축구를 구사하기엔 한계가 있어 난감하다. 나름 공격축구한다고 했는데 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다." 남기일 광주 감독도 "연맹도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고 더 좋은 방향을 위한 변화라고 생각하지만 큰 변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기준이 변경됐다고해서 전술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냉정하게 이야기했다.

어차피 순응해야 할 운명 그리고 환영

어차피 결정된 제도다. 현장에선 순응해야 한다. 그 외 감독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올 시즌 포항의 지휘봉을 잡은 최진철 감독은 "기존 포항이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나도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한다. 골을 더 많이 넣기 위해 자연스럽게 공격수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 같다"고 반겼다. 윤정환 울산 감독도 "좋다 싫다를 나눌 수 있는게 아닌것 같다. 굳이 나눈다면 찬성이다. 리그 흥행을 위해서 고심과 연구 끝에 룰 변경을 결정한거라 본다. 공격적인 축구를 펼칠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의 흥미도 배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상래 전남 감독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앞선으로 치고 나가는 공격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승점 경쟁이 치열한 리그 막판에는 지키는 쪽을 택하는 경우도 보는데, 좀 더 모험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 많이 생긴다는 측면에서도 좋다"고 밝혔다. 조성환 제주 감독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올 시즌 1부로 승격한 조진호 상주 상무 감독과 조덕제 수원FC 감독도 골득실보다 다득점을 우선 순위에 놓은 제도에 고개를 끄덕였다. 조진호 감독은 "무작정 수비를 고집하며 비기기 전략을 쓰는 일도 감소할 것 같다"고 했고, 조덕제 감독은 "수원FC와 같이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팀에는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덧붙였다.

골득실이 아닌 다득점의 시대, 과연 그라운드는 어떻게 변할까.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골득실 아닌 다득점, 현장 감독 목소리

지난 시즌 순위=감독

1=최강희 전북 감독=큰 이견은 없다. 우리와 경기할 때는 상대가 다득점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우리를 상대로는 수비에 치중하는 팀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골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서정원 수원 감독=일장일단이 있다. 우리의 경우 지난 시즌 팬들을 위해 공격적인 축구를 했고, 그 결과 최다 득점팀이었다. 그러나 해외리그에서 실시하지 않는 제도를 우리만 실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부분도 있다.

3=최진철 포항 감독=찬성이다. 기존 포항이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나도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한다. 골을 더 많이 넣기 위해 자연스럽게 공격수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같다.

4=최용수 서울 감독=누구나 많은 골을 바란다. 제도의 변화는 이해하지만 다득점보다는 승자승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승자승 원칙이 우선 적용되면 각 팀은 이기는 축구를 해야한다. 축구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은 하나다. 결국 골을 넣어야 한다.

5=김학범 성남 감독=그렇게 한다고 공격축구가 유도될까. 축구라는 게 골만 넣으면 되나. 10골씩 넣으면 누가 재밌게 보나. 뒷문 열어놓고 무조건 골만 넣으면 되나. 그렇게 좋은 제도면 FIFA에선 왜 안하나. 좋은 제도고 관중 흥미를 유발하는 제도면 FIFA나 축구 선진국에서 먼저 도입할 것이다.

6=조성환 제주 감독=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팀이나 감독 입장에서 장기 레이스 후반에 어찌될지 모르는 순위 싸움 상황에 대비해 좀 더 공격적으로 경기할 수 있는 룰인 것 같다.

7=윤정환 울산감독=좋다, 싫다를 나눌 수 있는 게 아닌것 같다. 굳이 나눈다면 찬성이다. 리그 흥행을 위해서 고심과 연구 끝에 룰 변경을 결정한거라 본다. 공격적인 축구를 펼칠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의 흥미도 배가될 것이다.

8=김도훈 인천 감독=반대라기보다 인천은 팀 전력상 2015시즌 최소 실점 사례로 볼때 무작정 공격축구를 구사하기엔 한계가 있어 난감하다. 나름 공격축구한다고 했는데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았다.

9=노상래 전남 감독=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앞선으로 치고 나가는 공격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승점 경쟁이 치열한 리그 막판에는 지키는 쪽을 택하는 경우도 보는데, 좀 더 모험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 많이 생긴다는 측면에서도 좋다.

10=남기일 광주 감독=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고 더 좋은 방향을 위한 변화라고 생각하지만 큰 변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의미를 두지 않고있다. 기준이 변경됐다고해서 전술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승격=조진호 상주 감독=공격축구를 유도한다는 대의명분이라면 환영할 만하다. 공격수들간 경쟁유도라는 측면에서도 기대할 만하다. 무작정 수비를 고집하며 비기기 전략을 쓰는 일도 감소할 것 같다.

승격=조덕제 수원FC감독=공격적인 축구를 장려하기 위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수원FC와 같이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팀에는 도움이 되는 제도다. 이번 제도를 통해 K리그가 보다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리그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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