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 '레알 전북', 더 강해지려면 시간 필요하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6-01-17 19:54


아랍에미리트에서 전지훈련 중인 전북 선수들. 사진제공=전북 현대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에 대한 기대감이 향상된 건 사실이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폭풍 쇼핑'을 통해 국가대표급 자원들을 대거 영입했다.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쓸어담아 '스타 마케팅'을 펼치는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 빗대 '레알 전북'이라는 수식어가 생겼다.

'레알 전북'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전북은 15일 전지훈련지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자빌 스타디움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도르트문트와의 친선경기를 펼쳤다. 결과는 1대4로 패배였다.

이날 A대표팀 부럽지 않은 스쿼드가 가동됐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상대가 독일 분데스리가 2위를 달리고 있는 강호인 만큼 전반에 최정예 카드를 꺼내들었다. 4-2-3-1 포메이션을 내놓은 최 감독은 최전방 원톱에 '라이언 킹' 이동국을 두고 레오나르도와 제주에서 데려온 로페즈를 좌우 측면에 배치했다. 섀도 스트라이커에는 '광양 루니' 이종호를 세웠다.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출신 김보경과 이 호가 나섰다. 포백은 이주용 김기희 최철순 이종호와 전남에서 둥지를 옮긴 임종은이 수비라인을 구축했다. 골키퍼 장갑은 베테랑 권순태가 꼈다.

최 감독이 새 시즌을 앞두고 이름 값 있는 선수들로 전력을 대폭 강화한 이유가 있다. 확실한 목표가 있다. 'K리그 클래식 1강' 굳히기와 아시아 정상 탈환이다. 그리고 중요한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바로 경기 내용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최 감독은 지난 시즌에도 좋은 결과에 비해 과정이 좋지 않다고 자주 언급했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었다. 전북은 5일부터 체력훈련에 매진했기 때문에 전술과 실전 감각은 이제부터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문제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좋은 경기 내용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라운드에선 현실이 그대로 반영됐다. 전북은 경기 초반부터 상대 패스 플레이에 볼 점유율을 빼앗겨 끌려다니는 경기를 했다. 그러다 전반 4분 만에 마르코 로이스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전북은 경기 흐름상 역습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전반 10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왼쪽 측면을 뚫은 이주용의 크로스에 이어 쇄도하던 이동국이 방아찍기 헤딩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그러나 전북은 좀처럼 분위기를 전환하지 못했다. 귄도간과 바이글이 조율하는 도르트문트판 티키타카에 맥을 추지 못했다.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첫째, 조직력이었다. 수비진부터 자연스런 빌드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중원에서의 톱니바퀴처럼 도는 패스 플레이도 보이지 않았다.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으니 선수들의 움직임은 마치 '섬' 같았다. 둘째, 공격 작업도 단순했다. 다양한 패턴의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수비형 미드필더 부재로 인해 드러났다. '홀딩 미드필더' 이 호와 김보경의 역할이 애매하게 설정된 모습이었다. 셋째, 수비진의 집중력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또 탈압박을 하는 과정도 엉성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전북 유니폼을 새로 입은 선수들의 활약이 보이지 않았다. 이종호는 이동국의 아래에서 부지런하게 움직였지만 이렇다 할 공격 기회를 잡지 못했다. 로페즈는 두 차례 헛발질로 좋은 득점찬스를 날려버렸다. 센터백 임종은도 전남에서 보여준 물샐 틈 없는 수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김보경만이 중원에서 과감한 플레이를 펼쳤다. 좌우 측면으로 공을 연결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러나 아직 동료들과의 호흡, 늦은 패스 타이밍은 남은 기간 향상시켜야 할 부분이었다. 이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전북이 더 강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부진 속 희망도 피어오른다. 고무열 등 투입되지 않은 새 얼굴도 있고, 핵심 미드필더 이재성도 기초군사훈련으로 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완전한 전력이 꾸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서른 일곱의 노장 이동국이 건재함을 알렸다. 남은 50여일 동안 완전체가 된 전북이 손발을 맞춘다면 충분히 올라간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레알 전북'은 이제 첫 발을 뗐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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