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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의 딜레마는 권창훈(수원)이었다.
하지만 신태용호에서는 이 장점이 희석됐다. 신태용호의 스타일이 워낙 공격적인데다 권창훈과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들이 너무 많았다. 여기에 기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도 없었다. 당초 신 감독은 제주, 울산 두차례 국내 전지훈련을 통해 권창훈 딜레마를 풀려고 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전훈에 합류했지만 부상 후유증으로 제대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UAE와의 평가전에서 도움 한개를 올렸지만, 사우디 아라비아전에서는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본선 개막 후에도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다. 14일(이하 한국시각) 우즈베키스탄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겸 2016년 리우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C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교체투입 됐지만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믿을맨'에서 '계륵'으로 전락할 수 있던 순간, 신 감독은 권창훈에게 다시 한번 신뢰를 보냈다. 다득점이 필요한 예멘전 권창훈을 선발명단에 포함시켰다. 권창훈의 장점이 가장 잘 발휘되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 기용했다. 자리만 그랬을 뿐 권창훈이 뛰는 곳이 포지션이었다. '프리롤'이라는 날개를 단 권창훈은 최고의 활약으로 보답했다. 권창훈은 16일 카타르 도하 카타르 SC 스타디움에서 열린 예멘과의 C조 2차전에서 3골-1도움을 올렸다.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나온 첫번째 해트트릭이다. 예선 전체를 돌려봐도 17년 전 이동국(1999년 5월 29일 인도네시아와의 2000년 시드니올림픽 1차예선(7대0 승) 이래 처음이다. 한국은 권창훈의 활약을 앞세워 예멘에 5대0 완승을 거뒀다. 권창훈은 전반 14분을 시작으로 31분, 41분 릴레이골을 성공시키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오른발, 머리 온몸이 무기였다. 후반에는 27분 류승우의 골을 도우며 또 하나의 공격포인트를 추가했다. 이후에도 권창훈은 골대를 맞추는 등 여러차례 결정적 기회를 만들어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이 더 좋았다. 동료들과 완벽한 호흡을 보였다. 권창훈은 특유의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동료들의 움직임과 상황을 판단해 경기를 지배했다. 그 과정에서 밸런스는 단 한번도 무너지지 않았다. 권창훈은 헌신적인 움직임으로 적절한 수비가담까지 보이며 박용우(서울)가 홀로 지키고 있던 중원에 큰 힘을 불어넣었다.
딜레마를 풀어낸 권창훈, 해트트릭 보다 더 기쁜 것은 '에이스로의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었다. 권창훈까지 살아난 신태용호는 공격축구를 위한 가장 완벽한 날개를 달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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