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정 운 "허무했던 K리그 1년차, 보상받고 싶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1-12 19:01



"제가 이만큼 컸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요."

3년만에 돌아온 K리그, 정 운(27·제주)의 각오는 다부졌다. 정 운은 올 겨울 크로아티아를 떠나 제주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군입대와 유럽 잔류를 두고 고민하던 정 운에게 제주의 제안이 왔다. 그는 "솔직히 유럽 다른 리그에서도 오퍼가 왔다. 크로아티아 리그로 이끈 팀 회장과 감독도 잔류하라고 했다. 오기도 쉽지 않은 유럽에서 적응까지 마쳤기에 아내와 부모님도 한국행을 아쉬워했다. 꼭 군대 때문에 돌아온 것은 아니다. 한국에 다시 내 가치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정 운에게 K리그는 아픔이었다. 울산 유스 출신인 정 운은 2012년 우선지명으로 울산에 입단했다. 단 한차례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채 팀에서 방출됐다. 그의 선택은 '낯선 나라' 크로아티아였다. 정 운은 "울산에 처음 갔을때만 해도 기대가 컸다. 하지만 생각과 달랐다. 동계부터 시즌 끝날때까지 2군에만 있었다. 한국의 다른 팀을 알아보다가 크로아티아 2부에 있는 친구의 소개로 현지 에이전트에 영상을 보냈다. 테스트 제안이 왔고 크로아티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 했다.

2013년 초 우여곡절 끝에 이스트라1961에 입단했다. 첫 해 12경기를 뛰며 가능성을 알린 정 운은 이후 이스트라의 확실한 주전윙백으로 자리잡았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정 운은 "한국과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적응하기 힘들었다. 힘이 좋은 것은 예상했는데 기술까지 좋더라. 매사에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 무작정 열심히 했더니 그 모습을 감독이 좋아했다"고 했다. 아내가 크로아티아로 건너오며 안정을 찾은 정 운은 이 후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2014년에는 크로아티아 유력지가 선정한 리그 최고의 왼쪽윙백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시즌에는 상위권팀인 스플리트로 이적했다. 스플리트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했다. 정 운은 이 같은 활약으로 크로아티아 축구협회로부터 대표 발탁을 조건으로 귀화 제안까지 받았다. 정 운은 "니코 코바치 전 크로아티아 감독과 우리 소속팀 감독이랑 친했다. 코바치 감독이 왼쪽 윙백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고 우리 감독이 나를 추천했다. 그때 활약이 좋아서 코바치 감독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코바치 감독이 경질되면서 귀화 얘기가 들어갔다"고 했다.

크로아티아에서 얻은 가장 큰 무기는 자신감이다. 특히 크로아티아 리그에서 그보다 아래로 평가받던 요니치(인천), 오르샤(전남), 코바(울산) 등이 K리그에서 성공한 것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정 운은 "이 3명이 크로아티아 하위팀에서 뛰던 선수들이다. 물론 스타일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크로아티아에서 수비에 힘을 쏟던 정 운은 한국에서는 공격적인 부분까지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원래 내 장점은 공격이었다. 크로아티아에서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에 맞추다보니 수비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었다. 제주가 공격적인 팀인만큼 오버래핑에도 힘을 쏟고 싶다"고 했다.

정 운은 이겨보고 싶은 팀으로 울산을 꼽았다. 그는 "울산에서만 자랐는데 아무래도 배신감 같은 게 있다. 울산에 좋은 모습을 보여서 정 운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A대표팀에 대한 꿈도 말했다. 정 운은 "현지 친구들이 '한국 대표팀은 왜 너를 안뽑냐'고 많이 물었다. 지금 왼쪽 윙백 자리에는 빅리그에 뛰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아무래도 생소한 크로아티아 리그까지는 보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에 온만큼 동등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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