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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47)의 대륙 정벌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중국이다. 프로구단 사령탑으로 첫 출발이다. "가볍게 첫 시작을 한다"는 그는 "도전 의식이 향상된다. 어려운 큰 무대에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겨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2000년을 떠올리고 있다. 1999년 가시와 레이솔에 둥지를 튼 '멀티 플레이어' 홍명보는 패배주의의 덫에 걸린 선수단의 알토란 같은 존재였다. 이듬해 니시노 아키라 감독의 삼고초려 끝에 J리그 외국인 최초로 주장에 선임됐다. 외국인 주장은 미지의 세계이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던졌고 가시와의 태양으로 존경을 받았다. 당시 그의 철학은 '솔선수범'이었다. 동료들의 정신력이 나태해 질 때는 독하게 몰아붙였다. 하위권을 맴돌던 팀은 1999년 리그 3위, 리그컵 정상에 오른 데 이어 2000년에도 리그 3위를 차지했다.
홍 감독은 성적보다는 팀의 체질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중국 상위권 팀들은 강하다. 과감한 투자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러나 소수의 팀들이 리그를 이끌어가고 있다. 항저우는 그만한 재정은 안되지만, 철학이 있는 팀이다. 나와 잘 맞는 부분이라 선택했다. 어린 선수를 발전시키고 좋은 팀을 만들 것"이라며 "중국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점도 들었다. 나는 좋은 선수이기 전에 좋은 사람으로 육성시키고, 프로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다. 그 것이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2005년 지도자로 변신한 홍 감독의 무대는 대표팀이었다.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코치 생활을 거쳐 2009년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그는 그 해 사령탑 데뷔 무대인 이집트 국제축구연맹 청소년월드컵에서 18년 만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에 이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수확했다. 그 노하우를 살려 항저우를 새로운 팀으로 변모시킨다는 계획이다.
홍 감독은 한국인 선수 중에는 오범석(32)을 영입했다. 그는 "우리 구단이 어린 선수 위주로 돼 있기 때문에 경험에서 누군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오범석이 가장 적합한 선수라고 판단했다. 한국 선수 영입은 더는 없다"고 못박았다. 홍 감독의 항저우는 일주일 간의 중국내 훈련을 거쳐 10일부터 1차 해외동계훈련에 돌입한다. 태국에서 3주 정도 체력훈련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그리고 UAE(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일본 중 한 곳을 선택해 2차 전지훈련을 가질 계획이다.
1998년 창단된 항저우는 1부에서 최고 성적이 2010년의 4위다. 2012년부터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015년에는 11위에 머물렀다. 홍 감독은 "항저우는 항상 강등권에 있던 팀이다. 생존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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