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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75세의 보경스님의 조용하고 차분한 산사 생활이 공개됐다.
새벽 4시 보경스님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 그는 "다 세시 되면 하는데 저는 한 시간 늦게 예불을 하러 간다"라며 법당에 들어섰다. 보경스님은 직접 키운 채소로 직접 식사를 준비한다며 상을 들고 계곡 옆 평상에서 식사를 했다.
산중에서 홀로 지낸지 30년째라는 보경 스님은 "올해가 75세다. 우리 나이로. 출가한지 32년 됐다. 늦깎이로 스님이 됐다"라 자신을 소개했다. 법당 한 채가 전부인 작은 산사에는 수많은 장독대가 자리했다. 보경 스님은 "간장이 달고 맛있으면 하얀 짤레꽃이 핀다"라며 직접 담근 장을 보여줬다. 20년이 넘은 된장에 오미자청 매실청 등 종류도 다양했다.
보경 스님은 "(결혼은) 당연히 했다. 속세에 애들도 있고. 출가는 내 위주로 한 거다. 허락을 받아 한 게 아니다. 스님들도 좋고 부처님 마지 올리고 하는 게 너무 좋았다. 그래서 출가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막내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출가를 했다. 엄마하고 자식은 벌써 출가할 때 끝난 거지 않냐. 나도 속세를 버리고 왔으니까"라며 모든 속세와 연을 끊고 출가했다 입을 열었다.
갑자기 몰아치는 비바람에 보경스님의 얼굴에도 근심이 어렸다. 비가 겨우 그친 뒤 텃밭에서 지천에 올라온 제철 나물을 캔 보경스님은 "마트와서 시장 다 봤다"며 흐뭇해 했다. 식사를 준비하는 보경스님은 "많이할 때는 이거보다 더 많이 하는데 오늘은 그렇게 안해도 될 것 같다"며 요리를 척척 해나갔다. 보경스님은 "공유일에는 몇분씩 오셔서 음식을 해놓고 기다리고 있다"며 하염없는 기다림을 이어갔다. 오후가 되자 날이 갰고 스님은 산행을 시작했다.
보경스님은 "제일 괴로운 건 친정어머니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겼다. 저하고 같이 어디를 가기로 했는데 제가 일이 있어 못갔다. 그런데 한 일주일 동안 소식이 없더라. 알고 보니까 교통사고를 당해 돌아가셨다더라. 그게 너무 지금까지도 죄 진 기분이다. 내가 그때 모시고 갔으면 아직까지 살아계시지 않을까, 내가 못 지켜드렸다는 생각이 (든다)"라 했다. 모든 것을 끊어냈지만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은 사그러들지 않는다고.
보경스님은 "(부처님이) '평생 죽을 때까지 나눠 먹고 살아라' 하는 꿈을 꿨고 그 뒤부터는 별것 아니라도 해서 나눠먹고 김장 때 되면 어르신들 해서 가져다 드리고 이때까지 살았다"라 했다.
곧이어 도착한 손님 덕에 산사에 활기가 들었다. 익숙한 일인 듯 스님은 돕는 손님은 멀리서 왔다면서 "자주 한 번씩 오는 절이다. 공기도 좋고 여기 왔다 가면 머리도 시원한다"라고 스님과 힘을 합쳐 일을 했다.
보경스님은 "어느 절집이든 보살님들하고는 다 나눠 먹는다. 우리만 그런 건 아니다. 생활은 공과금만 내면 채소는 밭에서 다 조달이 된다"며 풍요롭지 않은 생활에도 만족해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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