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④] '옷소매 붉은 끝동' 정지인 감독 "덕화는 덕화→원작 없던 오대환"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2-01-12 10:32 | 최종수정 2022-01-12 10:36


사진=MBC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옷소매 붉은 끝동' 정지인 감독이 배우들의 연기에 공을 돌렸다.

정지인 감독은 최근 스포츠조선과 서면을 통해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정해리 극본, 정지인 송연화 연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찰떡'인 캐스팅이 과몰입을 불렀던 작품. 특히 대본리딩 때부터 '이 작품 된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다는 정 감독이었다. 정지인 감독은 "이세영 이준호 배우 두 분이 처음으로 같이 만나 대본 리딩을 한 날이었습니다. 어떤 디렉션도 주지 않았고 가볍게 맞춰 본 상황에서 두 배우의 합이 장난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편하게 캐릭터에 젖어들어 산과 덕임이 되어가는 두 배우의 모습을 보며 이건 완전 대박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준호 씨는 전역 후 처음으로 연기하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예민하면서도 강단 있는 산의 감정선을 세세히 살렸고, 세영 씨는 덕임이가 진짜 살아있었으면 이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생함을 전달했습니다. 시경을 낭독하는 5부의 장면을 둘이 읽을 때는 저도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현장에서 어떻게 촬영하게 될 지 가장 기대가 되는 씬이었고 촬영과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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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정지인 감독은 "이준호, 이세영 두 분 모두 쉽게 만족하지 않는 배우들입니다. 배려심도 많고 상대방과의 연기 합을 누구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감독의 입장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었습니다. 특히 멜로물에서는 두 배우의 합과 케미가 중요한데, 세영 씨와 준호 씨는 리허설 중 끊임없이 상의하며 어떤 식으로 연기를 할 지에 대해 상대방과 맞춥니다. 물론 그 사이에는 세상 희한한 장난도 섞여 있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습니다. 웃다가 정신 못 차리는 적도 많았습니다. 새삼 저렇게 장난 치다가도 슛을 들어가면 산과 덕임이 되어 초집중하는 모습에 언제나 감탄했습니다"라고 했다.

또 이세영에 대해 "장난스러운 모습과는 다르게 세영 씨는 절대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언제나 들고 다니며 뭔가를 잔뜩 적어놓고 리허설 중에도 계속 메모를 하더군요. 스스로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제가 오케이를 해도 다시 찍고 싶다고 꼭 얘기를 합니다. 이유가 명확하고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은 배우의 요구를 거절할 감독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른 배우들과 다르게 모니터링은 따로 하지 않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면 감독님이 알아서 할 테니 본인은 안 봐도 된다고 합니다. 최선을 다해 표현하고 감독에게 최대한 많은 선택지를 안겨주는 연기자입니다. 가끔 근로 시간에 쫓겨 세영 씨가 다시 찍고 싶을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넘어가야 하는 순간이 가장 안타까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준호에 대해서도 "준호 씨는 현장에서 어지간하면 대본을 보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완벽하게 숙지하려고 하는 스타일이었고 모든 걸 준비해서 현장에 나타납니다. 대사를 외우는 게 어렵다고 얘기하면서도 긴 대사량을 막힘 없이 술술 하면서 감정 연기도 섬세하게 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촬영이 끝나면 언제나 물어봅니다. 본인 연기가 어땠는지에 대해. 너무 좋았고, 오늘 이 씬 완전 찢었고 아까 찍은 그 커트는 꿈 속에 나오겠다고 얘기해도 언제나 아쉬워하는 눈빛이었습니다. 내가 뭘 놓친 게 아닌지 편집실에 가서 또 확인하게 만드는 연기자입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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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화는 '옷소매'의 가장 든든한 기둥이었다. 정지인 감독은 "이덕화 선생님에 대해서 돌아보자면,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영조와는 좀 색다른 느낌을 찾아야 했습니다. 변덕이 심하면서 명민함을 유지하는 동시에 언제 어디로 분노할 수도 있는 에너지가 충만한, 그리고 제왕의 카리스마를 살릴 수 있는 배우가 누구일지 고민했습니다. 많이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이덕화 선생님이었습니다. 이덕화 선생님은 본능적으로 본인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는 한방이 있습니다. '덕화는 덕화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으시며 후배 연기자들과 교감을 끝없이 하시더라고요. 준호 씨가 연기하는 정조가 세월의 변화에 따라 종종 영조의 몸짓이나 발성이 배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이덕화의 영조가 이 드라마에 남긴 흔적들을 떠올렸습니다. 5회 엔딩과 11회, 12회 편전의 씬들은 이덕화의 영조가 아니었으면 완성이 안 될 장면들이었습니다. 특히 편전에서 금등지사를 확인하는 씬은 연기자들의 힘에 백프로 이상 의지해서 만들어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덕화 선생님은 아침부터 새벽까지 이어진 촬영 중에도 전혀 지친 기색 없이 후배 연기자들을 독려하면서 편전 씬을 완성해나가셨습니다. 제작발표회에서 저에게 진정성 있는 감독이라고 한참 칭찬해주셨는데 선생님이야말로 진정성 중의 진정성을 보여준 연기자셨습니다"라며 엄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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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에 대해서도 "강훈 배우는 성식 역으로 미팅을 왔었는데 부드러운 느낌에 서늘한 눈빛이 함께 있어 덕로 역할을 읽어봐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강훈 배우의 덕로를 만들기 위해서 촬영 직전까지 주 1-2회는 대본 리딩을 따로 하면서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같이 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날렵한 미남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체중 감량과 운동도 병행할 것을 권했습니다. 덕로의 산에 대한 마음을 어떻게 살릴까도 같이 고민했습니다. 덕로 홍국영의 정조 이산에 대한 충성심이 엿보이는 기록들을 함께 살펴 봤고, 정철의 '속미인곡'과 '사미인곡'을 보라고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덕로의 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산을 보위에 올리게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올리겠다는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태도를 장착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초반 촬영에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어색함이 약간 있었지만 촬영이 거듭될수록 누구보다도 오직 산을 바라보고 위하는 덕로가 완성되어 갔습니다. 덕로가 산을 향해 마지막 편지를 쓰는 장면에서는 강훈이 사라지고 덕로만 남아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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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의 카리스마를 자랑했던 박지영은 "박지영 배우는 카리스마와 함께 왕에 대한 애증을 캐릭터 속에 녹여낼 수 있는 최고의 캐스팅 중 하나였습니다. 자신에게 궁녀 역할을 제안한 작품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도대체 어떤 감독인지 궁금했다며 호탕하게 웃으신 모습에 새삼 반했습니다. 1회에서 영조와 함께 아역들을 이끌어 주며 드라마의 시작을 힘있게 열어준 최고의 연기자였습니다. 사극을 처음 하는 감독과 후배 연기자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주셨고, 언제나 아이디어가 많았기 때문에 리허설을 할 때마다 무척 즐거웠습니다.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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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장희진 배우의 경우 '공항가는 길'에서 본 이중성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따뜻함과 서늘함이 우아하게 공존하는 모습에서 기존의 작품에서 보지 못한 정순왕후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실제 대화를 할 때와 연기할 때의 발성이 너무나도 달라 집중을 하게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긴장감 있는 장면들에서 어디서 찬 바람이 부는 게 아닐까 하는 서늘한 분위기를 만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매력적인 배우였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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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조희봉 배우는 위엄 있는 좌의정과 함께 때로는 비굴하고 제조상궁의 손아귀에 있는 하찮은 소인배의 느낌이 모두 가능한 배우였습니다. 대본 속에 드러나지 않는 정말 사소한 부분까지 고민해 와서 진지하게 상의하고 이를 연기 속에 담아내는 배우였습니다. 심지어 귀엽고 웃기게 살린 연기들도 정말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들이었습니다"라며 "장혜진 배우는 이전 작품에 특별출연을 해주신 인연이 있었고, 서상궁 역으로 가장 먼저 떠올린 배우였습니다. 특별출연을 해주셨을 당시 슬픈 장면이었지만 유쾌한 기억으로 남았기 때문에 덕임을 따뜻하게 감싸면서도 생활감 넘치는 서상궁으로 다른 사람은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동궁전의 상궁으로서 산에게도 중요한 인물 중 하나였습니다. 촬영 현장에서 에너지와 활력을 불어넣는 배우의 매력과 능력이 캐릭터 속에 녹아 산과 덕임을 끝까지 보듬어왔다고 생각합니다. 긴 촬영기간 동안 저 역시 이 배우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한다고 느꼈습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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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오대환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정 감독은 "원작에도 없는 좌익위 강태호는 오대환 배우에게 맞춰 만든 인물입니다. 오대환 배우가 일정이 안 맞으면 아예 역할을 빼버릴 생각까지 했습니다. 오대환 배우는 애드리브를 받아줄 수 밖에 없게 연기하는 배우입니다. 대사가 없는 상황에서도 뭔가를 만들어 오고 드라마 상황에 맞게 찰떡으로 소화하기 때문에 감독 입장에서는 최대한 자유롭게 놔두고 어디까지 무엇을 보여줄 지 언제나 기대하게 됩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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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공감을 받았던 혜빈 역의 강말금에 대해 정 감독은 "강말금 배우는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워낙 재밌게 봐서 꼭 한 번 작업하고 싶은 배우였습니다. 사극을 해 본 적 없고, 일반적인 드라마 연기랑은 분명 다른 톤이 나올 것 같아 기존과는 전혀 다른 혜경궁을 연기하게 되리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배우와 함께 아들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에 서늘하고 목적지향적인 혜경궁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보자고 했습니다. '한중록'을 다 읽은 후 따로 감상평까지 보내 깜짝 놀랐습니다. 기록 속에서 찾아낸 혜경궁의 서늘하고 목적지향적인 모습들을 담아냈으며, 무방비하게 나오는 날것의 얼굴에 언제나 감탄했습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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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소매'의 가장 큰 축을 담당했던 '궁녀즈'도 화제를 모았다. 정지인 감독은 "궁녀즈는 원작에 충실한 캐스팅을 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이세영, 이민지, 하율리, 이은샘 네 명의 동무들이 처음 만난 날은 정말 어색해 보였습니다. 과연 이들이 어릴 적부터 함께 커서 죽어서도 함께 하겠다는 맹세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습니다. 그 걱정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어요. 궁녀들을 촬영할 때는 언제나 텐션이 높아 리허설 중에 너무 웃다가 정작 촬영하다 힘이 빠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어느새 '찐친'이 된 궁녀즈 덕분에 덕임이가 덕임에게 안녕을 고하던 16회의 장면은 넷의 마음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들한테 리허설 중에 울지 말라고 했지만 사실 그건 저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지난해 MBC에서 가장 흥행했다는 평을 받은 작품. 5.7%로 시작했던 이 작품은 최종회 시청률 17.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역대급 기록을 세워냈고, 여기에 화제성 지표에서도 줄곧 1위 자리를 유지하는 등 드라마의 인기를 확고히 지켰다.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 기록을 담은 작품인 '옷소매 붉은 끝동'은 지난해 열렸던 '2021 MBC 연기대상'에서 올해의 드라마상을 포함해 이세영, 이준호의 최우수 연기상, 베스트 커플상, 이덕화의 공로상, 정해리 작가의 작가상, 장혜진의 조연상, 강훈의 남자 신인연기상 등 8관왕을 차지하는 대성과를 얻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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