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같은 연기=제살 깎기"…현빈, 끊임없이 변주하는 이유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8-10-18 13:25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배우가 매번 똑같은 연기, 똑같은 캐릭터를 하는 건 제 살 깎아먹기라 생각해요." 올 여름, '협상'에서 인질범 모태구 역을 맡아 데뷔 이후 첫 악역 연기를 선보인 현빈, 그가 위기에 빠진 조선을 구하는 조선의 왕자 이청으로 분한 '창궐'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夜鬼)'가 창궐한 세상,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현빈)과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장동건)의 혈투를 그린 액션블록버스터 '창궐'(김성훈 감독, 리양필름·영화사 이창 제작). 극중 위기의 조선에 돌아온 왕자 이청 역을 맡은 현빈이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개봉을 앞둔 소감과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2005), '그들이 사는 세상'(2008), '시크릿 가든'(2010) 등을 통해 최고의 스타로 자리 잡은 현빈. 이후에도 스타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영화 '역린'(2014)의 고뇌하는 왕 정조, '공조'(2017)의 북한 형사, '꾼'(2017)의 사기꾼, '협상'(2018)의 인질범 등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끊임없이 변신하며 영화 팬들은 만족시켜 왔다.
그런 그가 '창궐'에서는 위기의 조선에 돌아온 왕자 이청을 연기한다.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로 건너가 젊은 시절을 보낸 이조의 차남 강림대군 이청은 형인 소원세자(김태우)의 부름을 받고 십년만에 조선에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밤이 되면 공격해오는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 떼로부터 희생 당하는 백성들을 목격하고 감정의 변화를 느낀다. 현빈은 변화해 가는 감정 연기부터 장검을 이용한 인상적인 액션 연기까지 능수능란 선보이며 눈길을 끈다.

이날 현빈은 "시대적인 배경과 야귀가 만났을 때의 설정이 끌렸다. 다른 액션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재미도 있었고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다"며 '창궐'을 택한 이유에 대해 말했다. 전날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처음 영화를 봤는데 힘들게 관람했다. 관객분들은 힘들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현빈. 그는 말 뜻을 묻자 "영화가 처음 노출이 되는 것에 대한 긴장감이다. 보는 내내 어깨가 움추려지더라 그래서 많이 힘들더라"고 설명했다.

'창궐'에서 현실 절친 장동건과 호흡을 맞추게 된 현빈은 김성훈 감독이 장동건을 '창궐'에 캐스팅 과정에 '현빈과의 친분'도 개입했냐는 질문에 "감독님이 선배님과 작업을 하시고 싶어했는데 감독님이 이 책을 어떻게 전달해야 될지 모르셨다. 그런데 제가 선배님이랑 친한 걸 아니까 제가 전달 해주었으면 하셨다"며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런 과정에는 개입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책이 전달된 후에 감독님이 동건 씨가 책을 어떻게 보셨냐고 물어서 저는 오히려 두 분이 이야기 하셔라라고 했다"며 "저는 오히려 친분 관계가 개입된 캐스팅이 좋은 면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절친 장동건과 연기한 소감에 대해서는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연기를 받아주는 것에 대한 편안함이 있다. 서로 믿는 부분이 있고 편하다 보니까 서로 시도할 수 있는 것들도 잘 받았다. 정말 좋은 점이 많았다"며 "사적인 자리에서 봤던 장동건 선배님이 아니라 김자준의 모습으로 나타난 선배님을 보니 정말 그 캐릭터 자체로 보였다"고 말했다.

언론시사회에서 얼굴을 덮는 거친 분장에 대해 "완성된 영화를 보니까 망가뜨리려고 해도 잘 안 망가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어 큰 웃음을 자아낸 장동건. 현빈은 그런 장동건의 발언에 대해 "요새 그런 것에 재미를 붙이신 것 같다"며 웃었다. 충무로 대표 배우 장동건이나 정우성처럼 스스로 잘생김을 커밍아웃할 생각이 없냐는 기자의 농담에 현빈은 "전 절대 그럴 생각이 없다"며 웃었다.

이날 현빈은 극중 이청이 액션을 할 때 사용하는 검은 첫 시나리오와 달랐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처음에는 언월도라는 검을 사용하는 설정이었는데 이청 캐릭터와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해서 조금 더 크고 손잡이가 긴 검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어 '창궐'의 액션 컨셉에 대해서는 "살아남기 위한 액션이었다. 치열함이 들어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매 작품 마다 뛰어난 액션 연기를 선보이는 그는 "액션 연기를 즐기는 편이다. 찍을 때는 엄청 고생인데 찍고 나면 볼거리가 바로 나오니까 성취감도 있다. 힘든 액션을 하고 나면 보는 분들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빈은 좀비를 떠올리게 하는 야귀 분장을 한 배우들을 보고 실제로 섬?했다. 그는 "조명을 바꿀 때는 어두워졌다 켜지고 그러는데 야외 세트도 음산한데 화장실 가는 길에 분장한 야귀분들을 마주치거나 그러면 깜짝 깜짝 놀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무거운 캐릭터부터 가벼운 캐릭터, 액션부터 새로운 촬영 기법 등이 들어간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는 현빈. 그는 "새로운 것에 희한하게 끌리나 보다. 그래서 촬영 때는 정말 힘들다고 생각하는 데 하고 나면 성취감이 든다"고 했다. 이어 "똑같은 걸 계속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스럽게 새로움을 선택하게 된다. 관객분들도 그렇고 배우로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최선인 것 같다. 똑같은 캐릭터는 제 살 깎아 먹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창궐' 역시 마찬가지의 작품이었다며 "극중 이청이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조선이라는 땅을 밟고 조선에 관심도 없는데 의도치 않는 상황을 겪으면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본인의 위치에서, 한 나라의 왕자로서 변화되는 과정, 성장 과정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부분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공조' 이후 '꾼', '협상', '창궐'까지 최근 오락영화에서 큰 활약을 보이고 있는 그는 오락 영화를 특별히 계속 선택하는 이유를 묻자 "그냥 재미있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여운이 남고 메시지가 남는 작품도 굉장히 좋아하지만 그게 아니더라고 두 시간동안 팝콘 무비가 되고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고 그런 영화들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동건을 비롯해 여러 영화계 선배들과 친분을 자랑하는 현빈, 그는 "저는 선배들들에게 좋은 것만 받아서 '내 것 화'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누구를 따라가는게 아니라 선배님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듣고 배워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게 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에게는 어떤 선배냐는 질문에 "(후배들을) 편하게 해주고 싶다. 선배님들이 저를 편하게 해주셨듯이. 다만 제가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다만 열심히 들어주려고 한다. 들어주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들어주고 공감해주려는 마음은 있다"고 했다.

한편, '창궐'은 '공조'(2017) '마이 리틀 히어로'(2012)의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현빈, 장동건, 조우진, 김의성, 정만식, 이선빈, 조달환 등이 가세했다. 10월 25일 개봉한다.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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