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만평] 유저 1/4이 핵 사용한 배틀그라운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극복할까

송경민 기자

기사입력 2018-09-12 11:31





전 세계 게임 시장에 배틀로얄 장르를 성황 하게 한 펍지주식회사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락세를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은 불법 프로그램인 핵으로 출시 후부터 꾸준히 문제가 됐지만, 아직 게임을 좀먹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지난해 3월 24일 얼리 액세스(미리 해보기)로 공개된 후 한 달 평균 동시 접속자 수가 15만 명씩 증가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17년 8월 27일에는 스팀에서 몇 년 동안 동시 접속자 수 1위를 차지한 밸브 MOBA '도타 2'를 제치고 동시 접속자 수 1위를 기록해 흥행 전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배틀그라운드'는 스팀 역대 최고 동시 접속자 수 기록을 경신하면서 승승장구(乘勝長驅)했다. 9월 16일 133만 명, 10월 11일 200만 명, 11월 3일 250만 명, 11월 18일 290만 명, 12월 9일 300만 명을 넘겼고 2018년 1월 13일 325만 명을 돌파해 끝없어 보이는 인기를 이어갔다.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9월 1일 기준 1천만 장, 11월 초에는 2천만 장을 넘겼다. 마이크로소프트 콘솔 게임기 Xbox One 버전으로 출시된 후 12월 기준으로는 3천만 장을 돌파했고 올해 5월에는 4천2백만 장, 6월에는 5천만 장을 넘어섰다. 9월 기준으로는 6천만 장 돌파가 예상된다.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끝을 모르고 늘던 동시 접속자 수는 정점을 찍은 1월 13일을 기준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1월 16일에는 300만 선이 무너졌고, 2월 13일에는 250만 명 밑으로 줄었다. 중국 춘절 연휴가 시작된 2월 15일에는 168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고, 3월~4월에는 200만 명 선을 유지했다.

지난 4월 12일 187만 명, 5월 3일에는 159만 명, 6월 20일 128만 명, 8월 6일 118만 명, 8월 8일 107만 명으로 계속해서 줄어들던 동시 접속자 수는 9월 10일 96만 명으로 100만 선이 깨졌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13일 325만 명이었던 동시 접속자 수는 8개월 만에 70% 가까이 줄었다.

하락세 원인은 스팀 유저 평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스팀에는 유저가 직접 게임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데, '배틀그라운드'는 최근 평가 1만5천여 개 중 59%가 부정적이고 대부분 핵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긍정적인 평가 41%도 자세히 확인해 보면 핵을 단점으로 꼽고 있다.

배틀로얄 장르는 유저 100여 명이 동등한 조건에서 여러 가지 무기와 장비를 활용하면서 마지막까지 살아남기 위해 전투를 벌이는 게임 장르다. 모든 유저가 같은 조건으로 시작하지만,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유저 간 실력 차이가 나더라도 게임을 뒤집을 수 있는 점이 재미 요소다.


그런데 게임 내 전략적 요소나 유저 실력 여부에 상관없이 일방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핵 사용 유저가 등장하면서 게임이 가진 원래 재미를 절반 이상도 즐기지 못하는 유저가 점차 늘었다. 이를 인지한 펍지주식회사는 얼리 액세스 초기부터 핵 유저를 잡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펍지주식회사는 '배틀그라운드' 핵 방지 프로그램 '배틀아이(Battleeye)'와 연계해 핵 사용으로 제재된 계정 수를 발표했는데, 지난해 3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제재된 핵 사용 계정 수는 13,069,877개로 1천만 개가 넘는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누적 판매량 5천만 개와 비교하면 무려 네 명 중 한 명이 핵 사용 유저였던 셈이다.

이렇게 단순한 계산으로만 보면, 한 게임에 유저 100명이 참가한다고 했을 때 20여 명이 핵 사용 유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핵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저가 받는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즐겁기 위해 플레이하는 게임에서 되레 스트레스만 받고 있다.

펍지주식회사는 '배틀그라운드' 얼리 액세스 때부터 핵을 몰아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유저가 체감하기에 달라진 게 없는 게임 환경은 이런 노력을 빛바래게 한다. 핵을 100% 근절하기 어렵다는 점은 유저들도 잘 알고 있지만, 핵 유저가 많이 사라졌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게임 환경은 유저들을 등 돌리게 만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는 전 세계 누적 판매량 5천만 장을 넘기고 스팀 최고 동시 접속자 수 325만 명을 돌파하면서 역사를 새로 썼지만, 핵이 창궐하면서 하락세를 맞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펍지주식회사는 핵 사용 PC 자체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핵과의 전쟁'을 선포했는데, 이런 강수를 통해 한 번 성공하면 얼마 못 가 쇠퇴한다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을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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