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강동준-고태용-하동호, 디자이너 3형제의 솔직 대담한 이야기

이종현 기자

기사입력 2016-12-22 14:54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이종현·최정윤 기자] K패션의 주역들을 만났다.

한류 열풍이 거세다. 음악, 영화,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류의 바람은 패션에도 뜨겁게 몰아치고 있다.

바람이 뜨거운 만큼 K패션의 내부에는 허와 실이 존재한다. 화르르 타올랐다가도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디자이너와 브랜드들이 속출했기 때문. 이런 격동의 K패션 속에서도 당당히 자리매김에 성공한 강동준, 고태용, 하동호 디자이너를 만났다.


사진=서울패션위크
선 굵은 다크웨어 디그낙(D.GNAK), 위트와 트렌드로 가득한 비욘드클로젯(Beyound Closet), 웨어러블하면서도 자신만의 색채를 구성한 소윙바운더리스(Sewing Boundaries)까지. 강동준, 고태용, 하동호는 기존 1세대 한국 패션 리더들과 달리 지금 가장 뜨거운 K패션을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들이다.

그들의 활약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런던, 밀라노, 뉴욕, 파리 등 세계 유수의 컬렉션에 진출한 것 뿐만 아니라 해외 각종 편집숍과 쇼룸에서도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와 브랜드를 구축한 디자이너들이기에 조금은 딱딱하고 어려울 것 같은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나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들은 오히려 소탈함을 넘어 말 그대로 '동네 형들' 같은 인상을 주었다. 디자이너이기 이전에 한명한명의 사람들, 서로 돈독한 관계를 쌓고 있다는 3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세 분이 알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하동호, 이하 하 : 네. 두분은 데뷔시기도 거의 비슷하시고. 저는 동준이 형 밑에 있을 때부터 태용이 형도 많이 봤었고. 제가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는 두 분. 영원한 막내에요.


강동준, 이하 강 : 동호는 일하면서 알게 된 게 아니라. 친분이 있다가 같이 일하게되서 더 친해졌어요. 원래 저 친구가 길옴므라고 다른 브랜드에 있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해져서 디그낙 쪽 시스템을 알고싶다고 해서 함께 하게 됐죠.

고태용, 이하 고 : 2008년도 쇼를 하면서 강동준 실장이랑 알게 되었죠.

-당시 디자이너들 끼리 교류하는 문화가 있었나요?

강 : 당시 교류하는 문화는 없었어요. 저희가 의외의 경우였죠. 신진 디자이너가 많이 없었기도 했고. 그래서 같이 데뷔한 저와 고태용 디자이너가 서로 의지를 많이 했죠. 저만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때는 주변 교류가 거의 없었던 때라 이쪽 바닥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죠.


- 창조의 작업, 영감을 얻는 방식은 무엇인가요.

고 : SNS.옷을 많이 팔아야죠. 대중들이 원하는 니즈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분석을 해야죠. 그걸 파악하기 제일 좋은 채널이 SNS인 것 같아요. 잡지나 인터넷도 물론 중요하지만 소셜이 더 무언갈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채널이지 않을까. 하루에 세시간 씩 해요. 아침에 한시간. 자기전에 한시간. 사실 이번 컬렉션 맵핑도 다 해쉬태그로 했어요.

강 : 영감을 얻으려고 애쓰고 이런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짜내가지고 하는건 아닌 것 같고. 지나가다, 혹은 어떤 상황에 꽂히면 딴거 생각안하고 그것만 파는 스타일이에요. 우리 삶의 사이클이 뻔하니깐. 시즌 구상이 필요하면 영감을 사냥하러 돌아다니곤 해요.

하 : 저도 형들이랑 비슷해요. 지금까지는 제 스토리, 이때까지 살면서 겪어왔던 것들 중 하나를 끄집어 내서 그것을 스토리로 만들고 컬렉션에 넣는걸 좋아해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서로가 영향을 주고 받는 부분이 있나요?

하 : 저는 엄청 많이 받죠. 형들을 보고 배우고 저렇게 되고 싶어서 브랜드를 하게 됐어요. 닮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죠. 항상 조언을 얻을려고 하는데 두 분 다 주지는 않고(하하) 두분 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뤄온 게 있어서 그걸 보고 배우려고 노력해요.

강 : 저는 동호를 보고 내가 가르쳐줬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너무 많이 받았죠. 동호가 모자란 부분을 채워줬기 때문에 뭘 줬다고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던 것 같아요. 제가 못 가진 걸 둘이 많이 가지고 있어요. 국내 채널, 사업 수완. 제가 나이는 형이지만 그런면에선 고태용이 가장 큰형, 동호가 작은 형, 제가 막내에요(하하).

고 : 강동준 실장님이랑 10년 동안 봤는데 정말 주변에 적이 없어요. 전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스타일인데 실장님은 인간관계가 정말 좋고 또 실장님을 싫어하는 사람도 없어요. 그런면에서 부러울 때가 있어요. 동호는 정말 없는데 하나만 뽑자면(하하), 유일하게 보는 후배에요. 계산적이지 않고 굉장히 순수해서.


-신진 디자이너의 대표, 한국 패션에 대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강 : 교류할 수 있는 문화가 생기면 좋겠어요. 사실 제가 시작할 때는 정보의 교류같은 문화가 없었거든요. 그냥 피해만 주지 않는 선에서의 문화. 그래서 전 초반에 여기 있는 하동호, 고태용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예를들어 '어디에서 옷이 잘팔리느냐', '택배비 얼마나오냐' 같은 거(하하). 장난으로 하는 얘기지만 저는 이 두분을 목표로 일을 하고 있어요.

고 : 디그낙을 보면서 인정하는 것 하나가 여러 브랜드들의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요즘엔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브랜드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최근 디자이너 브랜드라고 하면 젊은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을 하지 않는 형태가 많죠. 특히 스트릿 브랜드. 그런데 그 안에서 내거를 하는 사람이 살아남는거잖아요. 저는 한국 패션에 대해 얘기하는 것 보다 자기를 위해서 하고 있는걸 인정하고, 자신만의 차별화에 얼마나 노력하는가가 디자이너로서의 성패의 갈림길이라고 생각해요.

하 : 저는 두 형 보다 보고 배울 게 있었어요. 처음에 같이 일했던 서은길 디자이너부터 동준이 형까지. 패션 세대가 바뀌면서 태용이형, 동준이형, 최범석 실장님이 지금 패션 시스템의 기초를 다져준 것 같아요. 그래서 선배 디자이너들에 대한 동경이 굉장히 커요. 아쉬운 건 태용이 형 말처럼 우후죽순 생겨나는 브랜드들이 많다 보니까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것 자체가 헷갈리게 된 것 같아요. 비슷비슷한 옷과 디자인으로 가격경쟁을 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저는 선배 디자이너와 윗 분들게 덜 부끄럽게 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것 같아요.

overman@sportschosun.com, dondante14@, 사진=이정열 기자 dlwjdduf777@

'핵꿀잼' 펀펌+'핵미녀' 디바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