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낭만닥터' 맥락없는 전개가 공감되는 이유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11-08 15:08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SBS 새 월화극 '낭만닥터 김사부'가 첫방송부터 파격 전개로 이목을 사로잡았다.

7일 '낭만닥터 김사부'가 첫 방송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 방송부터 기대 이상이었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지방의 초라한 돌담 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괴짜 천재 의사 김사부(한석규)와 열정 넘치는 젊은 의사 강동주(유연석), 윤서정(서현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작품은 레전드 배우 한석규와 믿고 보는 서현진, tvN '응답하라 1994'로 스타덤에 올랐던 유연석을 캐스팅 한데다 '샐러리맨 초한지' '자이언트' 등을 연출한 유인식PD, '제빵왕 김탁구' '가족끼리 왜 이래'등을 집필한 강은경 작가의 합작품이라는 점에서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SBS 월화극 '닥터스'와 KBS2 월화극 '뷰티풀 마인드'가 종영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선보이는 메디컬 드라마인데다 기본 구성 자체는 기존의 의학 드라마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어 뻔한 그림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낭만닥터 김사부'는 첫 방송부터 막장 드라마 뺨치는 폭풍 전개로 순식간에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7일 방송에서는 윤서정과 강동주, 김사부의 인연과 응급실 에피소드가 그려졌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끌었던 건 단연 윤서정과 강동주의 애정신이었다. 강동주는 절차를 무시하고 에크모를 시행해 크게 혼난 윤서정을 위로하다 뜬금없이 키스를 했다. 윤서정 역시 거부하는 듯 하다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키스가 끝난 뒤 "만나는 남자 있다"며 돌아섰다. 그러나 강동주는 "좋아한다. 같이 자고 싶다"며 매달렸다.

전후설명 없이 휘몰아친 감정선은 너무나 직설적이라 화끈하기도 했지만 당황스러움은 감출 수 없었다. 그런가하면 뜬금없이 윤서정의 약혼자가 죽고 그가 간호사와 바람을 피웠다는 걸 강동주가 눈치채고, 약혼자를 잃은 상처를 치유하고자 등산에 나섰다 실족해 다리를 다친 윤서정을 어디선가 나타난 김사부가 발견하는 등 맥락없는 설정은 계속됐다.

사랑과 우연도 이쯤되면 거의 막장 드라마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폭풍 전개는 유인식PD 특유의 스타일이기도 하다. 유인식PD는 이미 전작에서도 굳이 열거해 설명하지 않아도 될만큼 뻔한 이야기들은 초반에 스피디하게 함축해 보여주고, 대신 남은 시간에 작품의 주된 메시지를 탄탄하게 실어내는데 주력하는 연출 스타일을 보여준 바 있다. 덕분에 극이 진행될수록 재미는 배가됐고 공감대는 깊어지며 화제작이 탄생할 수 있었다.


'낭만닥터 김사부' 역시 마찬가지. 일반적인 드라마는 남녀 주인공이 인연을 시작하고 사소한 오해와 갈등으로 티격태격하다 서로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하지만 '낭만닥터 김사부'는 정통 멜로도, 로맨틱 코미디도 아닌 휴먼 메디컬 드라마인 만큼 감정의 서사를 오래 붙들고 있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 화끈한 고백과 이별을 그리며 윤서정과 강동주의 관계를 한눈에 보여준 것이다. 또 이 장면은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는 신이기도 하다. 윤서정은 정에 약하고 인간적인 성격이지만, 이를 감추기 위해 까칠하고 도도한 척 한다. 강동주 역시 중증 자뻑 환자에 권력만 쫓는 속물인 것 같았지만 마음 속에는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간직한 인물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화끈한 이야기 전개에 대한 호불호는 갈리지만 배우들의 명연기에 대한 이견은 없다.

서현진은 첫 메디컬 드라마 도전임에도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전작 tvN '또 오해영'의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은 어디로 사라진건지, 자신의 신념에 따라 결단력있게 움직이는 행동파 닥터로 완벽 변신했다. 특히 빛을 발한 것은 서현진 특유의 발음과 발성이다. 의학 드라마 특성상 어려운 용어들이 줄줄이 등장하기 때문에 더더욱 대사 전달에 힘써야 한다. 서현진은 이번에도 정확한 발음과 발성으로 설득력 있게 어려운 대사들을 전달하며 '기본기가 다져진 배우의 정석'을 보여줬다.

한석규는 역시 한석규였다. 2화까지는 김사부의 모습이 어느 정도 미스터리 속에 가려져 있어야 하기 때문에 출연 분량은 적은 편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목소리만으로도 존재감이 대단한 배우"라는 유인식PD의 말 대로다. 유연석 역시 직진 연하남으로서의 불도저 로맨스와 의사로서의 냉철한 면모까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연기로 관심을 받았다.

이에 '낭만닥터 김사부'는 첫 방송부터 9.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월화극 1위에 올라섰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8.2%, KBS2 '우리집에 사는 남자'는 7.5%로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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