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이슈] '힐링캠프' 간판예능부터 폐지까지 '4년6개월 롤러코스터史'

이유나 기자

기사입력 2016-01-27 12:01


'힐링캠프 500인' 체제 변신 화려한 게스트.

[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 SBS 간판예능 '힐링캠프'가 4년6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복수의 관계자는 "SBS가 27일 예능국 임원 전체회의 끝에 '힐링캠프 500인'의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지난 20일 마지막 녹화에 참여한 린, 나비, 노라조, 박정현, 노을, 걸스데이 민아 등의 OST 군단의 출연분량이 2월 1일 마지막 방송으로 전파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2일 스포츠조선 단독으로 '힐링캠프 500인'의 폐지와 '동상이몽'의 월화 편성을 처음 알린 뒤 5일만의 최종 결정이다. '힐링캠프' 최영인CP 또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폐지를 인정하면서 "박수치며 떠나기 힘들다"는 속내를 밝혔다.

오랜 부진 속에 허덕이고 있던 SBS 예능국은 최근 새 판 짜기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중에서도 파격적인 포맷 변경에 특급 게스트 출연, 넘치는 진정성에도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는 '힐링캠프'의 폐지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힐링캠프'는 지난 2011년 7월 18일 MC 이경규 한혜진 김제동이 첫 방송한 이래로 화려한 역사를 만들어왔지만 상승세와 하락세를 오가는 롤러코스터 같은 기복 속에 결국 아쉬운 퇴장을 하게됐다.

어떤 예능 프로그램이든지 전성기 때는 퇴장할 수 없다. 나영석PD 조차 "예능프로그램이 박수 칠 때 떠나지 못하고 늘 쓸쓸히 사라지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고 속내를 밝힌 바 있을 정도.

'응답하라' 시리즈로 초대박을 치고 있는 신원호 PD 또한 KBS 재직시절 '남자의 자격'이 저조한 시청률에 밀려 결국 폐지가 결정되자 "자식을 떠나보내는 심정"이라며 "폐지는 예능의 숙명"이라고 아픈 마음을 밝힌 바 있다.


힐링캠프 최전성기 시절. 안철수, 고소영, 런던캠프 모습.
'힐링캠프'의 첫방송 게스트는 배우 김영철, 최고 시청률은 안철수 편(18.7%)이다. 연예인들은 물론 정치 예술 종교 스포츠 등의 유명 인사들이 다수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그들은 '힐링캠프'를 통해 뒤에 현재 위치까지 올라오기까지의 각고의 노력과 진솔한 모습을 엿보였다.


결혼 이후 배우 장동건의 아내 살며 출산 육아 등에 집중하면서 대중들과 호흡하지 않았던 고소영도 '힐링캠프'를 통해 건재한 미모와 입담을 뽐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힐링캠프'는 안철수 고소영 이외에도 기성용 장윤정 싸이 이효리 차인표 박진영 양현석 정형돈 안재욱 김강우 김성령 등이 시청률 10%를 넘기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출연해 진솔한 모습을 보여준 만큼 시청률 역시 높았다.


이후 한혜진의 결혼으로 가수 출신 배우 성유리가 2대 안방마님으로 들어오면서 '힐링캠프'는 시즌2의 면모를 보여줬다. 형식은 유지했지만, 성유리 때문에 볼수 있던 핑클 뒷얘기와 제주도에 있는 효리와의 전화 통화로 완전체의 느낌을 선사한 바 있다.

또한 MC들이 직접 거리로 나가 일반인들의 고민을 듣고 힐링하는 콘셉트도 공감을 얻었다. 유명인 뿐 아니라 내 주변, 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해주는 모습 자체로 '힐링'의 본분에 충실했다.

하지만 방송가를 넘어 사회의 화두가 되었던 '힐링'의 콘셉트가 이미 져물었고, 물의 출연자들의 면죄부 방송이라는 오명 속에 위기에 몰린 '힐링캠프'는 김제동 단독 MC 형태인 '힐링캠프 500인'으로 변주를 주었지만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씹어먹는 최고 대세배우, 톱게이, 사대천왕으로 불리는 예능인 정형돈까지 출연해 객석과 소통하고 진심을 보여줬지만 부진을 떨쳐내지 못했다.


힐링캠프 시즌1 시절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수많은 초특급 스타들. 사진=SBS
개편 첫 방송이었던 지난 7월 13일. 배우 황정민(4.3%)만이 개편 직전 시청률을 이어받아 4%대를 기록했고, 이후 개리(3.8%), 박형식(3.5%), 홍석천(3.5%), 정형돈(3.7%)편은 모두 3%대 저조한 성적표를 보여줬다.

한 때 18.7%( 2012년 안철수 편)까지 고공행진했던 시청률을 생각하면 참담한 수준. 이후 예능 첫 출연 김상중이 잠시 활력을 주기도 했고, 서장훈 광희를 서브 MC로 투입시켜 반등을 꾀했지만, 다큐 시청률에도 밀리면서 난항은 계속됐다.

최근에는 'OST 군단' 콘셉트로 가수들을 대거 출연시켜 콘서트장을 방불케하는 기획으로 '힐링캠프' 본연의 색깔을 잃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SBS는 올 초 드라마 편성을 계기로 예능 프로그램들의 연쇄 자리가 불가피한 상황 속에 '힐링캠프' 폐지를 결정했다.

'화무십일홍'(열흘 붉은 꽃이 없다). 한번 성한 것은 반드시 쇠퇴할 수 밖에 없는 예능 프로그램의 운명에 오랜 시간 우리 가까이에서 '힐링'의 씨앗이 되어왔던 '힐링캠프'의 퇴장은 방송사의 간판 예능으로 꽃피웠다 폐지까지 이른 예능 프로그램의 일생을 보는 듯해 더욱 아쉽고 안타깝다.

lyn@sportschosun.com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