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진X김민홍, 그 시작은 500원의 계약금(인터뷰)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6-01-25 08:33




이영진과 김민홍. 사진=배선영

이영진과 김민홍. 이 의외의 조합은 수년 전 술자리에서 장난 반 진담 반 맺은 500원짜리 계약에서 비롯됐다. 당시 출연 중이던 드라마 '맞짱'의 OST를 불렀던 이영진은 지인들과의 사석에서 이를 들려주던 참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영진을 처음 본 김민홍은 "우리랑도 작업해요"라며 계약금 500원을 건넸다고. 당시를 추억하던 이영진 입가에 비식 웃음이 번진다.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은 게 흠이었죠. 그 때 이후로 7년이 흘러버렸으니까. 위약금 5,000원을 물어달라고 할 참이었는데."

모델 출신의 배우 이영진과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김민홍. 그리고 이후 각자 친분이 있었던 3호선버터플라이의 드러머 서현정까지 합류해 한참 밴드 형식으로 뭉쳐 작업하기도 했지만 이는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김민홍이 한동안 한국을 떠나 있었기 때문이다. "SNS를 보니 네팔에서 도인 생활을 하고 있기에 '자유로운 영혼이군'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작년 3월인가 쟈뎅드슈에뜨 컬렉션 준비를 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연락이 왔죠." 김민홍이라는 이름 석 자가 이영진의 휴대폰에 뜬 것이 몇 년 만의 일이다. 아무렇지 않게 연락와서 한다는 말이 "나 곡 만들었는데 괜찮은 것 같아. 이 곡을 네가 했으면 좋겠어"였단다.

데모곡을 들어본 이영진, "그래, 오빠 하자"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 대답 이후로도 1년이 흐른 뒤에야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그 곡이 바로 지난 13일 세간에 공개된 '매거진 스타'(Magazine Star)다. 작곡은 김민홍이, 작사는 김민홍의 지인이 맡았다. 비주얼 작업은 이영진 주도 하에 진행됐다. 패션계 쪽 지인이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았고, 뮤직비디오 속 안무는 현대무용을 하는 김민홍의 지인들이 흔쾌히 참여 의사를 밝혔다. '매거진스타'는 패션, 음악, 무용계 친구들의 총체인 셈이다.


이영진과 김민홍. 사진=배선영
'매거진 스타'는 멋스러운 심플함이 이영진을 꼭 닮았다. 뮤직비디오 속에서도 이영진은 자신의 모델로서의 정체성을 자랑한다. 이에 대한 김민홍의 설명이다. "이상한 말일 수 있지만 보컬 이영진으로 생각하고 작업하진 않았어요. 배우이자 모델인 이영진이기를 바랐죠. 가끔 배우들이 가수가 되려고 할 때 자기 옷이 아닌 것을 입은 느낌이 나더라고요. 우리는 처음부터 한 이야기가 '이번 작업은 이영진이 가수로 데뷔하는 것이 아니라 모델이고 배우이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과 작업을 하는 것이다'였죠. 제가 영진이를 데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웃음)"

이영진 역시 여기에 설명을 보탠다. "나는 모델로 시작해 배우 일을 하는 사람이고 또 그것을 잘 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만약 내게 가수로서의 재능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를 보여줄 수 있는 통로는 뮤지션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가 일차적인 마음이죠. 하지만 그럴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도 아니고 더구나 여배우들에게 일이 많은 것이 아닌만큼 언제 올 지 모르는 기회를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어요. 이렇게 기회가 됐을 때 보여줄 수 있을 때 보여주려고 한 것이죠. 직업을 바꿨다기 보다 영역의 확장이에요. 그럼에도 뮤지션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 있어요. 이것이 업인 사람들에게는 내가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 되니까요."


이영진과 김민홍. 사진=배선영
이 낯선 조합에 대한 반응은 나쁘지 않다. 이영진의 패션과 영화계 지인들은 그의 새 프로젝트를 열렬히 환호하는 뜻에서 SNS에 '매거진스타'를 도배하기도 했다. "패션 쪽 친구들은 멋있다고 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요. 새로운 것을 할 때 마다 나 역시 겁도 나지만 그럼에도 신경 안 쓰고 시도한다는 것 자체를 멋있게 봐주는 것 같아요. 영화 쪽 친구들은 재미있는 프로젝트라고 말해주죠."


이영진과 김민홍. 사진=배선영
두 사람의 이 흥미로운 프로젝트는 다행히도 ING다. 이영진은 "5곡 정도는 해보고 싶다. 시작했는데 한 곡으로 끝내기란 아쉽다. 만약 우리의 색깔이 있다면 한 곡으로는 다 보여줄 수 없다. 1년에 한 두곡이 나오더라도 꾸준히 하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했고, 실제 후속곡 작업은 이미 시작한 상태다. '매거진 스타'보다 더 심플하면서도 몽환적인 곡인 후속곡을 앞두고 김민홍은 "이 작업은 계속 재미있었으면 한다. 각자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자유로움이 좋다"고 말했다.

이영진은 끝으로 '인연설'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일을 제가 계획한다고 되나요. 수년 전 500원에서 이런 인연이 시작될 것을 계획한 것도 아니고, 인연이 된다면 의도하지 않아도 만들어지는 것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기회는 내가 만든 것이라기 보다 뭐랄까요 전 인연설을 믿어요." 이에 말없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김민홍.

2016년 이영진X김민홍의 우연 같은 인연은 어떤 결과물을 빚게 될까. 계획된 것이 없어 더 흥미진진하다는 것 외에 우리가 앞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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