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파괴자]① 윤정수-김숙, 가상결혼 한계를 넘다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01-22 08:51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예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JTBC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이하 님과 함께2)'의 가상 부부 윤정수-김숙의 얘기다.

'님과 함께2'는 대한민국 대표 만혼, 혹은 재혼 남녀의 가상 결혼 생활을 그린 프로그램이다. 한마디로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의 성인버전이라 볼 수 있다. '우결'과 같은 프로그램은 이미 4~5번 우린 사골 육수 같은 프로그램이다. 2008년 '우결'이 첫선을 보인 뒤 스타들의 가상 연애 및 결혼 스토리를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속속 쏟아져 나왔다. 등장인물은 바뀔지언정 큰 틀은 달라지지 않는 탓에 매번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됐고 시청자는 식상함에 몸서리쳤다. 원조격인 '우결'조차 이제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님과 함께2'의 윤정수-김숙이 그 틀을 깼다.


기본적으로 '우결'류 프로그램의 근간은 '판타지'다. 출연진은 철저하게 그들의 로맨스가 '가상'이라는 것을 감춘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로맨스 영화에서 나왔던 이벤트를 열어주며 서로의 사랑을 증명하고 귀여운 질투에서 비롯된 투닥임을 '부부싸움'이라 칭한다. 시댁과 친정, 금전문제, 직장 문제 등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잡음은 쏙 뺀채 예쁜 포장지를 현실이라고 믿게 만드는 구조다. 여기에서 한계가 발생한다. 출연진의 실제 연애나 결혼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가상 스토리가 현실이 아니었음을 시청자가 깨닫는 순간 일종의 배신감마저 생겨났다. 더욱이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무릉도원 이야기로는 더이상 시청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거나 몰입도를 높이는게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윤정수와 김숙은 가상 예능 패러다임을 정면에서 파괴해버렸다. 이들은 등장부터 "우리는 가상부부", "쇼윈도 부부"라고 못을 박는다. 심지어는 '결혼 생활은 하지만 서로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같이 살지만 스킨십은 하지 않는다', '손은 잡지만 깍지는 끼지 않는다', '같은 집에 살지만 임신은 하지 않는다'라는 등의 조항이 담긴 계약서를 작성하기까지 했다. "시청률 7% 돌파시 진짜 결혼"이라는 공약은 윤정수와 김숙이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라는 것을 대놓고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상 부부'라는 것을 감추고 현실 속 부부처럼 보이고자 노력했던 일반 출연자들과는 시작부터 맥을 달리한 셈이다.


캐릭터조차 특이했다. 보통 가상 결혼 스토리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캐릭터는 너무나 전형적이다. 무뚝뚝하고 철없는 듯 보였지만 알고보니 아내에게만큼은 지극정성인 능력자 남편과 지고지순하고 가정적이며 스킨십조차 어색한 수줍은 아내로 나뉜다. 그런데 윤정수 김숙 커플은 달랐다. 윤정수는 파산 신청한 이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공개한다. "나 돈 없어"라며 용돈까지 받아쓴다. 김숙은 한술 더 뜬다. 윤정수가 목소리를 높이면 "어디 남자가 밖에서 목소리를 높여"라며 일갈하고, "남자가 돈 내려 들어"라고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집안일은 윤정수에게 떠민다. 이런 가모장적인 모습에 '퓨리오숙'이란 별명까지 생겨났다.


이와 같은 순도 100%의 리얼리티는 가식적인 판타지와는 또 다른 로망을 선사하게 됐다. 실제로 인터넷상에서는 이들 커플을 진짜 결혼시키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고 박수홍 등 주변 인물들마저 이들의 결혼을 응원하고 나섰다. 가상 예능의 한계를 뛰어넘은 윤정수-김숙 커플이 어떤 결말을 맺든 이들이 그은 획은 잊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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