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브라운관이 중년파워에 응답했다.
최근 중년층에 어필하는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방대한 팬덤을 지닌 10대 아이돌 스타도, 파릇파릇한 전성기를 구가하는 2030 톱스타들도 중년층의 부름을 받지 못하면 영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워낙 드라마는 중년 여성층을 주타겟층으로 한다.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시청률이 변동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지상파를 넘어 케이블까지 번지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tvN '응답하라 1988'의 경우 40대가 평균 20.6%, 최고 23.3%로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tvN '치즈인더트랩'의 주시청층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중년층이다. 40대 여성층은 물론 40대 남성들이 선호하는 동시간대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할 정도다. 한 관계자는 "시청자들의 미디어 소비 형태가 변화하면서 중장년층은 여느 때보다 중요한 시청층으로 분류됐다. 젊은층은 IPTV 등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는 반면 중장년층은 여전히 본방사수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해당 시청층을 타겟으로 했던 지상파 미니시리즈는 물론 젊은 세대를 겨냥한 청춘물 역시 중장년층의 파워가 없다면 시청률 면에서 큰 성적을 거두긴 어려운 추세"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년층의 취향 저격을 위한 아이템을 찾는 일에 몰두하게 됐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바로 '응답하라 1988'이었다. '응답하라' 세번째 시리즈인 이 작품은 방송 전까지만 해도 케이블 주 시청층인 2030 세대가 살기 이전인 1988년도를 조명한다는 이유 때문에 물음표를 꽤 달았던 바 있다. 그러나 방송 시작과 동시에 역대 '응답하라'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물론 그 인기에는 덕선(혜리) 남편 찾기도 한 몫 했지만 택이 아빠(최무성)-선우 엄마(김선영)의 중년 로맨스, 이문세 무한궤도 이선희 등 당대 활약했던 스타들의 히트곡 퍼레이드 등 7080 세대의 추억을 소환하는 아이템들이 못지 않은 공헌을 했다.
SBS '불타는 청춘'과 JTBC '최고의 사랑;님과 함께2'도 마찬가지다. '불타는 청춘'은 중년 스타들의 우정찾기를 그린 프로그램. 김도균 김국진 강수지 김혜선 김완선 김보연 등 우리의 기억에서 잠시 잊혀졌던 중년 스타들을 소환했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 선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키는 이들의 알콩달콩 케미에 힘입어 '불타는 청춘'은 화요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이다. '최고의 사랑:님과 함께2'는 종편 채널 버전의 '우리 결혼했어요'다. 만혼 혹은 재혼 스타들이 가상 결혼 생활을 체험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이 프로그램은 시즌1의 반응에 힘입어 시즌2 체제로 접어들었고, 최근엔 윤정수-김숙 커플의 활약에 연일 뜨거운 감자로 주목받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사람들은 방송 콘텐츠에서 충족되지 않은 무언가를 찾고 싶어한다. 현실의 무게에 치이고 가사와 육아의 굴레에서 고통받는 중년층에게 가장 그리운 감정은 바로 로맨스일 것이다. 나이는 들었지만 마음만은 이팔청춘이라는 말처럼 중년층에게도 여전히 설레고 두근거리는 감정은 남아있다. 현실에서 잊고 살던 이런 감정을 스타들을 통해 보여주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물론 중년의 로맨스와 청춘 로맨스에 차이는 있다. 뭔가 애틋하고 풋풋하고, 감추고 부끄러운 감정이 묻어나는 게 청춘 로맨스라면 중년의 로맨스는 보다 직접적이고 농도가 깊다. 현실에 좀더 맞닿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리얼리티가 오히려 가상 스토리와 짜여진 대본에 싫증을 느낀 젊은층에게도 어필하는 경우가 꽤 있다. 여러모로 중년 콘텐츠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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