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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연말 연초 극장가에 멜로영화가 쏟아지고 있다. 범죄 스릴러 장르에 편중된 극장가에 훈풍을 불어올 거란 기대감이 높았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초반 성적이 신통치 않다.
14일 개봉한 '그날의 분위기'는 그나마 분위기가 낫다. 개봉일부터 줄곧 일주일 가까이 박스오피스 2, 3위를 지키고 있다. 개봉 첫 주말엔 일일 평균 10만명을 동원하기도 했다. 19일까지 누적관객수는 43만 5351명. 그럼에도 주연배우 유연석과 문채원의 이름값에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관객 평가도 들쑥날쑥하다. 부산행 KTX에서 만난 두 남녀의 하룻밤 로맨스에 대해 '공감 가는 이야기'라는 평과 '유치해서 오글거린다'는 평이 극과 극으로 나뉜다. 남자가 여자에게 호감을 표하며 대뜸 "오늘 그쪽과 자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에 대해 '성추행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도 존재한다. 여기에 '오빠생각'(21일), '로봇, 소리'(28일), '쿵푸팬더3'(28일) 등 기대작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장기흥행을 기대하기엔 대진운이 좋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에 있다. '극적인 하룻밤'은 대학로의 유명 연극을 토대로 했지만 영화만의 특색을 살리는 데 실패했고, '조선마술사'는 참신한 설정과 달리 이야기는 밋밋했다. '나를 잊지 말아요'의 경우 동명 단편을 장편으로 옮기면서 이야기의 밀도가 떨어진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여기에 연애, 결혼, 육아 등을 포기해 'N포 세대'라 불리는 20~30대 관객들이 현실의 문제와 동떨어진 멜로영화를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봉 시기도 하나의 요인이다. 12월 대작 영화와 2월 초 설 연휴를 피해 연말 연초에 멜로 영화가 집중됐는데, 그로 인해 장르적 환기 효과가 반감됐다. 한 영화 관계자는 "흥행 대작들에 밀려 개봉 시기를 잡지 못하던 영화들이 비수기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소규모 영화들끼리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졌고, 결과적으로 서로 차별점이나 강점을 부각시키지 못하며 시선끌기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멜로 영화의 홍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여러 편의 멜로 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2월 18일 개봉하는 '좋아해줘'는 SNS로 소통하는 요즘 세태를 반영한 옴니버스 영화로, 유아인과 이미연, 김주혁과 최지우, 강하늘과 이솜이 로맨스를 펼친다. 엑소 멤버 도경수와 김소현이 호흡을 맞춘 '순정'(2월 23일 개봉)은 23년 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첫사랑을 소재로 다룬다. '멋진 하루'와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에서 섬세한 연출력을 선보인 이윤기 감독의 '남과 여'도 2월 개봉을 앞뒀다. 전도연과 공유가 핀란드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연인으로 분한다. 신작 멜로영화들이 앞선 영화들의 흥행 부진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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