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줌人]'한국PD'김영희, 네 줄 중국어 프레젠테이션이 준 진심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6-01-20 09:37


19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김영희 PD가 '폭풍효자'에 대해 프레젠테이션 하고 있다.

네 줄 남짓이었다.

'한국 PD' 김영희 PD가 중국 첫 예능 프로그램을 유창한 중국어로 소개했다.

19일 (한국시간)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김영희 PD의 중국 진출작 '폭풍효자'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중국 내 톱스타인 황샤오밍을 비롯해 짱솽, 뚜춘, 천챠오언, 빠오빼이얼 등 중국 스타들 6명이 빠짐없이 등장했다. 대규모 행사답게 200여 명의 중국 취재진과 주관 방송사 스태프들과 관계자들, 중국 스타들의 팬클럽까지 등장했다. '폭풍효자'의 스케일이 확인된 순간이다.

김PD는 '폭풍효자'를 방영하는 후난 위성 TV 총편집장 장뤄보와 협찬사 대표 격인 총경리 등에 이어 4번 째로 무대에 올랐다. 앞서 장뤄보 총편집장이 '대가'로 불리는 김영희 PD와 함께 작업하는 데 대해 존경심과 자부심을 드러낸 터라 김영희 PD의 순서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폭풍효자'포스터
모두 그의 말을 기다리는 순간, 김영희 PD는 유창한 중국어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김PD가 무대에 오를 때 중국어 통역이 함께 오른터라, 중국어를 할 거라 예상치못한 한국 취재진은 부랴부랴 통역하느라 바빴다.

김PD는 "4일 만 있으면 방영된다. 매우 긴장하고 있다. 지난 29년동안 PD로서 한국에서 기획하고, 만들어왔다.한국의 아주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참여했다"며 '나가수', '아빠, 어디가', '진짜사나이', '양심냉장고' 등을 언급했다. 이어 "한국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PD가 되고, 30년이 된 후에 '폭풍효자'를 하게 됐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유창한 중국어를 이어가더니, "중국어가 너무 어렵다. 이제부터는 통역을 쓰겠다"고 밝혀 웃음과 박수를 동시에 받았다. 불과 네 줄 남짓이었지만,김영희 PD의 중국어 프레젠테이션은 뭉클했다. 그저 한국에서 온 PD로 중국어 인사 정도만 하는 것돠는 분명 달랐기 때문이다.

한 측근은 "한국 PD와 작가들에게 김영희 PD가 직접 문제를 내서 중국어 시험도 치를 정도. 상금을 꽤 많이 걸었었다"며 "김 PD는 언어라는 것이 그 문화권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와 얼마나 연결됐는 지 잘 안다. 중국 출연자들에게도 중국어로 조금이라도 대화하며 이끄는 게 필요하다고 보는 분이다"며 "'나가수' 중국판을 할 시절부터 통역이 있어도 중국어를 공부했다. 바쁜 일정에도 비행기 안에서 중국어 책을 볼 정도"라고 귀띔했다.


중국 광동성에서 '폭풍효자'를 촬영하기위해 스태프들과 의논하고 있는 김영희 PD, 사진제공=미가 엔터테인먼트
지난해 4월, 김PD는 29년간 몸 담던 MBC를 퇴사하며, 몇몇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 메시지에는 김영희 PD가 중국에서 플라잉 PD로 일하면서 느꼈던 소회,중국을 한국의 앞선 기술력으로 돈을 버는 곳이 아닌, 한국과 중국 크리에이터들이 동반 성장을 하는 교두보가 되겠다는 청사진이 담겨있었다. '폭퐁효자'를 만드는 과정에도 이 생각은 변함없었다.단순히 한국 프로그램을 만들어 온 노하우만을 써먹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중국의 문화와 현재 상황, 시청자들의 취향 등을 철저하게 연구하며, 중국 시청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게 한국 스태프들에게도 중국에서 롱런하는 길이 될 거라 수차례 말했다.

그 결과 최초로 한국 제작진이 직접 제작해서 중국 방송 프라임 시간대에 방영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 황샤오밍이라는 중화권 톱스타를 섭외하는 데 성공했으며, 제작발표회에서 보여준 10분 예고 영상은 이미 웃음과 감동, 중국 시청자들의 코드까지 모두 잡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23일 방송을 앞두고 있어 성공에 대해 쉽게 말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과정은 봤다. 이 정도 노력과 진심이면 13억 대륙의 마음도 사로잡지 않을까.


베이징(중국)=김겨울 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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