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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로맨스 드라마에서 2인자의 설움은 숙명과 같다. 삼각관계에서 꼭지점을 기준으로 양쪽 모두를 취할 수는 없기에, 필연적인 결과다. 로맨스의 완결 뒤에는 외사랑의 비극이 존재한다. 멜로물의 공식 아닌 공식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남편찾기 코드로 시청자들을 둘로 갈라놓곤 했다. '1997'에선 '윤제(서인국)냐 아니냐'를 두고 설왕설래했고, '1994'에선 쓰레기(정우)와 칠봉이(유연석)를 평행 저울에 올려놓았다. 여러 복선과 밑밥에 시청자들은 끝까지 안심하지 못했지만, 엔딩은 결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애초부터 남편은 윤제였고, 쓰레기였다. 여주인공의 마음이 향해 있는 곳에서 결말을 맺었다.
지난 두 시즌에서 경험을 한 시청자들은 어남류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정환은 윤제나 쓰레기처럼 무심한 듯 마음을 표현하는 일명 '츤데레'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무뚝뚝함은 남자다움으로, 무신경한 듯한 애정 표현은 로맨틱함으로 받아들여졌다. 어남류는 자연스러운 결론이었다. 덕선의 미래 남편으로 등장한 김주혁의 외모와 연기 스타일도 정환이 남편이란 심증을 굳혔다.
그리고 방송 내내 이어진 양측의 설전. 끝까지 어남류 지지파는 확신했다. 반면 어남택 지지파는 한 켠에 불안이 공존했다. 여주인공 덕선의 마음이 오리무중이었기 때문이다. 정환에 대한 호감은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충실하게 그려진 반면, 택이에 대한 마음은 선명하지 않았다. 덕선의 마음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선, 그간의 정황상 어남택보단 어남류가 개연성이 훨씬 높았다.
결국, 덕선이 홀로 간 콘서트장에 정환과 택이 중 누가 먼저 도착하는지 달리기 시합하듯 결론이 맺어졌다. 이때도 정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됐고, 택이의 결단은 라디오 뉴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려졌다. 어남택으로 결론 내리기까지, 정환은 줄곧 이야기를 주도했고, 택이는 타인의 시선 안에서 움직였다.
어남택도 충분히 흥미로운 결말이다. 대세를 거스른 반전이라 더 짜릿하다. 기존의 로맨스 공식을 벗어난 점도 신선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개연성을 놓친 점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어남류도 납득할 만한 어남택이 되기 위해선 설득력이 더 필요했다. 덕선이 삼각구도 안에서 어떠한 선택권도 지니지 못했다는 점은 개연성을 미흡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다.
'응답하라 1988'은 16일 '안녕 나의 청춘, 굿바이 쌍문동' 편을 끝으로 종영한다. 마지막 1회 안에 그간 뿌려놓은 밑밥들을 잘 수거해 이야기를 더욱 탄탄하게 보완, 보수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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