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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영화 '그날의 분위기' 오프닝 크레딧에는 예상 밖의 '익숙한' 이름이 나온다. '사도'의 이준익 감독, '사도' 시나리오를 쓴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 그리고 2009년 고인이 된 영화사 '아침'의 정승혜 대표다. 20년 가까이 고락을 함께하며 '달마야 놀자', '황산벌', '왕의 남자' 등 다수의 영화를 기획, 제작, 마케팅 했던 '삼총사'다. 이들은 크레딧에 '기획'으로 올라 있다. 여기엔 뭉클한 사연이 숨겨져 있다. 이야기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영화로 프로듀서 입봉할 예정이던 현 영화사 '문'의 김성철 대표는 이준익 감독, 조철현 대표와 영화를 계속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상의했다. 무리하게 제작을 강행해 정 대표에게 부담을 지우지 말고, 남아 있는 얼마간의 시간만이라도 정 대표를 편안하게 해주자는 데 마음이 모아졌다. 배우와 스태프들도 그 뜻을 존중했다. 결국 '그날의 분위기' 제작은 무산됐다. 이후 김하늘과 강지환은 영화 '7급 공무원'에서 재회했다. 그리고 2009년 오랜 투병 끝에 정 대표는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잊혀질 뻔했던 프로젝트는 시간이 흘러 김성철 대표가 독립해 영화사를 차리면서 다시 숨결을 얻었다. 2012년 영화사 '문'을 설립한 김 대표는 다시 '그날의 분위기'를 꺼내들었다. 애초 창립작으로 만들 생각이었지만, 여러 사정상 박중훈의 감독 데뷔작 '톱스타'를 먼저 제작한 후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하지만 바뀌지 않은 것도 있다. 바로 영화 제목이다. 제목을 절대 바꾸지 않는다는 게 김성철 대표가 내세운 전제조건. 고인이 지은 제목이기 때문이다.
김성철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이 영화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며 감회에 젖었다. 김 대표는 "이 작품이 지닌 의미도 있고, 잘 될 거라는 나름의 확신도 있었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함께 일했던 선배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이 영화를 꼭 만들고 싶었다. 내게 영화를 가르쳐주신 분이고 영화를 계속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신 분이다. 이 영화가 그 고마움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VIP 시사회가 열린 날 고인을 모신 추모공원에 다녀왔다는 김 대표는 "이준익 감독을 비롯해 그 시절을 함께한 분들을 모신 뒷풀이 자리에서 서로 눈시울을 붉혔다"며 "정승혜 대표도 하늘에서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봐주실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영화는 14일 개봉한다.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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