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배우 황정민에게 '남자 복'이 넝쿨째 굴러왔다. 여배우들이 상대역으로 탐내는 '대세' 남자배우들을 전부 아우른 그다. '남남 케미'가 남녀 케미 부럽지 않다.
'베테랑' 유아인과는 적수로 만났다. 세상 겁날 것 없는 재벌3세와 광역수사대 베테랑 형사. 체불 임금을 받으려던 화물운송 노동자의 의문투성이 투신 사건에 촉이 발동한 형사는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며 저돌적으로 수사에 뛰어든다. 회장님의 '빽'으로 수사망을 빠져나가던 재벌3세는 '주부도박단 검거작전'으로 위장한 형사들의 기습과 용감한 시민들의 포위로 결국 쇠고랑을 찼다. 안하무인의 끝판왕, 순수하리만치 악랄해서 더 소름돋는 악역은 그 대척점에서 투박하지만 정의롭고 열정적인 영웅이 있어서 더 돋보일 수 있었다. 황정민과 유아인이 대결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케미 폭발'. 멜로가 부럽지 않았다. '안티 버디 커플'로 불러도 손색 없겠다.
'히말라야'에선 정우가 황정민을 따라 산을 오른다. 산악계의 신화 엄홍길 대장과 우직한 박무택 대원. 두 사람은 칸첸중가, K-2, 시샤팡마, 에베레스트 등 히말라야 8000m급 4개좌를 함께 등반 절친한 동료이자 멘토·멘티였다. 황정민과 정우는 이들의 특별한 관계를 진심 어린 연기로 그려냈다. 에베레스트에서 조난을 당해 생을 마감한 박무택의 시신을 수습하러 다시 산에 오른 엄홍길이 꽁꽁 얼어붙은 박무택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왜 이렇게 딱딱하냐"고 울부짖을 때, 눈물을 흘리지 않은 관객이 없을 것이다. 인간적인 황정민, 개구지고 순박한 정우. 650만 관객이 인정한 남남 커플이다.
황정민의 '남성 편력'은 새해에도 계속된다. 2월 개봉하는 '검사외전'에서는 강동원이 그의 파트너로 낙점됐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다혈질 폭력 검사 황정민, 전과 9범의 꽃미남 사기꾼 강동원. 캐릭터 조합이 좋다. 검사는 누명을 벗기 위해 자신의 노하우를 총동원, 사기꾼을 무혐의로 감옥 밖으로 내보내고, 자유의 몸이 된 사기꾼은 검사를 대신해 작전을 펼친다. 황정민은 거친 상남자 매력을 풍기고, 강동원은 가벼움과 능청을 입었다. 이일형 감독은 "영화를 보면 왜 두 배우여야만 했는지 누구나 동의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포스터 속 두 사람의 푸른색 죄수복이 커플룩처럼 보인다.
'아수라'도 출격 대기 중이다. 파트너 정우성이 기다리고 있다. 말기암을 앓고 있는 아내를 위해 비리를 저지른 형사가 검찰의 압력으로 거악인 지방자치 단체장을 검거하려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이번엔 황정민이 악역이다. 비리와 이권에 혈악이 된 악덕 시장 황정민. 살기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없는 형사 정우성과 맞붙는다. 그밖에도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등이 호흡을 맞춘다. '아수라' 팀은 사나이들의 의리로 똘똘 뭉쳤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직접 승합차를 몰고와 레드카펫을 함께 밟더니, 최근 정우성의 신작 '나를 잊지 말아요' VIP 시사회에도 단체 출격했다. 이들의 영화 속 케미를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듯하다.
그렇다면 유아인, 정우, 강동원, 정우성 등 멋있는 남자배우들을 독식한 황정민은 누구를 가장 총애할까. 4일 '검사외전' 제작보고회에서는 강동원을 "단연 1위"로 뽑았다. 이유는? "다른 사람은 이미 지나간 사랑이니까." 하지만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다. "남자배우 말고 여배우와 케미를 이뤘으면 더 좋겠다." 아쉽게도 황정민의 바람은 당분간 이뤄지기 어렵겠지만, 덕분에 관객들은 새해에도 황정민이 펼칠 '버디 플레이'를 만끽할 수 있게 됐다. 황정민이 남남 케미를 이룬 영화들이 괜히 흥행한 게 아니다.
suzak@sportschosun.com·사진=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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