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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이 울리는 마무리로 충격을 안겨줬던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이 문득 연상되는 이유는 뭘까.
세계를 향해 뛰고 있는 젊은이들의 도전과 성공, 사랑과 욕망을 그려내겠다는 게 기획의도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집착과 끝을 모르는 욕망을 통해 부침하는 인간군상의 이야기라는 부연 설명이 더 강렬하게 와 닿는다.
남자주인공 강영걸(유아인)은 동대문 시장에서 행상을 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고모 밑에서 온갖 구박을 받으며 자란다. 그러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제 밥벌이를 위해 어릴 때부터 잔뼈가 굵은 동대문 시장에서 옷장사를 하며 희망 찬 미래를 꿈꾼다.
이 대목에서 '패션왕'의 대본을 집필하는 이선미 · 김기호 작가의 전작인 '발리에서 생긴 일'이 갑자기 떠오른다. 인물구도와 배경 설정으로 볼 때 이 드라마가 생갭다 깊고 진한 멜로를 그려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실제로 주인공 영걸을 연기하는 유아인은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패션을 소재로 젊은 배우들이 등장해 트렌디 드라마로 생각하기 쉽지만 정통 멜로를 포함하고 있다. 어쩌면 그것이 전부가 될 수도 있다. 패션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도 감정선을 드러내는 도구 정도로 쓰일 수 있다"며 "샤방샤방하기 보다 깊고 강렬한 멜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 출연했던 신세경이 충분한 휴식기를 갖지 않고 '패션왕'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멜로 때문이다. 그는 "앞서 했던 작품들에서 멜로를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었다. 스스로 멜로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패션왕'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멜로 감정이 깊어지는데 그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제훈은 재벌 후계자인 자신의 배역을 "부족한 것 없이 살아오다 영걸과 가영을 만나면서 성공에 집착하고 사랑에 대한 갈등을 겪으면서 변화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패션을 매개로 남녀의 사랑에 인간의 욕망을 투영하는 오묘한 드라마 한 편이 탄생될 것이 예상된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과 영화 '완득이'의 흥행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유아인을 포함해 신세경, 이제훈, 권유리 등 이 시대 청춘 스타들이 그려낼 사랑은 과연 얼마나 지독한 매력을 안길까.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