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곽경택이 선택한 신인배우 송봉근, '미친 존재감'으로 충무로를 사로잡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1-10-12 11:09


영화 '통증'의 뻐드렁니 역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 신인배우 송봉근.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배우 송봉근.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영화 '통증'을 본 사람이라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얼굴이 있다. 넓적하고 하얀 뻐드렁니 두개를 매섭게 번뜩이며 살기어린 눈빛을 쏘아대던 그 남자, 그래서 극 중 마동석에게 '자일리톨'이라 놀림을 받아 본의 아니게 웃음을 안기기도 했던 그 남자, 바로 신인배우 송봉근이다. 주인공 남순(권상우)과 범노(마동석)를 협박하는 사채업자의 조카이자 중간보스로 출연한 송봉근은 눈빛과 표정으로 스크린을 압도하며 '미친 존재감'을 '작렬'했다.

하지만 인터뷰실에 들어선 송봉근을 보고는 그만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악랄했던 얼굴은 어디 가고 웬 선하고 해맑은 청년이 서 있는 게 아닌가. 영화를 연출한 곽경택 감독도 입 다물고 있을 때와 전혀 다른 그의 진짜 얼굴에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단다.

"소극장에서 진행된 '통증' 오디션에 1번으로 들어갔어요. 제 얼굴이 굴곡이 많고 입체적이라 인상이 강한 편이거든요. 핀 조명 아래 서 있는데 광대뼈와 눈썹뼈에 가려져 눈이 안 보이더래요. 감독님께서 그 모습을 마음에 들어 하셨고요. 그런데 안경을 쓰거나 웃고 있으면 제 얼굴이 완전히 다르게 서글서글해 보여서 미팅할 때 감독님께서 고민을 많이 하셨어요."

하지만 남자배우를 발굴하는 데 탁월한 안목을 지닌 곽 감독의 선택은 이번에도 틀리지 않은 것 같다. 곽 감독은 그에게 대사를 줄인 대신 강한 이미지를 씌워 새로운 악역을 만들어냈다. 머리를 삭발하고 뻐드렁니를 낀 송봉근은 '토끼처럼 화내되 미친놈처럼 보여라'는 감독의 주문에, 코를 찡긋거리고 무섭게 이를 드러내 합격점을 받았다. 신인으로서 대사 한마디가 아쉬울 법한데도 "앞니를 껴서 입술이 잘 안 다물어졌다"며 "차라리 대사가 없었던 게 다행"이라고 속깊게 말한다.

'통증'은 송봉근에게 곽경택이라는 스승 외에도 든든한 울타리를 만나게 해줬다. 홀로 활동하던 그에게 영화의 공동제작사이기도 한 트로피엔터테인먼트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던 것. "통증 시사회가 끝나고 소속사 대표님과 이사님이 다가오시더니 저녁에 뒷풀이에 꼭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고요. 다음 날 바로 도장을 찍었죠. 하하하."

이렇게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지만, 사실 그는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이다. 몇 년간 연습실에서 가수를 준비하며 꽤 많은 고생을 하다 연기로 방향을 틀었다. "음악에만 매진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났더라고요. 방위산업체에서 군생활 하다가 손가락을 다쳐 악기를 다루기 힘들어진 것도 계기가 됐고요. 무엇보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무척 컸어요. 음악은 가이드 녹음으로도 해소가 되는데 연기는 그게 안 되니까 더욱 욕심이 났죠."

그는 스스로 프로필을 만들어 홀로 오디션장을 뛰어다니면서 조금씩 작품에 얼굴을 비쳤다. 비록 작은 역할이지만 OCN '조선추리활극 정약용', KBS '아이리스' '근초고왕', SBS '제중원' '49일', 영화 '통증' '오직 그대만' 등이 그의 프로필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아직은 악역을 많이 연기했지만, 영화마다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정극과 코미디를 자유롭게 오가는 짐캐리처럼요. 훌륭한 여러 선배 연기자들처럼 저도 여러 작품을 하면서 오래오래 연기하는 게 꿈입니다. 주연을 맡아서 유명해지는 것보다 '꼭 있어야 하는 배우'라는 얘기를 듣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송봉근은 영화 '통증'의 '뻐드렁니' 역할로 스크린에 선명한 존재감을 새겼다. 사진='통증'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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