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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가 대세라지만.. '리플리' 주인공까지 바꾸나?"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1-07-12 12:41



명품 조연 김정태가 대세로 떠올랐다. 최근 KBS2TV '1박2일-명품 조연 특집'과 '승승장구' 등에서 화려한 입담을 선보인 그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 섭외 1순위는 물론, 드라마와 영화계에서도 러브콜이 쇄도할 지경이다.하지만 아무리 김정태가 대세라고 하지만, 하루 아침에 출연 중이었던 캐릭터가 개연성도 없이 바뀌는 설정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지난 11일 방송된 MBC '미스리플리'의 13회분에서 히라야마(김정태)는 이화(최명길)를 찾아간다. 그리곤 화류계 여자였던 장미리(이다해)의 과거를 밝히고, 어차피 재벌가에서 버릴 여자니, 자신에게 곱게 돌려달라고 협박했다. 그리곤 이화에게 "내 여자를 찾으러왔다. 당신들이 어차피 버릴 여자다. 뻔한 화투패를 보는 것 같아서 지겹고 역겹다"고 분노했다.그리곤 "가당치 않은 꿈을 먼저 꾼 건 장미리"라고 지적하는 이화에게 히라야마는 "너희가 그렇게 잘났냐. 뼛속까지 로열이냐"며 격분했다.

이 장면만 놓고 보면 히라야마는 재벌가에서 내동댕이 쳐질 장미리에 대한 걱정이 남다르다. 거기에 권위로 똘똘 뭉친 이화에 대한 일침까지 정의롭게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장미리의 숨기고 싶은 과거를 먼저 노출시키고, 장미리를 코너에 몰리게했던 악인 히라야마가 언제부터 정의감 똘똘 뭉치는 캐릭터로 분했는지 곱씹어볼 문제다.

히라야마는 극 초반 일본 유흥가의 악덕 포주로 등장해 장미리를 강간하려하고, 그를 이용해 돈벌이를 한 잔인한 인물이었다. 장미리가 온 힘을 다해 도망칠 때, 히라야마가 독하게 따라 붙으며 극에 긴장감을 유발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장미리가 거짓말을 하는 데 있어서 절박함을 부여하는 인물이었다. 그 덕분일까. 장미리의 거짓말이 히라야마의 악행과 더불어 때로는 애처롭게까지 느껴졌다.

여기엔 장미리의 집 앞 놀이터에서 그의 머리 채를 휘어잡고, 술 접대를 강요하고, 장명훈(김승우)와 만나 장미리의 몸 값을 요구하는 악랄한 연기를 소화한 김정태의 미친 연기력이 한 몫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갔어야 했다.


히라야마가 지난 5일 12회 방송분에서 친분도 없는 장명훈의 어머니 빈소까지 찾아와 장미리의 몸 값을 돌려줄 때부터 이 드라마는 꼬이기 시작했다. 이날 히라야마는 장미리를 만나서 10년 전 과거를 들먹였다. 그리곤 "난 너 업소 근처에도 못오게 했다. 넌 내가 널 비싸게 키워 팔아넘길 것이라 생각했지만, 너 아니어도 사는 데 지장 없었다"며 사랑을 고백했다. 그동안 히라야마가 저질렀던 모든 악행이 장미리를 사랑하기때문으로 포장된 순간이다.

또 히라야마는 극 중 주인공인 장미리 버금갈 정도로 인물들을 번갈아 만난다. 장미리의 과거가 오로지 히라야마를 통해서만 알려지는 무리한 설정 탓이다. 히라야마의 지니친 활약 덕에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린 강혜정은 13회 방송분에서 10초 배우로 전락했으며, 김승우 역시 100씬 중에 5씬만 등장했을 뿐이다. 아무리 주연과 조연의 경계가 허물어졌다고 한들 지나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극중 장명훈이 히라야마에게 한 "당신이 올 곳이 아니야"라는 대사가 실소만 남길 뿐이다.
김겨울 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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