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원주 DB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압도적 1위팀이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충격적 탈락을 했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 KCC를 만났다. KCC는 최준용 송교창 이승현 허 웅 등 강력한 국내 선수진에 라건아의 골밑 지배력이 완전히 살아난 상태였다. 게다가 전창진 KCC 감독의 용병술도 빛났다.
DB 디드릭 로슨 중심의 골밑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결국 DB산성은 함락을 당했다.
절치부심했다. 로슨이 재계약을 거부했다. DB는 치나누 오누아쿠를 데려왔다. 리그 최상급 골밑 지배력을 지닌 외국인 선수였다.
FA로 풀린 김종규와 강상재를 잡는데 성공, 전력을 온전하게 보존했다. 게다가 '팀을 떠나겠다'는 폭탄발언을 한 두경민 카드를 LG에 제시, 이관희를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결국 올 시즌 더욱 탄탄한 DB는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다. 준비는 완벽했다.
DB가 컵대회를 접수했다.
DB는 13일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 DB손해보험 KBL 컵대회 결승전에서 수원 KT를 77대67로 제압했다.
올 시즌 히든카드 치나누 오누아쿠는 강력한 골밑 지배력을 보였다. 결승에서도 24득점, 1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 이선 알바노 역시 14득점, 10어시스트로 더블-더블.
기자단 투표 총 65표 중 34표를 얻은 오누아쿠가 대회 MVP를 차지했다.
팀 공격의 핵심 강상재가 허리 부상으로 이번 대회 결장했지만, 큰 공백은 없었다. 이적생 이관희가 19득점을 보탰고, 김종규가 13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반면, 수원 KT는 경미한 손목부상을 당한 허 훈의 야투감각이 좋지 않았다. 5득점에 그쳤고, 야투 성공률은 20%에 불과했다. 단, KT는 이번 대회 강력한 성장세를 보인 문정현이 20득점을 올리면서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전반전
양팀의 차이는 명확하다. DB는 정통센터 오누아쿠가 있었다. 올 시즌 최상급 빅맨이다. KT 1옵션 해먼즈는 포워드형 외국인 선수다. 골밑 수비가 원활하지 않다.
1쿼터 첫 공격. DB의 선택은 오누아쿠의 1대1 포스트 업이었다.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확실한 공격 루트. 파울 자유투. 오누아쿠 특유의 '강백호 자유투'로 2득점.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KT는 하윤기의 훅슛이 불발. DB는 알바노도 있었다. 김종규와 2대2. 픽 앤 롤, 절묘한 포켓 패스를 건넸다. 김종규가 들어가는 탄력을 이용해 또다시 반칙 자유투를 얻어냈다.
김종규의 골밑 돌파, 알바노의 3점포까지 터졌다. 8-0 DB의 초반 완벽한 리드.
KT는 해먼스가 3점포로 흐름을 끊었다. 김종규와 오누아쿠의 더블 포스트를 사용하는 DB는 순간적으로 외곽 수비에 약점이 생긴다. 이 부분을 활용한 KT의 공격.
하지만, 곧바로 알바노가 절묘한 크로스 오버 드리블 이후 골밑 돌파를 성공시켰다. 올 시즌 리그 최고의 원-투 펀치로 평가받는 알바노와 오누아쿠 중심의 DB 시스템이 위력을 발휘했다.
알바노의 앨리웁 패스에 의한 그림같은 오누아쿠의 덩크슛이 터졌다. 12-3, DB의 리드. KT는 공격에서 미드 점퍼가 잘 터지지 않았다. KT의 작전타임.
하윤기가 김종규와 1대1에서 자신감을 보였다. 골밑슛으로 DB의 상승세를 일단 차단했다. 하지만, DB는 오누아쿠에게 엔트리 패스. 1대1을 포스트 업을 계속 채택했다. 이번에도 해먼스의 파울, 1쿼터 파울 2개. 2옵션 빅맨 틸먼이 투입됐다. 하윤기 역시 박준영으로 교체됐다. 문정현도 문성곤 대신 투입. KT가 기어를 바꿨다.
단, KT는 계속된 3점포가 불발. 찬스는 났지만, 들어가지 않았다. 알바노가 문정현과의 몸싸움을 이겨내면서 골밑 슛. KT는 한희원이 코너에서 귀중한 3점포를 터뜨렸다. 그러자, DB는 이관희가 특유의 백보드 3점포를 왼쪽 윙에서 터뜨렸다. 허 훈이 DB의 강한 압박에 실책. 이관희가 속공 미드 점퍼. 그러자, 문정현이 미드 점퍼로 응수.
알바노가 계속 돌파를 성공시켰다. 문성곤 문정현 등 포워드가 자신을 맡자, 그대로 헤지테이션 드리블과 스피드로 이겨내면서 공격을 집중했다. 이때, 초반 야투가 좋지 않던 허 훈이 그대로 3점포를 터뜨렸다.
DB는 이 오누아쿠, 알바노, 김영현을 모두 교체. 김시래, 김 훈, 카터가 교체됐다. 기어를 바꿨다. 결국 26-16, 10점 차 DB의 리드로 1쿼터 종료.
2쿼터 문정현이 카터를 잘 수비했다. 그리고 오픈 3점포를 터뜨렸다. 이번 대회에서 문정현의 성장은 확실히 KT에 강력한 힘이 되고 있다. 허 훈을 패스를 받은 문정현이 또다시 3점포를 터뜨렸다. 순식간에 4점 차로 줄어들었다. DB의 작전타임.
베테랑 가드 김시래가 미드 점퍼를 터뜨렸다. 중요한 시점에서 베테랑의 품격을 보였다. 올 시즌 삼성에서 DB로 팀을 옮긴 김시래는 부상에서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백업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기세가 오른 KT 문정현은 날카로운 컷인으로 허 훈의 패스를 골밑슛으로 연결. DB는 카터의 3점포가 불발. KT는 틸먼이 카터의 미스매치를 활용, 골밑 공격을 성공시켰다.
2점차로 쫓기자, DB는 알바노와 오누아쿠를 투입시켰다. 알바노의 돌파, 김종규에게 연결. 골밑 돌파를 성공시켰다. KT의 상승세를 차단했다. 그런데, 틸먼이 오누아쿠를 상대로 부드러운 훅슛을 성공시켰다.
문성곤과 문정현이 알바노를 압박, 결국 실책을 이끌어냈다. 문정현이 김종규를 상대로 골밑 돌파, 한 차례 범핑 이후 공간이 만들어지자, 그대로 훅슛을 성공시켰다. 30-30, 동점.
DB는 오누아쿠가 하이 포스트 지역에서 포스트 업을 시도한 뒤 곧바로 코너에 절묘한 패스. 슈터 김 훈이 3점포를 터뜨렸다. 이후, 알바노의 돌파 이후 오누아쿠에게 연결. 덩크슛이 나왔다. 35-30, 5점 차 DB의 리드.
이 과정에서 문성곤이 오른쪽 다리를 잡고 쓰러졌다. 틸먼의 트레블링. DB는 알바노가 수비를 끌어당긴 뒤 김종규에게 완벽한 오픈 미드 점퍼 찬스를 만들었다.
KT는 의도적으로 틸먼에게 포스트 업 옵션을 사용했다. 정규리그를 대비한 움직임. 하지만, 오누아쿠를 상대로 효율은 떨어졌다. 문성곤의 패스까지 오누아쿠에게 걸렸다. 결국 41-30, DB의 리드. KT의 턴오버가 DB의 속공으로 계속 연결됐다.
이때, 알바노의 속공. 실패했다. 알바노는 파울을 한 뒤 자신이 반칙을 당했다고 강하게 항의했고, 제스처가 너무 컸다. 결국 테크니컬 파울. 결국 문정현이 테크나컬 파울 자유투 1개, 팀 파울 자유투 2개 등 3개의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켰다. 기세가 오른 KT는 하윤기가 김종규를 상대로 돌파 성공. 결국 41-37, 4점 차 DB의 리드로 전반이 끝났다.
전반, DB는 알바노와 오누아쿠 원-투 펀치의 위력을 극대화하면서 경기를 주도했다. 단, KT는 만만치 않았다. 허 훈이 경미한 손목 부상으로 부진했지만, 문정현이 공격을 하드캐리했고, 하윤기와 틸먼의 높이도 DB 산성에 못지 않았다.
▶후반전
틸먼이 오누아쿠를 상대로 포스트 업을 성공시켰다. 움직임이 나쁘지 않았다. 2옵션 외국인 선수로서 평가가 좋지 않았던 틸먼. 하지만, 오누아쿠를 상대로 대등한 높이를 과시했다.
알바노는 골밑 돌파를 한 뒤 절묘하게 또 다시 김종규에게 패스를 건넸다. 오픈 미드 점퍼를 김종규가 놓칠 리 없었다.
오누아쿠가 톱에서 볼을 잡은 뒤 마지막 스텝을 길게 빼는 특유의 동작으로 파울 자유투를 얻어냈다. 틸먼의 수비가 나쁘지 않았지만, 결국 오누아쿠의 공격이 성공. 단, 자유투를 모두 실패.
허 훈이 하이 픽을 받은 뒤 미드 점퍼 실패. 그러자, 알바노가 패스, 오누아쿠가 팝 동작 이후 오픈 3점포를 성공시켰다. 7점 차로 달아났다.
허 훈의 반격. 공격제한 시간이 쫓겨서 던진 미드 점퍼가 림을 통과. 하지만, 오누아쿠가 3점포와 골밑 슛으로 연속 5득점. 52-41, 11점 차 DB의 리드.
허 훈의 3점포가 불발됐다. 전반 3득점에 그친 허 훈은 이날 야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손목 부상의 여파가 있었다.
단, 허 훈은 알바노 수비를 성공. 실책을 이끌어냈다. 이후 절묘한 픽 앤 롤로 하윤기의 골밑 돌파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DB는 알바노, 오누아쿠 뿐만 아니라 이관희도 있었다. 스크린을 받은 뒤 3점포를 터뜨렸다.
알바노가 허 훈을 상대로 골밑 돌파를 성공시켰다. 그러자 허 훈은 또 다시 절묘한 패스로 하윤기의 골밑 슛을 이끌어냈다. 해먼즈의 블록으로 다시 KT의 공격권. 해먼즈의 3점포가 불발됐지만, 하윤기가 엄청난 높이로 오누아쿠와의 리바운드 경합에서 이겨냈다. 오누아쿠의 파울, 하윤기는 자유투 2득점. 57-47, 10점 차로 추격. DB 오누아쿠의 실책, KT의 공격, 하윤기가 골밑슛을 또 다시 시도했지만, 오누아쿠의 블록슛.
확실히 양팀 모두 만만치 않았다. 이때, DB 벤치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김주성 감독이 지속적으로 항의. 올 시즌 경고없이 그대로 테크니컬 파울을 불겠다고 심판부에서 공언한 상태였다.
KT의 자유투 1득점. 그리고 엔드 라인에서 공격. 이때 문정현이 5초 바이얼레이션을 범했다. 패스를 건네지 못했다. 그러자, DB는 곧바로 3점포로 응징. 결국 60-48, 12점 차로 3쿼터 DB 리드로 종료됐다.
4쿼터 KT는 지역방어 가동. 이관희가 응징했다. 윙에서 3점포를 성공시켰다.
오누아쿠가 아크로바틱한 동작으로 골밑 돌파를 성공시켰다. 반면, KT는 허 훈이 연속으로 미드 점퍼, 3점포가 불발. 결국 경기종료 7분45초를 남기고 67-50, 17점 차까지 달아났다. 사실상 승부는 여기에서 끝났다.
KT는 경기종료 6분 여를 남기고 주전들을 대부분 벤치로 불러들였다. 하지만, KT는 문정현을 중심으로 매서운 추격전을 펼쳤다. 3분6초를 남기고 70-60, 10점 차까지 추격했지만,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컵대회 우승을 차지한 DB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 그러나 플레이오프 4강에서 KCC에게 1승3패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올 시즌 오누아쿠를 영입, 골밑 경쟁력을 강화했다. 게다가 두경민을 LG에 주고, 이관희를 데려왔다. 삼성에서 FA로 풀린 김시래도 영입했다. 주전과 백업에서 물샐틈 없는 전력을 선보였다. 특히, 알바노와 오누아쿠는 빠르게 호흡을 맞추면서 리그 최고의 슈퍼 원-투 펀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현 시점 가장 인상적 팀은 DB다.
결승에 진출한 KT는 문정현의 강력한 성장으로 국내 선수 코어가 더욱 탄탄해졌다. 허 훈과 하윤기가 있고, 문성곤 문정현 한희원 등 윙맨 자원에서 송교창 최준용 버튼이 버틴 KCC 못지 않는 강력한 수비력을 지닌 윙맨 자원을 형성했다. 1옵션 외국인 선수 해먼즈가 약간 불안하긴 하지만, 국내 선수들과의 호흡은 나쁘지 않다.
게다가 4강에 진출한 현대모비스와 한국가스공사 역시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고,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KCC 역시 버튼, 이승현, 최준용의 좋은 호흡을 과시하면서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보여줬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2024-10-13 16:0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