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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 마음에 더 간절하게 뛰었다."
박혜진 이소희 김소니아 안혜지 이이지마 사키 등 5명의 베스트 멤버가 무려 11개의 3점포를 합작하며, 리바운드 갯수에서 22-34로 크게 뒤진 높이의 열세를 완전히 만회했다. 이 가운데 4명이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공격에서 고른 활약을 펼쳤지만, 역시 플레이오프와 같은 큰 무대 경험이 많은 박혜진의 리드가 돋보였다.
이날 박혜진은 1쿼터 시작 후 2분여가 지난 시점에서 팀의 첫 득점을 3점슛 라인의 한참 뒤에서 쏜 딥쓰리 3점포로 성공시키며 팀의 기세를 높였다. 3점슛 4개를 포함해 올린 21득점도 양팀 통틀어 최다였지만, 상대의 공수 핵이라 할 수 있는 배혜윤을 김소니아 박성진 등과 함께 번갈아 맡으며 위력을 최소화 시킨 수비 역시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우리은행 한 팀에서만 16년을 뛰었던 프랜차이즈 스타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FA로 고향팀인 BNK로 이적했다. 팀의 최고참이 되는 새로운 도전을 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로 35세를 맞으며 에이징 커브는 어쩔 수 없었다. 시즌 시작 후 팀의 단독 1위를 이끌다 부상으로 인해 후반기 순위 경쟁에서 벤치를 지켜야 했고, 팀의 2위 추락을 지켜봐야 했다. 아쉬움이 당연 클 수 밖에 없을 터, 이를 이날 PO 1차전에서 유감없이 털어낸 셈이다.
박혜진은 주전들이 스몰 라인업으로 구성된 팀의 상황으로 인해, 이날 경기처럼 상대의 빅맨 매치업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다. 박혜진은 "아무래도 주전 중 내가 신장이 가장 높다보니 상대의 빅맨을 막으며 어색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코칭 스태프로부터 많은 노하우를 배우고 정규리그에 적응을 하면서 이제 어색함이 적어졌다"고 웃었다.
이날 박혜진의 좋은 슛감각은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장거리 3점포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박혜진은 "정규리그 막판부터 슛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별히 좋거나 나쁘기 보다는 평균을 찾으려 노력중"이라며 "후배들에게 미루기보다는 공격도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보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에서의 포스트시즌과 BNK에서의 그것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전팀에선 '타짜'들이 워낙 많았지만, BNK에선 아무래도 본인이 이끌어야 한다. 박혜진은 "당연히 많이 다르다. 우리은행에선 경험 많은 선수가 워낙 많다보니 굳이 얘기를 하지 않아도 디테일적인 면에서 철저하다. 하지만 BNK에선 후배들이 금세 만족하고 풀어지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일부러 어제까지 팀 분위기를 무겁게 하고, 후배들에게 훈련 후 웃지도 말라고 했다. 분명 서운하고 싫은 부분이 있겠지만, 이를 잘 이해해주고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며 후배들을 칭찬했다.
특히 박혜진은 이소희와 김소니아에 대한 언급을 했다. 4쿼터 막판 이소희가 3점슛을 성공하고 백코트를 하자 머리를 쓰다듬으며 격려하기도 했다. 박혜진은 "소희는 워낙 슛이 좋은 선수이다. 부상으로 빠져 있을 때 공격에서 뻑뻑했는데, 확실히 이날 코트에 다시 나서자 들어가든 안들어가든 상대 수비가 붙다보니 공간과 옵션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소희는 공격은 너무 좋은데 수비에선 공격만큼의 애정이 안 보여서 많이 혼냈다. 반쪽짜리 선수가 되면 안되기 때문"이라며 "발목을 다쳤을 때 마침 소희도 부상으로 함께 벤치에 않아 재활을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고 잘 알게 됐다. 후배들에 대한 미안함도 컸다. 이젠 편하게 물어보는 사이가 됐다"며 애정을 나타냈다.
김소니아에 대해선 "3점포를 성공한 후 김소니아가 달려와서 점프 세리머니를 또 하는데, 이젠 맞춰주기가 솔직히 좀 힘들다"며 "에너지가 진짜 넘치는 선수다. 텐션을 맞춰주기 힘들지만 워낙 좋은 에너지를 선수들에게 준다"고 웃었다.
BNK는 이틀 후인 5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갖는다. 만약 여기서 승리한다면 5전 3선승제의 PO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박혜진은 "2차전에서도 긴장감을 풀면 절대 안된다. 1차전은 슛이 잘 들어갔던 것이고, 2차전에서 안 들어갈 경우 수비부터 이겨야 한다"며 "모두 힘들겠지만 코트에서는 절대 힘든 모습을 보이지 말자고 후배들과 다짐을 한다. 더 간절하게 뛰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부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